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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07. 2023

몽골 2 ~몽골말은 빠르고 몽골씨름은 우아하다

몽골에서 말타기와 씨름경기 관람하기



드 넓은 몽골 초원을 보면 일단 가슴이 탁 트이고 할 '말'이 없다. 

그저 탈 '말'이 많을 뿐 ㅎㅎㅎ


몽고간장의 '몽고'는 원래 중국인들이 한자로 '蒙古’로 표기한 데서 왔다.

 '蒙’은 '덮을 혹은 어리석을  몽’이고, '固’는 '옛 고’라는 뜻이니 좋은 의미로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마치 중국이 우리를 동쪽 오랑캐란 뜻으로 동이라 했듯이. 

그래서 몽고인들은 몽고란 말을 싫어하고 당연히 몽골이란 이름으로 불려지길 바란다.

고로 우리도 이제 '몽골간장'으로 불러줘야 하나? ㅎㅎ


몽골은 청나라 이후 200년 동안 혹독한 중국 식민지배를 받았기에 우리가 일본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을 싫어하고 지금도 민족이 우리처럼 남북으로 외몽골과 중국의 내몽고 자치구로 나뉘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없는 곳이 몽골이라 하니 얼마나 철천지 원수처럼 여길까 싶었다. 나도 이번에 몽골 역사를 좀 더 알게 되니 두 나라 사이가 이해가 되는 면이 많아졌다.


몽골은 바다도 없이 내륙국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은 몽골에 대해 정부차관뿐 아니라 민간 광산, 건설, 유통등 많은 투자를 해 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국의 이익을 위함이다.

몽골인들은 다 같이 지배를 받았어도 차라리 러시아에 대해 더 우호적이라 하고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이 몽골에 오면 몽골인들의 반중감정을 알고 있어서 몽골인들 앞에서 행동도 말도 조심스럽게 한다 한다.


암튼 인구 3백만에 소위 몽골 5축이라는 말, 염소, 양, 소, 낙타등 가축수만 7500만 마리 라니 몽골은 가축들의 낙원이다. 이런 곳에 왔으니 내 어찌 말을 아니 타리~~


테를지 국립공원에 간 날~!  
장장 4시간 말을 탔다.


말을 타고 첨벙첨벙 강물을 건널 때의 짜릿함과 말이 진흙탕을 교묘하게 잘 헤치고 나갈 때 정말 희열이 느껴졌다. 말이란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동물과 일심동체 하나로 움직이는 체험을 실컷 한 날이다. 때론 엉덩이가 살짝 아프려고도 했지만 이 좋은 귀한 체험에 하면서 엉덩이 통증보다는 말 위에서 보는 또 다른 조망인 풍광을 즐기고 주변 풍경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풍경도 말타기도 몰입하며 함께 즐겼다.


테를지의 6월은 온통 들꽃잔치다. 초록에 노랑, 하얀색, 보라색 야생화꽃들로 아름다웠다.

말도 만만한 승마주인을 알아보는지 가다가 풀을 보면 옆길로 새려 하고 한번 풀에 입이 닿기 시작하면 풀만 먹고 안 가려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다시 고삐를 잡아당기고 츄~! 하고 독촉하면 마지못해 또 다른 말을 따라 가는데 내가 탄 말이 다른 말들보다 어린 말이라 그런 지 더 식탐이 많았다 ㅎㅎ


지금껏 말은 다른 곳에서도 한 열 번은 더 타 보았지만 잠시 타 본 것과는 다르게 끝내 물릴 정도로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역시 몽골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3년 6월 16일은 내게 말 오래 탄 것으로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나중에 말이 조금 달릴 때는 살짝 엉덩이를 들어주거나 허리를 옆으로 비틀어 앉아주는 센스도 가다가 배웠다. 달릴 때 너무 충격이 오고 아프니 내 앞서 가시는 김샘을 보고 즉석에서 적용해서 그리했다. 몽골 20년 차이신 김 선생님은 몽골에서 승마체험 가이드도 하신다.


유럽말에 비해 몽골말은 나처럼 숏다리라서 덜 높아 덜 무섭고 기사 겸 가이드 보석씨말로는 유럽말은 쉬지 않고 10킬로밖에 못 달리는데 몽고말은 연속 30킬로를 달리고도 끄떡없단다.

그러니 몽골제국은 말 두세 마리를 끌며 종횡무진으로 진격해서 알렉산더보다 나폴레옹보다 더 큰 제국을 이루었으리라~! 보석씨는 원래 이름이 에르드네인데 부르기가 어려워서 뜻을 따라 내가 지어줬다. 

우리나라 정보석이 괜찮은 스타라며 ㅎㅎ






두 번째로 말타기를 즐긴 것은 미니 사막 엘승타사르해 에서였다.


미니사막에서 첫날 저녁은 쌍봉낙타를 타고 일몰을 감상했다. 이집트에서 타 본 낙타완 다르게 쌍봉낙타의 한 봉을 잡으니 따뜻하고 물컹한 촉감에 낙타의 체온으로 살아있는 생명체 느낌이 확 느껴졌다

뜨거운 해의 열기도 사그라들 무렵에 미니사막의 초원을 낙타를 타고 가는 체험이 좋았고 막 사막에 도착할 무렵 해는 지고 있어서 사진 찍기도 딱 좋았다. 일행들은 낙타를 타고 천천히 걸어갔는데 말을 타고 달려오신 김샘은 종횡무진 우리 앞으로 달려 사막의 구릉까지 갔다 오는 모습을 시연처럼 보여주셨다. 우리는 황야의 카우보이처럼 일몰의 사막에서 멋진 장면연출이라며 모두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해가 뜨겁기 전 말을 타고 미니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처음엔 내 말의 줄을 잡고 앞서 가던 마부가 줄을 내게 맡기고 담배를 피우며 먼저 가 버렸다. 해서 나는 그 후로 내내 모래언덕, 사구를 혼자 뒤따라 갔다.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가까이 일행들이 있어서 때론 옆길로 새는 말에게 츄~! 하고 외치며 따라붙었다. 

