보건교사의 하루는 늘 예측 불가
“선생님, 엄마가 응꼬에 약 바르래요.”
……??? 뭐라고???
1학년 형민이가 다가와 책상 위에 작은 지퍼백을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연고 한 통이 들어 있었다.
약국 라벨에는 ‘항문 주위 바르는 연고’라고 적혀 있었다.
형민이의 표정은 진지했다.
장난기나 망설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저 응꼬가 가려워서 병원 갔는데, 이 약 바르래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곳…? 지금? 여기서?
“아… 지금 바르라는 거니?”
“네! 가려울 때 바르래요. 엄마가 싸주셨어요.”
형민이는 가방에서 쪽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의사의 처방과 엄마의 메모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항문 주위에 바르는 연고, 가려울 때 발라주세요.’
…… 이럴 수가.
설마 내가 학교에서, 그것도 보건실에서 아이의 응꼬를 보게 될 줄이야.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보건실 문을 잠그고, 침대 옆 파티션을 끌어당겼다.
돌돌돌… 탁.
파티션이 제자리를 잡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연고 바를 준비를 하는 동안 사실은 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모든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느릿하게 흘러갔다.
형민이는 아무렇지 않게 침대 위로 올라가 바지를 내리고,
꾸물꾸물 자세를 잡았다.
나는 지금 학교에서, 보건교사로서 아이와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정당한 처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작고 순수한 아이는 그저 가려운 곳에 약을 바르기 위해 나를 믿고 엉덩이를 내밀고 있다.
그 모습을 마주한 순간… 책임감이 번쩍!
나는 장갑을 꺼내 끼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연고 뚜껑을 열었다.
면봉 끝에 연고를 살짝 덜었다.
차갑거나 따갑진 않을까, 손끝에 들어가는 힘을 줄였다.
그리고는 가려운 듯한 피부에 살살 두드리듯 발랐다.
톡. 톡. 톡.
나는 형민이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조금 빨갛네. 어때, 차갑진 않아?”
형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시원해요.”
그 말에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 됐어. 이제 괜찮을 거야.”
형민이는 능숙하게 바지를 올리고,
침대에서 툭 내려와 “감사합니다!” 하고 밝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건실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나는 잠시 침대에 걸터앉아
조용해진 보건실을 바라보았다.
엉뚱하고도 놀라운 하루.
보건교사의 하루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불쑥 찾아온다.
어제는 실내화를 잃어버린 아이의 신발을 찾아 복도를 누볐고,
오늘은 응꼬에 약을 발랐다.
가끔은 내가 보건교사인지,
아이들의 보호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이런 순간들이 언젠가 떠올리면 피식 웃음 짓게 만든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금세 잊힐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하루다.
[항문 가려움, 왜 생길까요?]
항문 주위 가려움증은 어린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피부염, 습진, 곰팡이 감염, 또는 요충 감염 이후 생긴 피부 자극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병원에서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부를 진정시키는 연고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 이 연고는 가려운 부위에 바르며, 증상을 완화하고 피부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꾸준한 사용과 함께 청결 관리가 병행될 때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본 설명은 대한피부과학회, 소아과 진료 지침 등 일반적인 의학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