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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2. 2023

크로아티아의 품으로~!

쟈그레브에서 쉬어가다

여행시작할 때는 나도 이렇게 캐리어 끌고 다닐 줄 몰랐다. 그냥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 있으면 한 달 살기 하며 지내다오자~라고 떠나왔다. 그런데 막상 와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이 세상에 안 가 본 곳이 가 본 곳 보다 더 많은데 한 곳에 주저앉아 지낼 수는 없다였다. 그리고 이십 대 때 유레일패스 타고 한 달간 유럽도시를 주마간산 격으로 훑던 그때 이후에 처음으로 나온 자유여행이었다. 그간의 여행은 대개는 패키지, 가족, 연수 등의 여행이었다.


내게 결혼, 직장, 가정 구속의 36년^^만에야 주어진 '나 홀로 자유여행'인데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순 없다. 이 자유를 자유에 걸맞게 제대로 쓰고 후회 없이 살다 가자~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영원히 없다~!!


그래서 이 만보도 거뜬히 걸을 수 있을 나이에 뚜벅이 여행 하자로 굳혔다. 가다가 피곤하면 얼마든지 쉬어가고, 여행일정 그 누구에게도 간섭, 통제받지 않고 민폐 두려움 없는 것이 자유여행이다. 단체여행 때 뭘 보다 일분이라도 늦으면 늘 미안했고 나중엔 내가 매 번 늦으니 시간 지키려 노이로제가 되었다.


보통은 이동 이삼일 전에 다음 갈 곳을 정하고 하루 전에 숙소와 교통을 예약하는데 비엔나 한인민박에선 체크 아웃날 아침 먹으면서도 어딜 갈지 정하질 않았다. 나도 이제 드디어 여유만만디가 되었구나 싶었다 ㅎㅎ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부랴부랴 숙소를 정하려는데 북킹닷컴에서 100유로 단기할인이 뜨길래 대충 사진 보고 예약해 버렸다. 보통은 숙소 가서 결제하고 취소무료인데 카드 선결제까지 해 버리고 ㅠㅜ 혹시 이거 아닌 거 아냐? 하며 살짝 의구심도 들었지만, 뭐 이제 어떡해, 복불복이지. 했는데 도착하니 모든 게 퍼펙트했다. 주인집 딸은 나에게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안내를 해 주었고 혼자 쓰기는 방이 크지만 잘 지내라 하고 나갔다.


사실 여행에 숙박비 부담이 젤 크다. 거의 50%를 쓰는데 할 수 없다. 1인용 방은 없고 보통 한 사람이 쓰도 2인실 요금을 내고 쓰니 도착하면 다들 혼자 왔냐? 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차피 같은 가격이니 1~2인 체크 없이 그냥 예약한 경우다. 조식 있는 에어비엔비와 아파트형 숙소 요금은 비슷하거나 아파트형이 장소에 따라 더 비싸기도 한 데 갈수록 아파트형 숙소가 더 편하다. 프라하처럼 조식을 아침 빵바구니로 배달하는 경우 외엔 시간 맞춰 옷 갈아입고 먹으러 나간다는 자체가 싫어진다. 자유가 늘어지니 그런 거 조차 부담이다.


암튼 단 며칠이라도 푹 쉬다 가자며 온 자그레브인데 숙소가 그를 인정하고 받아준 거 같아 기쁘고 이제 유럽도시는 다 거기서 그 기야로 여행 포만감도 젖어들 때 이렇게 또 숙소로 감동을 주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아 그래서 또 새롭게 경험하며 발견하는 감동으로 여행의 즐거움은 계속되는구나 싶다.


자그레브는 이름도 이상한데 중세시대 가뭄에 지나가던 영주가 목마른 기사들을 위해 창을 꽂으며 물을 찾아내고 여기다 파내라, scoop up 해서 생긴 이름이라 한다. 로마 시절 1세기 일찍부터 도시로 형성되어 발칸반도 내륙의 요새로 기능하였으나 이후 신대륙발견으로 해안가도시들인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자다르 가 발전하면서 자그레브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 한다.


자그레브 대성당은 이름이 성 스테판 성당(St.Stephen Chapel)이다. 나는 다 스테반성당이냐 라며 깔깔 웃었다. 비엔나의 137 미터탑이 있는 거대한 슈테반성당도, 헝가리 최대 붉은 대리석 기둥이 화려했던 이슈트반성당도 영어식으론 다 스테반 성당이다. 기독교 최초 순교자이름을 따서 다 그렇게 지은 것이다.


처음 여행올 때 건물사진은 안 찍고 사람, 풍경사진만 남기려 했는데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도 아닌 유럽에선 그들의 근간 문명인 성당을 안 볼 수도 비켜갈 수도 없다. 다 도시 중심에 있으니.

유럽의 모든 도시는 중심에 성당이 있고 그 외 아직도 왕가가 있으니 궁전과 지금까지 주름잡았던 역사가 있기에 훔쳐오던 자국의 것이든 박물관이 있고 공원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역사의 현장이 이뤄졌던 광장이 있다.

여기도 그런 광장이 반 옐라치치 광장이며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이어주는 곳이다. 시계탑도 있어서 시민들에게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기도 하다. 1990년대 크로아티아 인들이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을 추진할 당시 시민들이 모인 곳이다.


암튼 자그레브 성당을 가니 2년 동안 수리 중.... 닫혔고 ㅎㅎ 사람이나 건물이나 오래되면 당연히 보수를 하며 살아야 한다. 주인집 딸이 적극 추천한 Dolac 시장에 가서 현지옷과 체리를 샀다. 옷은 짐 무서워 대충 버렸는데 그래도 필요가 생기니 또 살 수밖에 없다.

햇살 가득히 들어오는 거실에다

식기세척기까지 있는 주방과 식탁

더블베드가 있는 침실이 두 개씩이나 ㄷㄷ

담배랑 전철표등을 다 함께 판다.

보수중인 쟈그레브 스테판 성당 정면

성당 골목을 지나오면 보이는 Dolac 시장

예전에 우리나라도 저렇게 이고 다녔는데 시장에 저렇게 물건을 이고 가져와서 팔았던 가 싶다.

내가 간 오후시간은 파장 무렵, 자그레브 성당 바로 앞쪽이라 꼭대기 건물이 보인다.

반 옐라치치 기마상이 있는 그의 이름을 딴 광장

식당이 즐비한 거리~그런데 마땅히 앉고 싶은 시원한 곳이 없어서 좀 더 걸었다

돌의 문 안 성모마리아 그림 앞에서 기도하는 아저씨, 1731년 대화재가 나서 문은 불타도 고스란히 그대로 남았던 마리아 그림의 위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5월 31일 화재날이 자그레브 시의 날이 되었다.

성마르코 성당. 왼편 문장은 통합되기 이전 세 나라를 상징, 오른편 문장은 자그레브시를 상징

그림 박물관에서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소박한 풍속을 엿볼 수 있었다.

하루일을 마치고 맨발로 돌아오는 모습이 정말 소박한 시골 옛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가

마을 축제 그림이 무슨 절기인 듯하다

땔감과 수레 ~할머니 눈길에도 겨울나기를 위해서....

아날로그적 향수인 지 나는 이런 풍속그림을 좋아한다

사용시간 1분도 안 되는 세상에서 젤 짧은 푸니쿨라. 윗동네와 아래동네를 연결하기 위해 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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