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실 가열차게^^ 초대를 해서 처음에는 거의 한 달에 두 번꼴로 일박이일 손님들을 스무 번이 넘게 치렀으니 대단했다 본다.
그도 한 때 내 즐거움이었는데 내 로망이 퇴직 후 전원생활 하는 지인들 집으로 놀러 다니는 것이었는데 거꾸로 어쩌다 내가 집을 짓게 되었으니 당연지사처럼 그리 하게 되었다.
암튼 지난 주말은 오랜만에 전원집에 친정 사촌들을 초대했다.
겸사겸사 다른 초대이유도 있었지만 동네의 세 그루 은행나무가 이 계절의 자랑이기도 했고 남편이 다시 칠한 눈부신 하얀 데크를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7도 4촌식으로 하는 생활이라 아파트에서 지내다 정작 시골에 가니 강풍을 맞은 은행잎은 삼분지 일이 다 날아가 버리고 없어서 몹시 서운했다.
그래도 멀리 지리산까지 차로 두세 시간 걸려 오는 오빠, 동생들 맞이하느라 인월장에 가서 큰 토종닭이랑 지리산 흑돼지 오겹살도 사고 회, 홍어도 샀다. 일단 먹을 게 푸짐해야 하니 하면서.
사촌 중 나랑 동갑내기 토끼띠인 여동생 둘이랑 우리 세 명이 한두 달 생일 차이로도 언니 동생 부르고 남편에게 형부라 하고 사위들끼리도 형님이라 부르고 구분하며 지낸다. 처가 촌수 개 촌수라고 사실 젤 어린 여동생 남편이 젤 나이가 많다 ㅋㅋ
그래도 친구라면 한 두 살 차이가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나이가 깡패^^인 우리 한국문화 K culture에선 가족 내 호칭 정리를 위해서 하는 수 없이 그리하는 걸 게다. 서양처럼 형도 이름으로 마이클하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형, 언니, 누나등 이름 아닌 호칭으로 부르는 우리 문화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두 여동생 토끼들은 각자 밑반찬이랑 나물, 해물 파전거리를 푸짐히도 챙겨 왔다. 서로 만나면 별 거 아닌 이야기들로 웃기 바쁘고 조금만 웃음 포인트를 더 해도 박장대소 깔깔 히히 거리는 게 피는 물보다 찐하다는 친척 가족 모임이다.
사위, 아들들은 밭에 내 버려두다시피 한 대봉 감나무를 따러 가고 올케랑 사촌 여동생들은 메리골드 꽃차를 만든다고 우리 동네 길가 지천인 꽃들도 따고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추워서 괜히 오라 했나? 싶은 염려도 시골에 오면 다들 할 거리가 생기니 운동삼아 하려 하고 재미있어하니 좋기도 하다.
앞집 언니가 고추 필요하면 빨간 고추 수확하고 남은 푸른 고추 다 따 가라 하신다. 첨엔 안 가려 하더니만 고추 소금물에 절여서 반찬도 하고 쪄서 밀가루 묻혀 말려서 하는 밑반찬 할 거라며 나서더니 고추밭 서리를 할 정도로 약도 안 친 건강한 고추를 몇 포대를 따 왔다. 국숫집 식당하는 동생이 있어 그기 갔다 쓰면 손님들이 얼마나 잘 먹을 거냐? 며 서로 도와 엄청 많이 땄다.
저녁에는 다른 먹을 게 많아한 솥 해 둔 밥과 큰 솥의 소고기 육개장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배 부르니 공기 좋은 곳에 왔으니 동네 한 바퀴 좀 걷고 오라고 내 보냈더니 다들 ‘아이구 추버라’ 하면서 바로 뛰어 들어왔다 ㅎㅎ
내가 지리산은 추우니 겨울 패딩은 기본이라며 오기 전에 얘기해서 다들 옷은 따숩게 입고 왔어도 아래쪽 부산 사람들은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남편이 노래방 시간을 가지며 소화도 시킬 겸 노래와 춤으로 음주가무 시간을 가졌다.
잘하는 노래는 흥을 돋우니 신명이 나서 좋지만 때론 나도 음박치인데 나보다 못하는 노래에 더 웃고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웃느라 소화가 다 되고 주말 결혼식 때문에 먼저 간 이들도 있고 나머지는 푹 자고 이튿날 근처 산책도 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갔다.
일 년에 한 차례 사촌모임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멈추었다가 이제 벙개로 몇 번씩 만나거나 아니면 결혼식 때나 서로 얼굴 보게 된다. 그래도 일 년에 몇 차례 만나지 못하고 언니 오빠들은 금방 나이 칠십이 될 거 같아 앞으로는 가급 좀 자주 만나려 한다.
만나면 즐겁고 웃을 일이 많으니 그래도 그렇게 얼굴을 자주 봐야 동기간의 정도 잊지 않고 새록 해지니 사랑도 관계도 다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이웃사촌이란 말도 정작 사촌이라도 자주 보지 않으면 옆에 이웃보다 못하게 된다는 뜻도 되니 말이다.
멀리 있는 사촌보다 매일 얼굴 보며 담너머로 나누는 이웃이 더 가깝다는 말도 되지만형제도 사촌도 자주 보고 정 나누지 않으면 차츰 이웃보다 못한 관계가 됨을 말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