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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대리 Jul 28. 2023

S#1-9. 별점은 내 가슴에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영화는?

내가 본 영화를 차곡차곡 기록하는 앱인 키노라이츠와 왓챠피디아를 보면, 이제껏 내가 본 영화 편수가

8,769편이다(2023. 7. 28 기준).


1년을 기준으로 편차는 있지만,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대략 100여 편 정도. 일주일에 2편 정도는 극장에서 보는 셈이고, 극장이 아닌 TV, 케이블, OTT, 블루레이나 DVD 등 다른 매체까지 포함한 1년 동안 관람편수는 많을 때에는 800편 정도, 적을 때엔 500편 정도가 되니 영화 관람에 있어서는 폭식과 잡식이 섞였다고 할 수 있다.



워낙 많은 영화를 보다 보니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지만, 언젠가부터 영화를 볼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나만의 습관이 있다.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마음속에 5개 만점 기준, 별 3개를 띄운다. 영화를 한참 보다가 그 내용에 빠져들어 별 3개의 존재를 까먹는 일도 종종 있다.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럴 땐 영화가 끝나자마자 마음속에서 별 5개가 번쩍거린다.

     

정반대도 물론 있다. 별 3개에서 시작했다가 어딘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와닿지 않으면 별 3개 중 하나씩 그 빛을 조금씩 잃어간다. 세 번째 별의 절반만큼 빛이 사그라들다가, 별 두 개로 줄어들기도 한다.


한 영화에 대해 별점을 매기는 일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특권일 리는 없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감상을 간직하기 위한 척도이자 수단으로 별점 배기는 일을 즐긴다.

     

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나 출연한 배우, 제작을 담당한 제작자나 프로듀서를 비롯한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 중 누구라도 친분이나 안면이 있다면, 아마도 그 영화에 대해 별점을 매기는 일은 고역일 수도 있다. 그럴 때 가장 무난한 선택은 별 3개. 미치게 좋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매우 화내며 욕할 것도 아닌 적정 수준이다.


어떤 영화를 처음 볼 때 내 마음속 별점과 시간이 흘러 다시 봤을 때 별점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 자체는 변한 것이 없는 원본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했나 싶을 때가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영화는?


그러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영화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또렷이 기억해 낼 수 없다. 어렸을 때 이모 손을 붙잡고 종로 3가 단성사에 가서 봤던 <겨울여자(1977)>일 수도 있다. 영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며 봤을 리는 없지만, "여름에도 우린 겨울을 말했죠, 우리들의 겨울은 한 여름에도 눈을 내리죠~" 극장 안에 김세화, 이영식의 듀엣곡 "겨울 이야기"가 울려 퍼졌던 그날의 분위기가 어렴풋이 기억나는 걸 보면, 내 생애 첫 극장 관람 경험이자 처음 본 영화일 수 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영화는?


그렇다면, 언젠가 삶이 끝나는 그때가 왔을 때,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영화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세상에 태어나 한바탕 재미있게 놀다간다는 그런 마음과 함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그런 영화를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벌써 머릿속에는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딱 한편을 당장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내가 별 다섯 개, 만점을 줄 정도로 흠뻑 빠져버린 영화들을 살펴본다. 전체 8,767편 중 91편. 1.037%에 해당한다. 



조대리 인생의 영화 다섯 편(2023. 7 현재)

저 중에서 누군가 "인생 영화가 무엇이냐"라고 물을 때를 대비해 키노라이츠 앱에 등록시킨 5편을 보면,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1991) - 감독: 조나단 데미

죽어야 사는 여자 Death Becomes Her(1992) - 감독: 로버트 저멕키스

펄프 픽션 Pulp Fiction(1994)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라라랜드 La La Land(2016) - 감독: 데이미언 셔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2019)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사실 저 다섯 편을 꼽는 일조차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의 결과물인데, 내가 던진 질문에 내가 쥐어짜는 듯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과연 나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일단 저 영화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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