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1일
알마티 3일째,
그간 함께 하던 일행들을 배웅하고 몽골로 떠나기 위해 나 홀로 호텔에 남았다.
잠시 허전하다.... 그래서 호텔 앞 공원에 나가본다.
가서 심호흡도 하며 남편과 아들에게 영통을 한다.
영상통화를 하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마치 가까이 있는 듯 하니 참 편한 세상이다.
내 손안에 폰이 천리안이요 그를 통해 세상은 모두 내 손안에 있다.
여행이야기, 일상과 근황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감상에 젖었던 마음에서 벗어나 안정모드로 돌아오니 다시 내 눈앞의 풍경인 이곳이 보인다.
호텔 앞 오페라 하우스를 들어가 보니 마침 공연 중이었다. 아! 미리 알았더라면 예약을 해서 볼 수 있었을 텐데~아쉬움이 크다. 알마티는 널찍널찍한 도로로 생긴 모습도 작년에 갔던 아르메니아 예레반을 떠올리는데 그때 예레반 자유광장에 있던 오페라하우스에서 칼멘공연을 보았던 생각이 났다.
알마티에는 고딕양식의 중후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구 소련체제 위성국의 도시답게 여기저기 음악당,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들이 많으며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과 분수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낮에 갔던 젊음의 거리 아르바트를 떠올리면서 아들과 함께 이곳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길거리 버스킹도 좋고 별다방 같은 카페들도 있어 아들도 좋아할 거 같아 가족이 함께 와서 좀 오래 있다 가고픈 도시다. 도시 주변에 계곡이나 자연환경도 누리고 맛있는 음식과 도시지만 쾌적한 녹색이 많은 이곳이 맘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많이 띄는 아이들 모습으로 도시는 더 활기차 보였다. 다음에 오면 한 달 살기도 해 보고 싶다.
일행들은 가고 다시 혼자가 되니 작년에 혼여 5개월 했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정말 당장 떠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거 같은 기분, 떠남은 오랜 내 마음속 숙원이었기에 이제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내적 밀어냄이 컸었다.
그래서 혼자 길 위에서 사색도 많이 하고 두루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이었다.
혼자였기에 오롯이 혼자만 감당해야 하는 짐의 무게만큼이나 그 무게를 닻을 고정시키는 엥커처럼 해서 바람처럼 자유롭게 더 높이 날아오르며 주유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감당하는 만큼의 자유를 누린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연이 하늘 높이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는 것은
내가 잡고 있는 끈이 있기 때문이듯이
이번 여행은 같이 함께하는 윈윈의 장점을 가진 여행이었다. 사실 여행 내내 나는 너무 편했다.
적어도 여행의 기획부터 계획, 실행과 그리고 매번 계산, 피드백, 점검에 대한 모든 부분을 다른 동료가 대신 다 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반면에 계속 함께 움직여야 하는 동선과 일정으로 내 자유의 폭은 엄청 줄었다.
자유와 편함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쫓을 수는 없는 법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아쉬움을 남기고 탄,탄,탄국 기행을 마치면서 마지막 나 혼자만의 알마티 하루 연장된 체류시간이 귀하게 여겨졌다.
지난 보름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있을 보름간의 몽골여정을 그려보며 한숨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었기에 더욱!
알마티는 엄청 큰 벤치 등받이만큼 뭔가 든든하고 편하게 여겨지는 도시다. 일단 공원이 많고 나무가 많아야 공기가 좋다.
무엇보다 가이드 테밀란의 말마따나 동서의 게이트요 만남의 광장인 중앙아시아의 매력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곳이라서 흥미로운 곳이다.
중앙아시아로 떠나오기 전에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데 한 보름여정을 하면서 세 나라를 두루 보긴 했지만 역사적 문화적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더 깊이 있게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늘 하듯이 복습여행을 하면서 다시 아하~! 하며 깨닫게 되는 사실이 많다.
여행은 단편적으로 알던 사실들이 마침내 퍼즐로 맞춰져 완성되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알마티 역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냥 겉보기론 평화롭고 깨끗한 도시 같아 보였는데 이도 다 힘든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란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1991년 소련연방에서 독립했지만 이 도시에는 아직도 러시아인들이 흔하게 보여 자국민과 여행자들이 구분이 잘 안 된다. 공용어를 러시아어로 쓰고 아직까지 많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쓰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구 소비에트 시절 때보다 지금이 의료시설 이용이 더 열악해지고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지고 국민소득도 낮아졌다며 그때를 은근히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소련이 해체되고 나라는 독립되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독립이었을까? 이 나라가 독립되고 ‘누르술탄’이란 한 대통령이 오랜 장기집권을 해서 그는 '30년 독재자'란 이름을 얻었다. 땅 밑에는 엄청난 지하자원이 묻혀있고, 카스피해에서는 매일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는 부자나라니 그동안 그 혜택을 전 국민이 골고루 나누지 않고 그와 함께 하는 그의 추종자들이 탐닉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부작용으로 작년 알마티 시위도 일어났는데 이제는 갈수록 정치가 안정되고 진화되어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국가의 부와 경제적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되어 알마티의 녹색 공원들만큼 이나 평화롭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떠난다.
유르트 안에 있는 오방색 수술 같은 것이 길 위에 차양처럼 늘이워져 있다. 오방색 수술이 파란 하늘색과 대비되어서 이쁘다
기념품 액세서리 파는 노점상도 이쁘다
무슨 말들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낙서들 그 위를 모두 덮어버리는 C가 B를 좋아한다는 말~~
결국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 ㅎㅎ
등받이가 튼튼한 이곳 벤치가 인상적이다.
애플도시라 사과문양이 자주 눈에 띈다
뚜벅이 여행자에게 필수 아이템인 공원, 카페, 그리고 유사시에 잠시 누워 쉴 수도 있는 이런 튼튼한 벤치의자 ㅎㅎ
작년의 평화시위와 폭력진압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알마티, 이 도시에 늘 평화가 깃드길 기원한다.
분수대가 있는 아르바트 거리
아이들과 산책하는 아빠들
분수대 주변의 물을 즐기는 아이들
공원에 책을 두고 읽을 수 있다. 점심시간이 된 듯 접이식 책장을 닫는 공원의 아가씨
길거리 판매 그림전시
카자흐스탄 그들의 조상도 원래 북방 유목민족이었다~
호텔옆 거리 풍경
잠시 쉬는 동안 길거리 공연은 언제나 뮤직 테라피, 영혼과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다
호텔 근처 카페 벽화가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동물문양들
알마티 대학 분수대 앞에 노는 아이들
길가 장미는 밤에 더 화려하다
알마티 호텔 식당 모자이크 그림
엄청 큰 나무가 7층의 나의 호텔베란다까지
나무 키가 호텔 7층까지 높이다.
프런트에 누구냐고 물어보니 호텔 앞의 동상은 러시아 영화배우라 한다
몽골로 가기 위해 알마티 공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