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버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그렇다. 혼자서는 일행의 취향과 요구를 배려하지 않아도 되고, 나 또한 그 어떤 눈치도 신경도 쓰지 않고 나만의 취향대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무엇보다 좋다. 장소를 옮겨다니니 매번 풍경이 바뀌고 이동하느라 시간이 더 빠 르게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도착해서 익숙해지려 하면 어느새 또 떠 날 시간이 다가오니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움과 새로워짐도 있었다.
가장 큰 얻음이라면,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지만 더 이상 이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쉬려고 떠난 여행이기도 하지만, 여행의 본질적 의미 중 하나는 이런저런 도전과 극복을 통해서 나를 제대로 알고 찾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나’를 더 알게 되었고 ‘나’ 랑 더 가까워졌으며 ‘나’를 찾았는지 지금은 다 알 수 없다. 하지만 지 금 내 마음은 만족스럽고 평온하다.
떠나기 전보다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졌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려움을 피해가기보단 당당히 대처해가려는 태도를 얻었다. 나는 이를 자신감이란 말로 표 현해본다.
이제 치앙마이에서 혼자만의 여행을 끝내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가족을 베트남 다낭에서 만나기로 했 다. 남편이랑 큰 아들이 응원차 마중을 나온다니 정말 기쁘고 마음이 설레었다.
회사 근무 때문에 못 오는 둘째는 결혼 날짜까지 잡았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상견례도 못하고 왔다.
그래도 아들은 아무 신경 쓰 지 말고 엄마 원대로 여행만 잘하시라며 통장에 돈까지 쏘아주어 대 견하고도 고마웠다. 가족 여행은 여행보다는 가족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뭘 보 고 느끼는 것보다는 가족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여행이어야 한다. 우리 네 식구는 생일이 들어 있는 달도 제각각이다.
나, 남편, 큰애, 막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이다. 그렇게 4인 4색이다.
나는 가족을 단지 부모자식의 인연일 뿐 아니라 이 땅에서 서로 돕고 보듬고 가는 전생의 연이 깊은 도반(道伴) 같은 공부팀으로 보기 도 한다. 남편이랑 아들이 오면 혼자 여행이 아닌 가족 여행으로 호캉스처럼 편안히 즐기고 쌓인 이야기도 하다 천천히 귀국하려 한다.
가족을, 귀국해서 집에서 만나는 것보다 여행지에서 만난다니 더 설레고 신난다.
22년 8월 29일
치앙마이식 뽁은누들 / 사리를 모신 도이수텝 불탑/ 치앙마이 운하가의 서낭나무같은 것
코끼리는 영물인데 그를 숭배하는 마음이 있는듯하다 / 치앙마이 매핑강가 커플모습
세 시간 동안 혼자만의 공간이었던 강가 카페 / 치앙마이 로얄파크 입구 하얀색 나가상이 인상적이다
운하옆 나무들 그 앞에 양초가 놓여있다 / 토요마켓 시장
전통시장에서 산 옷 / 꽃잎이 떨어진 게 아까워 왓우멍에서 / 혼자 무심히 실작업 하시는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