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좋아하게 된 두 친구
시골집 아랫마을에 사는 J가 시골 언제 올거냐고 묻는다. 나는 언제쯤이라 하면서 에구 또 무얼 주려나 보다 했다. 결국 내가 시골 가는 날 읍내에서 만나 고구마와 하늘마 농사지은 걸 두 상자나 실어 주었다.
몸도 건강치 않은데 농사지은 것을 자주 돈도 안 받으려하면서 박스채 주니 나는 고맙게 받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해서 한번 ‘파스타’ 좋아하냐? 며 물어봤다. 그러면서 단짝 친구 S랑 같이 오라 하니 둘 다 파스타가 뭔지 모른단다. 해서 이태리 국수라 하며 일단 와서 먹어보면 알게 될 거라 했다. 처음 먹어보는데 싶어서 우리식으로 고춧가루 두 꼬집이랑 소고기 갈아 넣고 왕새우도 넣어서 나름 정성을 들여보았다. 시중 파는 소스에 우리 텃밭의 토마토까지 함께 넣었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두 사람 다 피자는 먹어봤어도 스파게티는 처음 먹어봤는데 토마토 국수가 제대로 어필했나 보다. 그러고 나서 처음 먹어본 맛이 당기는 지 가끔 먹고싶다 하면 초대해서 대 여섯 번 파스타를 해서 같이 먹었다. 오고 가는 게 많은 게 시골 인심이다.
농사지은 것을 나눠주고 농사일 잘 모르는 우리 부부가 힘들면 언제든 불러 달라 한다. 내가 여행 간 동안에도 우물가에 자갈을 깔아도 올라오는 잡초가 감당이 안 되어 남편이 도와달라 하니 둘이 와서 시멘트로 발라놓고 갔다.
시골이 아무리 공기가 좋기로니 사람이 좋은 공기만 마시고 살지는 못한다. 그기가 어디든 무엇보다 주위에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짓고 살아야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다.
지난 적어둔 글이랑 같이 올려 본다.
머리에 마요네즈팩을 발라 막 감으려는데 전화가 왔다. 아랫마을 사는 J가 지금 출발하는데 길로 좀 나와 달라한다. 나는 태생 머리카락이 너무 가늘어 나도 첨하는 팩인데 계란과 올리브유를 섞어 발랐더니 물이 뚝뚝 떨어져 아래층에 있는 남편에게 좀 나가보라 했다.
사람소리가 나서 수건으로 머릴 둘둘 감고 내려 가니 J가 농사 지은 감자랑 양파를 가지고 S랑 같이 왔다. 두 사람은 마치 그림자처럼 단짝인 거 같아 물어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란다 ㅎㅎ
동네일로 몇 번 만날때마다 늘 같이 보는데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름이 뭐에요?라고 물어봤다.
나는 이게 습관인 지 버릇인 지 사람을 처음 만나면 늘 그렇게 한다. 영어선생 30년 해서? 아님 20대 외국 살이 한 탓인 지 암튼 성격적으로도 일단은 그렇다. 그래서 그런 내가 때로 건방져 보였는지 싫어한 사람도 있었다. 천천히 알아 가면 될 걸 굳이 되바라지게 먼저 묻는다 싶어서 였을 거다.
나로선 사람 이름을 모르니 답답해서 May I ask your name?으로 공손하게 물어보는 건데 상대방은 What’s your name? 당신 이름 뭐요? 로 건방지게 들리는 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식은 윗사람이 말하기 전에 아랫사람이 먼저 이름을 묻는 게 실례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내가 두 사람에게 처음 이름 물어본 이후로 둘은 늘 같이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니 보기도 좋다. 감자와 양파를 내려놓고 가고 나서 남편은 저 두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이다 라고 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자주감자를 줘서가 아니라 잠시 앉아 얘기하면서도 받는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이제 집도 알았으니 지나가면서 커피 마시러 들리라 그러고 남편은 밭에 솥 걸어둔데서 S가 키우는 닭 가져다가 백숙도 같이 해 먹자고 한다 ㅎㅎ
나는 4년 전 귀촌해서 마당 있는 집 지을 때부터 더 오픈 마인드가 되었다. 그래서 집 당호도 ‘마더쉼 카페’라 하였고 얼핏 보면 카페 하우스 같기도 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쑤욱 들어와 커피 한잔요 한 적도 있다.
마당에 시시때때 꽃이 피니 행복하다. 울창했던 장미 터널이 지나가니 지금은 보랏빛 수국이 제 철이고 백합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 정말 개봉박두다. 아침에 눈 뜨기 전부터 시작해서 들리는 저 새 소리는 하루 온종일 들려도 소음이 싫어 지리산자락으로 깃든 나에게는 거슬리지도 않는다.
이 맑은 공기, 저 새소리 내내 함께 하길 바라고 내가 젤 조아하는 감자 샌드위치를 만들어 같이 나눠먹어야겠다 생각 해 본다. (21년 7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