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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07. 2023

몽골 4 ~몽골 초원길을 따라 온천으로

청헤르 온천 가는 아름다운 길

2023년 6월 18일~19일


어기호수를 보고 청헤르 온천 가는 길은 너무 이뻤다. 그날 하늘도 열일해서 정말 윈도 바탕 화면이었다.

길 가다 양 떼도 보고 돗자리 깔고 뷰 좋은 곳에서 삼겹살도 구워 먹고 와중에 바람도 불어오니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남?^^ 했다. 길 가다 차를 멈추고 저희들을 찍으면 소들은 또 우릴 구경했다.


서로 이 머꼬? 하는 식이다 ㅎㅎ     


그렇게 잠시 일별을 나누고 다시 각자 갈 길을 가는 거다.

인생도 시. 공간이 맞아 조우하고 그 접점에서 각자 필요한 경험을 하고 배울 점이 있으면 서로 배우면서 그렇게 간다. 잠시 시절인연이 맞아서 모였다 다시 헤어지는 '헤쳐 모여'를 하며 가고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더욱^^;


나는 인생도 우리 몸도 다 헤쳐 모여로 본다. 

지금 몸 안의 분자, 원자, 원소가 다 결집되어 하나로 있지만 어느 날 어느 순간 심장이 멎고 숨이 끊어지면 이 몸을 이루던 지, 수, 화, 풍의 사대원소도 다 사방으로 우주 속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어느 순간 다시 모여 또 하나의 다른 몸을 이루게 되겠지... 하며 상상해보곤 한다.

     

양과 염소가 더 넓은 초지에서 맘껏 풀을 뜯고
말들이 작은 웅덩이에서 물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통 평화다~~
이 순간 저들과 나의 일체화로 내 배도 부르다.




첨엔 하얀 양 떼들만 있는 모습이 이쁘다가 나중엔 까만 염소들이 군데군데 섞여있는 게 더 보기 좋다. 그리고 갈색 점박이도 있으면 더 조화롭고 ㅎㅎ 원래 양들 속에 염소를 함께 두는 것은 영리한 염소가 먼저 맛있는 풀을 찾아 움직이면 순한 양들이 뒤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염소는 미식가들이다.

그리고 양들은 원래 눈이 나빠 맛있는 풀도 제대로 못 보고 집도 못 찾아오니 항상 양들 속에 염소를 8대 1 정도의 비율로 섞어둔 다한다. 





 


드디어  청헤르 온천에 도착했다. 7~80도가 넘는 흘러나오는 온천수에 보석씨가 미리 사 온 계란을 담가 15분 정도 기다렸다 꺼내 먹으니 정말 완전 반숙으로 고소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땡볕을 피한 저녁에 온천탕에 몸을 담갔다.


밤하늘의 별도 몇 개 보이고 물은 첨엔 뜨겁다가 식으면 따스하고, 몸은 따뜻한 물속에 있고 내민 얼굴은 차가운 밤공기에 시원하니 완전 딱! 좋다. 

그래서 야외온천은 언제나 콜이다 ㅎㅎ 이튿날 아침에도 다시 들어간 온천물은 내가 해 본 중 젤 미끄러웠다. 온천탕뿐 아니라 머리 샴푸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도 느낀 거다. 언제나 푸석하고 건조해서 빗질이 잘 안 되는 내 머릿결도 미끄럽게 빗질이 잘 된다. 


여기 온천물에는 피부에 좋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여서 이전부터 유명했다 한다. 

그러다 몽골이 자본주의 방식으로 개방하고 나서 대규모 민간투자가 이뤄지면서 현대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우리가 묶은 곳의 식당은 게르수에 비해서 엄청 넓었는데 아마도 인근의 게르촌에서도 밥을 먹으러 여기로 오나 보다 싶었다.


쳉헤르 온천하고 나오는 길에 펼쳐지는
초원이 온통 노란 꽃밭이다.
몽골국토가 저 푸른 초원이니 뭐 할 말이 더 있겠냐마는...
그래도 노랑, 연보라, 하얀 꽃이랑 양 떼들, 말 떼들, 야크 떼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니 또 탄성이 나온다.

살기 좋은 나라, 모던한 나라 우리나라 한국이 뭐가 부족할까!

그저 좁아터진 땅 덩이가 한이 되고 널찍한 공간이 부족한 거 밖엔!

그러니 몽골에 와서 탁 트인 초원을 보며 무조건 와아~!~ 하게 된다.


그러나 겉으로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이 초원도 사실은 가까이 가면 온통 가축들 똥 천지다.

그러니 발을 조심해야 한다. 똥이 있어 꽃도 초록도 실 타는 사람, 똥은 못 보고 그저 사진에 보이는 데로만 환상을 가지는 사람들, 나는 그  둘 다 아니라고 본다. 오직 현실과 환상, 이상과 현실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람만이 꽃도 즐기고 똥도 수용할 수 본다.