드디어 구릉에 도착해서 높고 가파른 모래언덕을 미끄러지지도 않고 올라가는 말의 가는 다리와 발굽에 찬탄하며 고마워할 뿐이었다. 사막을 보는 것만도 경이로운데 말을 타고 올라가니 내겐 정말 더 새롭고 놀라운 체험이 되었다.


오르막을 가파르게 오르면서 드는 생각! 내리막 급경사를 내려오며 불쑥 드는 생각들!

내 몸은 말과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순간순간 번쩍이는 생각들이 일어난다.

내 인생의 고비를 오르막 내리막할 때의 장면들에 대한 찰나적 성찰의 순간들이었다.


내 인생에도 이렇게 가파른 오르막내리막이 있었는데
그건 나에게는 바로 고속변화의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미니사막 엘승타사르해를 보고 울란바토르 돌아오면서 '칭기즈칸 후레'를 들렀다.

이곳은 1992년에 설립된 몽골 최초의 민간 관광단지인데 칭기즈칸 시절 바퀴로 옮기던 게르를 비롯 몽골제국 당시 황궁을 본떠 만든 게르도 있고 몽골의 마지막 황제가 사용한 거울, 갑옷, 기물등이 있는 역사기념물관도 있다.

이 단지는 몽골인뿐 아니라 해외인사들의 탐방 장소이기도 해서 달라이라마나 유엔 사무총장등 몽골을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은 꼭 다녀가는 곳이라 한다.  2016년 7월 15일 ASEM 회의 때 이곳에서 만찬이 열려서 더 잘 알려졌다.


아무튼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VIP 손님들이 왔는지 미리 준비된 천막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었고 마침 씨름경기 시연이 있었기에 몽골의 세 가지 전통인 말타기, 씨름경기, 활쏘기 중 귀한 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씨름선수가 경기 시작 전후에 학처럼 우아하게 팔을 흔드는 동작들이 기선제압인 지 선전을 위함인지 처음에는 놀랐지만 암튼 울퉁불퉁한 몸매와 그 동작이 대비되어 나는 킥킥 웃었다. 

근데 나중에 알아보니 그것은 학춤이 아니라 몽골의 전통 춤 중 하나인 "이글갈무"로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모방한 춤이라 했다


몽골 씨름 시합 전에 선수들이 독수리처럼 춤을 추는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찾아보니

 첫째, 독수리는 몽골에서 귀한 동물로 여겨지며, 힘과 용기를 상징하니 선수들은 독수리의 특성을 모방하여 자신의 힘과 용기를 어필하고자 함이다.

둘째, 몽골 전통문화에서 춤은 자연과의 조화로서 영적인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고 다. 해서 시합 전에 춤을 춤으로써 선수들이 자연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셋째, 이러한 춤은 선수들의 멘탈 조절과 집중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몽골 씨름 시합 전에 선수들이 독수리처럼 춤을 추는 것은 그들의 용기와 자신감을 드러내고, 심신 안정과 멘탈을 조절하고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몽골 3종경기인 말타기를 체험해 보고 씨름 경기를 보고 독수리춤에 대해서도 이렇게 알아보고 나니 몽골이 좀 더 보이고 나도 몽골과 더 가까워진 듯했다.


특별히 거칠게 보일 수도 있는 승부의 씨름경기 앞에서도 저렇게 심신의 조화로움과 힘을 모으기 위해 춤을 다는 것이 내게는 초원에 사는 투박한 야인 같은 몽골인이란 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씨름경기를 보고 나오면서 남미 인디언들이나 아프리카 부족춤에서 보던 다른 동물 모방춤이 생각나기도 했다.


몽골 북방 유목민이나 남미 인디언이나 아프리카 부족민이나 다 자연과 하나 된 춤과 의식이 있는 거로 봐서 씨름시합이 단순히 피지컬 한 신체 운동경기일뿐 아니라 심신이 하나 일체로 이뤄지는 조화로운 예술경기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서너 살부터 말을 탄다는 몽골의 아이들~ 열서너 살이면 벌써 훌륭한 마부가 된다~몽골인들은 말 위에서 진정한 몽골유전자가 살아나는지도 모른다.
6월의 몽골은 초록초록에 꽃들이 피어난다~~ 테를지의 멋진 바위들을 감상하며 말 타고 자유와 여유를 만끽한 날이다.
테를지 거의 정상에서 쉼, 자유, 평화를~!
엘승타사르해 미니사막 모래언덕 오르기~!
인생도 오르막 내리막길이 있는데 때로 그 경사가 급격하면 그건 고속변화의 시간들이다.
바위가 모래로 변한 시간들을 느껴보자~~지나온 발자국도~~ 어느새 시간의 흔적들이다



돌아오면서 들렀던 칭기즈칸 후레 게르촌, 우리문화에도 있는 솟대, 지하대장군같은 것들이 서 있다.
차례를 기다리는 씨름선수들과 활쏘기 하는 곳
우승자가 몽골국기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독수리춤 세레모니를 ~
현장에서 안내하는 전통복 입으신 분이랑/ 칭기스칸 동상

씨름 경기 전 독수리 날개짓 춤을 추며 시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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