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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Sep 13. 2023

베트남을 다시 생각하다

하노이에서 베트남을 다시보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왔다.


베트남 2주 일정에서 남쪽의 호치민을 생략하는 대신 하노이 일정을 좀 여유 있게 잡았다. 하노이에서는 아파트형 숙소를 구했더니 거실도 부엌도 널찍하니 아주 좋았다.  느긋이 쉬다 그랩을 타고 성 요셉 성당에 가 보았다. 건물이 제법 웅장했다. 내부는 정해진 날만 개방해서 외양만 둘러봤다.  


아들이 찾은 성당 주변 맛집에서 ‘분보남보’를 맛있게 먹었다. 베트남 남부 요리로 볶은 소고기와 땅콩, 숙주, 파파야 절임 등이 들어 간 비빔국수인데, 따뜻한 소스랑 나오니 ‘온비빔국수’라 해야겠다. 그리고 우리식 부침개를 숙주 등 채소랑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반쎄오와 스프링롤을 튀긴 넴도 함께 먹었다. 신기하게도 이 세 가지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하노이 명소 기찻길 거리로 갔다. 철로만 봐 도 옛길의 향수가 느껴지는 뭔가 아련한 아날로그적 감상에 젖게  되는 곳이었다. 철길가에는 작고 예쁜 카페들이 즐비했다.  


호안끼엠 


하노이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무려 300개나 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호안끼엠이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주변 풍광이 시민들의  안식처로 충분할 듯했다. 호수 가운데는 사당과 전설의 거북이 상이  있다. 호안끼엠은 ‘환검’이란 뜻인데, 15세기 여왕조를 세운 레로가  호수의 거북이에게 받은 검으로 명나라를 물리치고 호수로 돌아오니 호수 밑에서 거북이가 올라와 전쟁에서 사용한 검을 물고 돌아갔다 하여 ‘환검’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하노이 성 요셉성당 / 오토바이 천국 하노이와 베트남
하노이 길가 과일 야채 파는 수레와 아주머니 
하노이 명소 옛 기찻길 거리

 





하노이에는 역사, 전쟁, 호치민 박물관 등 국립박물 관이 많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역사박물관이 있어 들렀는데, 규모 가 크진 않으나 청동기시대 및 불교 문화 유물을 감상하기엔 손색이  없었다.  전시실에는 유물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베트남  청동기시대였던 동선(Dong Son)문화 시기에 만들어진 청동북의 크기와 양을 보고 놀랐다. 북은 각종 기원제와 장례식, 결혼식, 전쟁 등에  주로 사용되었는데 왕이 국가를 세우는 시기에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전에 신라 금관과 백제 금동대향로를 보고 찬란함과 섬세 함, 날렵함에 감탄을 했었는데, 베트남 청동북의 섬세한 문양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베트남 사람들을 우리보다 못  살아 국제결혼하러 오거나 돈 벌러 오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하노이 역사박물관 방문은 나의 편협한 사고를 부수는 계기가 되었다.

호안끼엠의 황금 거북이상~부와 장수의 상징이라 지금도 내 컴터 바탕화면에 깔아두었다 ㅎㅎ  
문묘안의 큰 용 화로 사이즈에도 놀랐다
문묘안의 큰 분재- 신선 바둑놀음이란 말이 떠 오르는 ㅎㅎ
이 청동종과 나중에 방문한 바이딘 사원의 청동종 크기에 진짜 놀랐다 ㄷㄷ해요



