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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Sep 12. 2023

항공권을 샀는데 비행기를 못 탄다고요?

베트남에서의 가족상봉기

8월 29일 인천공항에서 남편과 아들은 베트남 리턴 티켓 구매로 혼쭐이 났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베트남은 15일 무비자 입국인 경우 리턴 티켓이 있어야 베트남행 티켓이 발권되는 시스템이다. 나 역 시 다낭행 티켓을 샀으니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면 되는 줄 알 았다! 5개월간 여행하면서 리턴 티켓이 필요한 나라는 가보지 못했다.  


공항에 가면서 알게 된 이 놀라운 사실에 남편과 아들은 내 것까 지 3인 티켓을 부랴부랴 예약했다. 그런데 발권이 잘 안 되어 예약을  취소하고 결국 공항에서 돈을 더 내고 가장 빨리 발권되는 리턴 티켓을 구입한 뒤에야 다낭행 티켓을 발권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게도 리턴  티켓을 보내와 나도 다낭행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서너 시 간 여유 있게 공항에 갔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예약한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


이 일을 통해 여행의 담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 다. 여행하면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에 대해 항상 열려 있는 마음, 그 것이 여행의 진정한 담력이다. 설령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좋아,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하며 긍정적 마인드로 문제를 해결해가 는 게 여행의 진정한 담력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호텔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두 부자가 호텔 앞에서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아들이 웃으며, 그때 찍은 남편 뒷모습 사 진을 보여주었다. 기다리는 아빠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지 않냐면서....

기다림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나도 남편처럼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다가고 싶다.

이 세상 소풍 마치고 갈 때도.


이튿날 다낭 시내에 갔는데, 강 이름이 ‘한’강이다. 다리 근처에 있 는 시장 이름도 ‘한’시장이다. 부산이발관, 서울이발관이라 적힌 봉고 차 같은 것도 눈에 띈다. 한글이 적힌 간판과 한국어를 하는 점원들도  많다. 그 동안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녀갔는지 짐작이 된다.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어슬렁 산책을 하다  숙소로 돌아왔는데, 눈앞에 해운대보다 몇 배나 더 널찍한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예사롭지 않아 검색을 해보니 미케비치인데, 길이가 10 킬로미터나 되는 세계적인 롱 비치다.  


이튿날 눈 뜨자마자 미케비치로 나가 몸을 담궜다. 서해 바다처럼  한참을 들어가도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도 없으니 고요하고 편안했다. 물 온도도 딱 좋다. 드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 속에 있 으니 5개월간의 피로와 긴장이 다 풀리는 듯했다. 긴 여정을 마치고  이곳에 와서 이렇게 쉬는구나 싶었다. 저 멀리 산 위에 해수관음상이  보였다. 아침이 더욱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 여행지에서 만나니 신기루 같 았던 아들  ▶ 한강과 용다리  ▶바다와 연결된듯해 보이는 호텔 루프탑 풀장
▶동남아의 칠레라는 베트남 긴 나라의  미케비치 10킬로미터   ▶베트남식 찰밥요리도 맛있다

▶ 호텔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편의 뒷모습 ▶ 성 요셉 성당     


호이안 안방비치에서 맞은 해방기념일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5개월 동안 혼자서  일정 짜느라 바빴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열심히 일정을 짠 남편 덕분 에 느긋하게 안방비치(An Bang Beach)를 즐겼다. 정말 안방처럼 편안한 비치였다.  한국의 여름 바다는 시원하면서도 차가운데 이곳은 그냥 온수 수준이다. 수영을 하다 쉬면서 코코넛 스무디를 마시는데, 5분 간격으로 찾아와 패러세일링을 권하는 직원 말에 못 이기는 척 예약을 했다.  


사실 패러세일링은 내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빙할 때처럼 용기를 내보았다. 호기심 천국, 철없는 엄마를 위해  아들이 2인 1조로 동행해주었다. 함께해 주는 아들이 그저 고맙다.  비장한 각오로 줄을 잡고 출발했다. 물을 차고 나가며 출발할 때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중간에 일부러 바다로 빠트렸다 다 시 올라갈 때, 특히 마지막 도착 입수 때 너무 긴장되었다. 물론 그만 큼 스릴도 있었지만, 양손으로 줄을 어찌나 세게 잡았던지 이삼일간  근육통으로 어깨까지 뻐근했다. 패러세일링은 두 번은 안 해도 되겠 다는 결론이었다.

모래가 고운 따뜻한 바다, 맛있는 음식, 여유로운 시간, 바다에서  불어오는 자연바람에 나는 그대로 신선이 되었다.


직장 30년으로부 터 해방된 9월 1일을 내 해방기념일처럼 여기는데 이날이 마침 9월 1 일이었다.


남편과 아들 덕분에 기억에 남을 자유와 해방감을 바다 위를 나는 체험까지 하며 안방비치에서 맘껏 누렸다.



▶ 안방비치 풍경이 그림 같다. ▶미케비치처럼 여기도 땅 짚고 헤엄칠 정도로 얕아서 정말 좋았다. 수영을 못하는 우리 모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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