가축똥은  잡식성 돼지도 아니고 다들 초식동물들의 똥이라 냄새가 안 난다. 똥 중에서도 소똥이 크서 수집하기 편해서 잘 말려서 난로 연료로 쓴다. 실제 게르에서는 장작을 주었지만 보석씨 말로는 몽골인들은 소똥 연료를 쓰고 그 냄새도 좋아한다고 한다. 몽골 5축 중에서 소는 가장 까다로운 식성을 가졌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심지어 소는 똥 근처에 있는 풀은 잘 안 먹는다 하는데 그 정도인 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가다가 적당히 점심 먹을 장소를 물색했다. 몽골은 도시가 아닌 가는 길 중간중간에 휴게소 같은 식당이 없다. 워낙 넓은 땅에 적은 인구가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

해서 우리는 정해진 식당은 없지만 온 천지 풀밭에 돗자리만 깔면 식탁이 되니 적당히 물가나 그늘 없이도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었다. 물론 마트에서 장 봐 간 걸로 해결하는 점심은 빵, 과일 등을 곁들여 늘 나름 풍성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가는 동안 잠시 길 가에 차를 세우니 어느새  아주머니들이 페트병을 들고 우르르 다가오신다. 몽골 말젖음료를 팔려고 오신 거였다. 어차피 쉬어가려던 참이라 내려서 길가 노점판매를 하는 집을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다가오는 꾀죄죄한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귀엽다 하니 김샘이 여기 사람들도 한국의 김맛을 알아서 아주 좋아한다며 우리가 먹으러 가져갔던 김을 나눠주신다. 김을 한 봉투씩 주니 순식간에 어디서 좀 큰 아이들도 나온다 ㅎㅎ 김이 한 박스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김을 나눠 준 고마움인 지 한 아주머니께서 말 젖을 만드는 통을 보여주시고 어떻게 발효시키는지 막대기로 젓는 시늉도 해 보이신다.

몽골의 말젖 발효술은 '아이락'이라고 불리는데 전통적인 방법은 보통 가죽부대에 말 젖을 담고 막대기로 200회 이상 펌프질을 한다. 이 펌프질을 많이 할수록 아이락의 맛과 풍미가 살아나기에 예전에 궁중에 납품하던 아이락은 1500번 이상 펌프질을 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보면 침을 뱉어 넣고 자루에 넣어 흔들기도 하던데 그것도 같은 발효과정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아이락은 젓거나 흔들거나 펌프질을 해주는 이 과정에서 발효되어 알코올로 변환되는데 알코올 도수가 2~3도로 낮아서 몽골인들이 주로 여름에  차게 해서 음료처럼 많이 마신다.

아이락은 몸속 노폐물 제거와 장 건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하여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다. 암말이 새끼를 낳은 후 6월부터 10월까지의 생산량이 많아서 그 시기에 음식보다 유독 아이락만 마시는 유목민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스탄국 여행할 때 말 젖을 이용해 만든 발효 음료 커머스가 생각났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이드 베키가 권해 준 커머스는 알코올성분이 없는 말젖 발효음료였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에도 비슷한 쿠미스라고  몽골의 아이락과 유사한 말젖 발효 음료가 있는데 그곳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고 했다. 추측하기로는 말젖 발효음료는 제조방법에 따라 알코올 성분이 얼마나 생기느냐는 다르겠지만  같은 원료인 horse milk 말젖으로  만들어료로 유목민족 국가들에서는 두루 통용되는 것 같았다.


몽골 역사를 보면 칭기즈칸의 아들들 중 대칸을 물려받은 셋째 오고타이의 경우 말년에 알코올중독으로 나오고 이 외에도 전사들이 술을 즐겨 마셨다고 되어있다. 아무래도 술을 만들 수 있는 말젖이 풍부한 데다 만드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니 술이 늘 가까이에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초원의 들판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오니 내 유년의 고향이 떠오른다
어워 사당 세 바퀴 돌고 소원을 비는 곳
어기호수에서 나오면서 찍은 호수 사진
나를 뚫어져라 보며 '이머꼬'를  하는 듯 ㅎㅎ  평화롭게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는 말들
하늘이 완전 윈도 바탕화면이다
꽃들도 똥들 못지않게 많고 다양하다
블랙 야크, 몽골 초원의 또 다른 게스트다
손을 대면 데일것 같은 뜨거운 온천수관과 삶은 반숙 계란
잠시 차가 멈추니 우루루 아주머니들께서 수태차를 들고 몰려오셨다. 콜라나 다른 병에 넣은 것은 말젖 발효술로 막걸리 냄새가 난다.

아주머니께서 들고 계신 소금기가 없어 약간 싱거운 몽골치즈는 저 크기에 이만 투그릭, 우리 돈 7천 원 정도인데 엄청 싸고 맛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발그레 뺨을 보니 어린 시절  시골친구들이 생각난다
일행중 김샘께서 가져간 김을 나눠주었다  몽골인들도 다들 김을 좋아한단다. 말젖 발효술을 퍼 내는 아주머니가 막대기로 저어서 술을 퍼 낸다.  
 보석씨가 몽골노래 틀어달라 하니 틀어주는데 좋아서 누구냐니까 Haranga Lhavgasyren  60대^^ 록 가수란다.  

온천물에 계란 삶아 먹기~적당히 반숙된 계란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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