하노이 문묘

하노이 문묘는 공자를 모신 곳으로 베트남 유교의 대표적인 상징이고, 베트남 최초의 대학이었다. 베트남은 현재 공산당 정권의 사회주의 국가인데, 중국보다 더한 유교적 유물이나 흔적을 보니 아이러니했다. 베트남에도 유교가 국교인 시기가 있었다 하니 이 사람들의  정신적 뿌리가 중국보다 더 견고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규모의 문묘에서 과거 유교의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었다. 베트남이 동남아 국가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중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같은 한자 문화권이고 불교와 유교, 도교 문화가 혼재 되어 있으니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우리에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특히나 동남아 다른 나라보다 생김새도 우리와 가장 닮았다고 본다. 흔히 우리를 호랑이 기상이라 하는데 나는 솔직히 일본지배와 미국 따라가느라 많이 잃은 우리의 옛 기상으로 그 호랑이를 못 느낀다. 오히려 베트남에서 중국, 프랑스, 미국등 강대국이란 나라는 모두 물리친 그 자존심과 기상을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미술박물관에서 방대한 불교 작품들을 보며 그들을 하나 로 만드는 종교의 힘을 느꼈다. 또 호치민 관련 조각이나 그림들을  보면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한 국가로 묶은 지도자의 큰 힘 을 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일생 동안 검소한 생활로 오직 국가와 민중을 생 각하며 살다간 그의 삶에 존경을 느낀다.


그는 ‘호치민 샌들’이라는  별칭을 가진, 폐 타이어를 잘라 만든 샌들을 신었고, 그의 집무실도  검박하기 짝이 없었다. 또한 자신이 가는 곳을 경호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그곳 주민들을 귀찮게 할까 봐 얘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물관 작품들에서도 ‘호 아저씨’라 불린 그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 과 존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라기보다는 민족주의자 였고 외교에서는 실용주의자였다.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절묘한 외 교를 통해서 크게 적을 만들지 않은 그의 능력은 오롯이 베트남 독립 과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  



서호 호수와 쩐꾸옥 사원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아름다운 호수로 꼽히는 서호를 방문했다. 호수 둘레가 무려 17킬로미터다. 산책도 할 겸 기대를 안고  갔는데,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버린 물고기 때문에 비린 내가 나서 유유자적 호숫가를 거닐고픈 마음이 사라졌다.  산책은 포기하고 호숫가 이 층 커피숍에서 맛있는 베트남 커피를  마시면서 뷰를 보며 편히 쉰 다음, 주변에 있는 있는 콴탄 도교사원 에 가 보았다.


11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사원인데, 이곳에는 베트남  최대 크기라는 현천진무신 동상이 있다. 높이 약 4미터, 무게는 약 4 톤이다. 이미 문묘나 다른 곳에서도 큰 동상들을 보아서 새삼 놀랍진 않았지만 베트남 사람들도 중국처럼 큰 사이즈를 좋아하는가 싶었다.  적당히 내리는 부슬비를 맞으며 쩐꾸옥 사원 방향으로 걷는데, 길  양쪽에 호수가 있어 여행객뿐 아니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쩐꾸옥 사원은 홍강가에 6세기 때 세워진,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 된 절이다. 강물의 침식 작용으로 1615년에 사원을 호수 안의 작은  섬으로 옮기고 섬과 육지 사이를 둑을 쌓아서 연결했다고 한다. 절을  옮기는 것도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해가 지는 석양 무렵 호수 건너편에서 보는 붉은 석탑이 무척 아 름답기로 유명하다.

중국처럼 베트남에서도 붉은색은 운과 번영을  상징한다. 5개의 면으로 이뤄진 석탑에는 각 층마다 각기 다른 모습 의 불상이 놓여 있고, 탑 안에는 큰스님들의 유골이 보관되어 있다.  



진한 향내와 염불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경내에는 유럽 방문 객들과 베트남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없던 신심도 생길 경건한 분위기였다. 청량한 염불 소리는 여전히 내게 ‘탐진치를 극하고 더 자유로워져라’로 들린다.


문묘들어가는 입구
홍수 때는 거북이가 황새를 업고 가뭄 때는 황새가 거북이에게 물을 준다는 상부상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상은 베트남 절이나 도교사원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불교미술관의 천수관음상 - 우리에게 있는 두 손이라도 잘 사용하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쩐꾸옥 사원에서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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