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과 함께한 사춘기 수업의 웃음 한 조각
5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춘기 수업 시간이었다.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에게만 나올까요?”
아이들은 자신 있게 “네!” 하고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이라고 부르지만, 여성도 난소에서 소량 분비돼요. 그래서 여성도 남성처럼 얼굴에 수염이 날 수 있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 눈에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였겠지만,
한 명 한 명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맨 앞줄에 앉아 몸을 들썩이던 민호가 두 눈을 번쩍 뜨고,
마치 뭔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외쳤다.
맞아! 우리 엄마도 수염 있어요!
마치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 같았다.
목소리에 확신이 가득했고 말끝엔 묘한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교실은 잠시 얼어붙었고, 아이들은 일제히 민호를 바라봤다.
나도 당황스러운 웃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
민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양손을 책상 위에 딱 올려놓더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다시 외쳤다.
우리 엄마는 면도도 해요!
아이들은 참았던 웃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나는 웃음을 삼키며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민호 어머님이 갑자기 수업에 깜짝 등장하신 기분이 들었다.
“그… 그렇죠. 여자도 면도하기도 해요.”
‘민호 어머님, 오늘 수업에 출연하실 줄은 몰랐어요…’
민호 어머님께서 지금 민호가 반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폭로했다는 걸 아신다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났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나누는 수업은 예상치 못한 웃음과 당황스러움을 안겨준다.
아이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투는 교실을 유쾌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때론 이런 돌발 상황 덕분에 아이들도 주제에 더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수업이 끝난 뒤, 복도를 걷다 민호를 다시 마주쳤다.
민호는 나를 발견하자 후다닥 뛰어왔다.
주위를 슬쩍 살피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속삭였다.
“근데 선생님, 오늘 그 얘기… 우리 엄마한텐 비밀이에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입은 무겁단다.”
민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씩 웃고, 다시 친구들 틈으로 사라졌다.
어쩜 저리도 천연덕스러울까.
오늘도 이렇게 한 편의 짧은 이야기로 남을 수업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아이들과 계속 웃고 배우는 교사가 되고 싶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