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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Dec 05. 2023

내 마음의 케렌시아

몸과 마음의 쉼터와 안식처


나는 2011년 다니던 직장 학교를 시골로 옮겼다.

그리고 시골에서 근무하다 2017년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늘 마음속에 있던 로망이었기에 일단 짓고 보자며 덤볐다. 해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우여곡절 끝에 집은 지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명퇴를 하니 혼자서 그곳에 있을 수는 없고 남편이 있는 본가로 돌아와서 남편과 함께 집이 두 곳이니 자연 5도 2촌 생활을 하며 지낸다.      


말이 5도 2촌이지 한번 시골에 가면 일주일씩은 머물다 오곤 한다.      


내가 처음 시골로 발령받아 갈 때도 일종의 폐소 공포증이랄까? 더 이상 도시의 번잡함과 회색건물을 보고 살 순 없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었다. 물론 내가 사는 도시가 번잡하다 할 만큼 큰 곳도 아니고 그냥 지방 소도시인데도 산이 있는 곳, 일단 출퇴근길에 초록 색깔만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하니 시골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간 곳 함양은 공기 좋고 지리산 자락이라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읍내의 상림공원은 신라 시대 최치원 선생님이 지은 곳으로 날마다 퇴근 후면 내 산책로가 되어주었다. 거기서 나는 몇 년 전 맨발 걷기의 선두자가 되어 맨발로 최소 8 천보 걷기를 주 3~4회를 했다. 요즘 다시 공원에 가면 제법 많은 사람이 맨발로 걷고 있고 아예 신발 두는 곳과 발 씻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케렌시아란 말의 뜻은 스트레스나 피로 등으로 지친 몸을 편히 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나 공간을 의미한다. 원어 스페인어로는 피난처를 말한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이 케렌시아가 필요하다 본다. 나에게는 시골집 전원주택이 바로 그런 장소요 공간이다.      



작은 연못가의 노랑 달맞이꽃


우물가의 분홍 낮달맞이꽃과 담밑 야생화


비 온 5월의 어느 날 아침 장미꽃이 더 싱그럽다






봄이면 옆집 할머니댁의 개나리 울타리와 동네 끝 집 키 큰 목련나무를 볼 수 있고 여름이면 우리 집 마당에서 여름꽃과 장미 아치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가을이면 떨어진 열매의 냄새야 고약하지만 일층 데크에서 바라보는 노랑 은행나무가 눈 부시게 아름다운 동네다. 추운 겨울에 눈 내리는 풍경과 눈에 갇히는 체험은 호불호가 있지만 나는 무지 좋아한다.     


데크에서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내가 전생에 무슨?... 하며 중얼거리며 감사한다.      


따지고 보면 시골 촌집 하나 마련해서 주말 거처로 삼는 일은 이제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 본다. 나처럼 역부러 집을 짓지 말고 놀고 있는 주변의 시골집을 찾으면 된다. 지금 우리나라 시골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빈집을 그냥 지원해서 고쳐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잘 모르긴 해도 서울이나 수도권 집값이면 시골집 서른 채를 사고도 남을 것이다 ㅎㅎㅎ     


나의 케렌시아가 있는 마을에도 지금 빈집을 그렇게 고쳐서 들어와 사는 이도 있고 살다가 얼마 전 이사 가서 현재 비어있는 집도 있다. 비싼 경비를 들여 8박 9일 해외여행 패키지를 가는 돈의 십 분지 일의 돈만 해도 일 년 치 집세가 되어 충분히 주말 시골체험을 할 수 있다 본다. 그러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이 중요하니 그냥 주말 산행이나 야외 근교 나들이로 아니면 가까운 곳에 텃밭 일구기 등으로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분들도 나는 현명하고 지혜롭다 본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과 선택으로 자기 마음의 케렌시아를 정하고 몸이 쉬어갈 장소, 공간, 처소, 동굴을 하나쯤은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특히나 인생 2막을 살아갈 나이에 다다른 사람들이 여유가 있을 즈음에는                    


한창때 장미 아치는 마치 화관 같다


연못가 키 큰 엄나무 아래 이웃 언니집에서 가져다 심은 붗꽃이 잘 자라 주었다
집 지은 이듬해 홍가시 길가 울타리는 아직 앙상한데 장미는 벌써 꽃을 피워주었다


오봉산이 보이는 일층 데크에 앉는 잠시는 하루 중 나의 케렌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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