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별 Dec 03. 2023

죽림리 동지 팥죽

노모당에서 팥죽 먹어러 오라해서

  

11월 마지막 주에 

서울에 병원 볼일과 아들집에 들러서 근 열흘을 머물렀다.

다시 마산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함양 시골집에 들렀었다.

부부가 이제 다 직장 명퇴후 5도 2촌 생활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겨울에 시골집은 좀 불편하다.

아파트는 문만 열고 들어가서 금새 데워지지만

비워둔 시골집은 이층 생활공간에 보일러를 하루 정도 돌려야 되니  

해서 이번엔 하룻밤만 지내다 갈 거니

아래층 거실을 온풍기로 데우고

 작은 찻방에 자고 가자며 그렇게 머물다 왔다.      


밭에 딴 대봉감이 홍시가 되어갈려해서 어차피 홍시는 되는 순서대로

먹어줘야 하는데 두 식구 먹기는 많기도 해서 앞 뒷집 나눠주고

이미 홍시가 된 걸 들고 노모당에 갔다.

부녀회장님이랑 네 분이 계시는데

갖다 드리니

올해 감농사도 안 되어 귀한데 하시며 좋아하신다.

사실 감이 귀한 해이기도 하다.

따다가 떨어지고 해서 상한 것은 잘 도려내고 드시라 했더만

그런 건 알아서 할 터이니 아무 걱정말고 커피 한 잔하고 가라하신다.      


집에서 이미 내린 커피 마시고 와서 안 하겠다 하니

옥수수 보리차라도 마시고 가라며

 삶은 고구마를 내 놓으신다.

요즘 젊은이들도 그렇고 다들

give and take

주고 받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지만

시골의 주고받는 일은 더하다.

아니 예전부터 늘 그래왔던 것이라

오래된 전통 국룰이다.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하고 오면서 이번엔 춥기도 해서 빨리 떠나지만

동지 때 팥죽먹어러는 꼭 와야한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작년 팥죽 생각이 나서 써 둔 글을 찾아 올려본다.      




나이 들어감인가?

얼마전 갑자기 팥죽이 먹고싶어 인터넷에 주문했다.


지리산자락에 집 짓고 살다보니

이 곳은  갑자기 뭐가 먹고싶다고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일장 외엔 젤 가까운 마트가 6킬로 거리다.

워낙에 배달음식 자체를 싫어하지만 아예  안 되는 곳이다.  

새알포함하지 않은 가격 팥죽 1인분에 7000원 에 사서 맛있게 먹었다.      


어제 동지라고 톡이 와서 불현듯

또 팥죽 생각이 났다.

온 집안을 다 뒤졌는데 팥은

한 알도 없고 사러 나가려도

눈에 갇힌지 일주일 째다.


냉동,냉장고를 뒤지니 팥빙수 아이스크림 하나 있다.

그렇게 동지를 보내고     

오늘 아침 나절 드뎌 노모당에서

연락이 왔다.

팥죽 먹어러 오라고~~~


아이고오 새벽부터 할머니들

눈 치우는 소리 들으면서도

꿈떡도 안 하다 먹으러 오란 소리에

냉큼 달려가기가 민망타  ㅠㅜ

그래도 눈발을 맞으며

빙판길을 조심 조심 가니

팥죽 두 솥을 끓여드시면서 방이 후끈하다.


남편이랑 가서 동치미랑 팥죽을 실컷 먹고

두 그릇 더 담아주시는 거 까지 얻어왔다.

할머니들도 눈이 와서 어제는 못 하시다


오늘 직접 쌀 불여 갈아서 새알만드시고

미리 준비해둔 팥을 아침부터 삶아

 으깨고 걸러서

팥물내려  만드신 진짜 팥죽을 얻어먹었다.      


덕분에 이 맘때면 생각나는 소울푸드인

동지팥죽을 먹었고

이제 내 영혼까지 배 부른듯 하다.     


~~할머니들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히

오래 오래 사세요~!!     


이렇게 큰 솥에 두 솥을 끓여 놓으셨다 ㅎㅎ
팥죽 일인분은 큰 스텐 그릇이다 ㅎㅎ~~죽림리 전원주택 마당의 작운 연못이 눈에 덮여서 안 보인다


마당의 화분들과 데크 난간에 소복히 쌓인 눈들이 정겹다


아침부터 할머니들은 눈삽과 밀대로 걸을 수 있는 길을 뚫어놓으셨다.
눈이 오면 동네 오르막길에서 큰 길로 나가지 못해 갇힌다 ㅎㅎ
이전 12화 눈 속에 갇혀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