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누구 앞에서 낫는가?
우리 학교에는 엄격하고 단호하기로 소문난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말보다 눈빛이 먼저 가는 분.
아이들은 그 선생님을 호랑이 선생님이라 부른다.
어느 날, 호랑이 선생님이 보건실로 오셨다.
수업 시간 조율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이어 문이 열리고 용훈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들어왔다.
“보건쌤~ 저 배 아파요~”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래, 어서 와.”
그런데 용훈이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고개를 들어 보건실 안을 살피던 아이의 눈이 호랑이 선생님과 마주치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잠시 얼어붙는다.
그러더니…
엇… 음… 다음에 다시 올게요!
말을 얼버무린 채, 순식간에 몸을 돌려 보건실을 빠져나가버렸다.
잠시 뒤, 또 한 번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이번엔 민지였다.
“보건쌤~ 머리 아파요~”
보건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던 민지는 호랑이 선생님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러더니 머리를 한 번 매만지곤 말했다.
어… 근데 괜찮은 것 같아요.
그 말과 함께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아이들이 잽싸게 사라진 뒤,
나와 호랑이 선생님만이 그 자리에 남아 동시에 문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던 나는 결국 웃음이 터졌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매번 나를 보기만 하면 “아프다”고 말하던 아이가,
호랑이 선생님을 보는 순간 아픔을 잊고 달아나다니.
이쯤 되면 누가 진짜 치료자인지 모르겠다.
호랑이 선생님은 존재만으로도 아픔을 사라지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걸까?
사실, 이와 비슷한 일은 제법 자주 있다.
아이들은 열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가
체육 시간이 다가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기도 한다.
배가 아프다며 누우러 들어왔다가
친구들이 보건실에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아프다’는 말은
진짜 통증일 수도, 마음의 신호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여전히 헷갈릴 때가 있다.
진짜 아픈건지,
아픈 척을 하는 건지,
금세 낫는 아픔인 건지,
아니면… 나만 보면 더 아픈 척이 나오는 건지.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