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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Feb 28. 2024

알바트로스(Albatros)

 창공의 왕자 알바트로스


창공의 왕자 알바트로스

3 미터의 긴 날개로

하루 수천 킬로를 날 수 있지

하늘을 나는 연처럼 기류 타고 

유유히 활공한다네     

바다 위 날아서 만 육천 킬로 

거뜬히 비행하는 장거리 선수

두 달이면 지구 한 바퀴도 돌 수 있다네     



보통새들 처럼 날개짓으로 하지 않는

알바트로스만의 특별한 이륙방식

dynamic soaring~!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절벽에서 뛰어내려 큰 날개 펼치며

바람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지



바람의 마법사 알바트로스

바람의 힘을 타고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바람아! 더 크게 불어라!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몸을 돌릴 때는

바람을 받아 위로 올라가고

바람을 등질 때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간다네


        

긴 여행을 떠나는 어린 알바트로스

날기 시작하면 땅을 밟지 않아

번식할 때까지 활공만 하는 친구도 있지    

그 동안 무얼 먹고 사나요?

오징어나 생선을 잡아먹고, 바닷물을 마시고 살지요

우린 바닷물을 마셔도 괜찮아요

바닷물의 염분은 콧구멍으로 흘려보내요

그러면 잠은 어떻게 자나요?

우리는 Power nap 쪽잠을 자지요

새들은 깜박 자면서도 날 수 있답니다          



그러나 창공의 왕자 알바트로스

육지에서는 바보새라네

큰 날개 접고 작은 발로 뒤뚱뒤뚱

사람이 다가와도 피할 줄 모르고

순진한 눈망울로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 

알도 뺏기고 작은 쥐에게도 잡아먹힌다네



그래서 *시인도 뱃사공들에게 잡혀 

조롱이나 당하던 알바트로스처럼

'하늘에서는 왕자였지만 

땅에서는 비참한 신세'라고 스스로 한탄 했었지  

일상 속에 구겨진 자신의 초라한 모습

부조화와 어색함으로 탄식했다네     

    


그래도 바보새는 순정파라네

짝짓기 춤도 아름다운 알바트로스

한번 결혼하면 부부해로 50년 

수명도 90년이니 사람도 부럽지 않다네

알이 부화하기까지 사람처럼 아홉 달

암컷 수컷이 돌아가며 알을 품고

양육도 아빠 엄마가 공평하게 하지

    


나도 바람의 왕자 알바트로스처럼

바람 따라 바람의 힘으로 살고 싶다네

이제 제자리 날개짓 파닥임 멈추고

바람 타고 유유히 가고 싶다네    

나 바보새처럼 마음 비우면

내 옆구리에도 긴 날개가 생기려나

     




사진 - 픽사베이



    










PS
알바트로스  ~ *보들레르
흔히 뱃사람들이 재미 삼아 거대한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잡는다.
이 한가한 항해의 길동무는 깊은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따라간다.
갑판 위에 일단 잡아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서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흰 날개를 노처럼 옆구리에 질질 끄는구나.
날개 달린 이 나그네, 얼마나 서툴고 기가 죽었는가!
좀 전만 해도 그렇게 멋있었던 것이, 어이 저리 우습고 흉한 꼴인가!
어떤 사람은 파이프로 부리를 건드려 약 올리고,
 어떤 사람은 절름절름 전에 하늘을 날던 병신을 흉내 낸다!
'시인' 도 이 구름의 왕자를 닮아,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건만,
땅 위, 야유 속에 내몰리니, 그 거창한 날개도 걷는 데 방해가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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