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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Robot

한국 SF 단편 10선 유,로봇 정희자

by 김별


온라인에서 소설과 서평을 쓰는 정희자 작가, 그녀는 SF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글을 쓴다.

그녀의 "U, Robot" 을 읽었다. 이 작품은 아래 한국 SF 단편 10선에 수록되어 있다.



인간의 유전자로 만들어져서 사람과 같은 몸, 성장하는 유기적 몸을 가지고 있으나 두뇌만 기계인 인간, 그를 로봇이라고 할 수 있나?


로봇 아이를 기른다는 점에서는 영화 <AI> 와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그 아이를 처음부터 자식으로 여기진 않는다는 점에서는 좀 다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신을 닮은 로봇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다 마지막 부분에 아이가 자기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변화하는 감정선은 보통 부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모성이란 것도 생명과 존속을 위해 우리 안에 내장된 프로그램일 지도.


이 작품은 가상 공간에 사는 로봇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사이버네틱스가 갈수록 첨단으로 치닫는 지금, 인간과 로봇을 판가름하는 요소는 출생과 두뇌 성분, DNA 정보량 정도다.

즉 로봇과 인간을 가르는 선은, 두뇌가 컴퓨터인가 뇌세포로 이루어진 생체 두뇌이냐는 차이다.

그래서 주인공인 로봇 딸은 인간의 육체를 지녔으되, 큐스프를 탑재한 인공두뇌가 두개골에 자리 잡았다는 차이만 있다.


인간의 육체에서 태어났는가, 두뇌가 컴퓨터가 아닌 뇌세포로 이루어진 생체 두뇌인가가 인간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
~ 사람 및 기계에 나타난 제어와 통신의 이론·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인공 지능· 제어 공학·
통신 공학 따위에 응용함. 인간 두뇌학


https://youtu.be/kxicJXx7794?si=tRXqI_-um4kNHPMh


"엄마, 진짜가 아니라서 미안해요.
저를 버리지 마세요."
"푸른 요정님, 제발...
제가 인간이 되게 해주세요."
흑흑 ㅠㅜ





안 박사는 연구의 목적으로 로봇 딸인 유니를 키우게 되었지만, 자식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던 그녀가 로봇 딸이 납치되는 과정을 겪으며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발췌독을 권하며….

공감과 감상은 독자분들에게 맡긴다..



그런 세상 속에서 너는 태어났어.

내게서 채취한 난자와 생식세포로 육체를 만들고,

큐스프(Qusp: the quantum singleton processor) 를 탑재한 인공두뇌가 너의 두개골 속에 자리 잡았지.

그래서 너는 나의 복제인간이 아닌 로봇인 거야.


비록 생명 활동을 하는 유기체이고 맨눈으로 구별하기 힘든 인간의 외모를 갖고 있다고 해도 너의 기억, 사고가 양자 컴퓨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너는 로봇인 거란다.


나는 너의 부모 역할을 해야만 했어. 그 결과 나는 너의 부모이자 창조주이자 개발자이고, 감시자이자 상황을 관리 감독하는 관리자의 입장에 서게 된 거란다.

한 인간으로서, 과학자로서 무척이나 난처한 상황이었지. 동물학자가 동물을 기르는 거나, 병리학자가 환자를 돌보는 그것과는 다른 일이었단다.

넌 내 DNA를 이어받은 자식이지만 엄연히 양자 컴퓨터를 탑재한 인공 생명체였으니 너를 어떻게 내 자식으로 여기고 사랑하며 인간으로 키울 수 있겠니...

‘사실 난 널 키우는 게 아니라 발달 상황을 관리하는 거야'라고 말할 순 없잖니.

무엇보다 난 나와 꼭 닮은 아이가, 내가 아닌 나와 함께 살 자신이 없었던 거야.


내가 너에게 처음으로 네가 로봇임을 알려준 일이 기억나니? 사실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절차에 불과했단다.


큐스프의 연산능력이 인간의 뇌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진 않았지만, 1세대의 아이들이 그랬듯 너 역시 인간이라면 천재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빠른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보였지.

육체의 운동 능력은 사람과 별다른 바 없었지만, 너의 큐스프는 성장하고 죽는 뇌세포와는 달리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였으니까 말이야.


난 숱한 영상과 전자책, 음악과 미술 작품을 보여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인격과 지성을 갖춘 존재로 만들려고 했어.

최소한 사람 나이로 열 살이 되기 전에는 성인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자신이 로봇이라는 걸 확실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말이야.


그래서 너는 아홉 살이 될 무렵 드디어 로봇 공학과 인공두뇌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

(로봇 인간들만이 만나는 BOW에서 사회성을 익혀가던 딸 유니는 그곳에서 만난 루이스와 아예 그 세계를 자신들이 총괄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가상세계를 만들고 있었어, 개발 중인 그 세계는 '멋진 옛 세계', 즉 BOW (Brave Old World)라고 불리고 있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의 세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곳이었어.

그 BOW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게 우리 연구소의 양자 컴퓨터 기술이었고, 둘 사이의 끈끈한 유대 관계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


네가 적극적으로 BOW의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이유를 난 짐작할 수 있었어.

다른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특히나 너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일지.………….


구축 중인 BOW 안에서 2세대 로봇 아이들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든 만날 수 있었어.

사람이라면 뇌에 전극을 꽂니? 어찌하니 하는 복잡한 시술이 필요한 데다가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염려되어서 임상시험을 엄두도 못 낼 상태였건만 너희들은 컴퓨터로 세상에 접속하듯 간단히 BOW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


인간의 기억과 정신, 영혼이라 불리는 어떤 것을 디지털화하여 전송한다는 건 여전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어.

그건 마치 유화를 스캔하여 컬러 프린터로 뽑는 것과 같아. 같은 액자에 넣으면 멀리서 볼 때는 비슷하게 보이겠지.

하지만 유화만의 질감, 겹쳐 바른 두꺼운 물감과 같은 요소를 재현할 수는 없는 일이야,


거기에 비해 너의 인공두뇌에 담긴 데이터는 컴퓨터의 페인팅 프로그램으로 그린 그림과 같아. 원본 파일을 복사한 것은 원본과 같은 내용과 가치를 지니기에 얼마든지 디지털 가상세계로 전송할 수 있었단다.






넌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몇 시간이나 그 안에서 살았어. 나는 모니터를 통해 BOW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은 근경을 바라보듯 지켜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가 없었어.


"걱정하지 마세요."

루이스라는 이름의, 역시 큐스프를 가진 2세대 로봇 중 하나가 BOW 안에서 만난 내게 말했어.

"유니는 우리 중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심지가 굳은 아이니까요.

따님을 믿고 지켜봐 주세요."


루이스의 눈에 내가 딸이 친구들과 어울리다 탈선을 할까 봐 조바심을 내는 극성 어머니로 비쳤나 봐.

사실 내 입장은 관리 감독을 하고 있던 건데도 말이야. 비슷한 또래들의 만남이 너의 사회성을 키워 주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캘빈 소장의 발상은 틀리진 않은 모양이었어.


BOW를 즐기면서도 너는 중독이나 의존증에 걸린 것처럼 보이진 않았거든. 이전보다 더 밝게 웃게 된 너를 보며 난 어릴 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으니….

<루이스>

"어째서, 왜 그런…. "왜 대필을 했느냐고요? 전 사실 어머님의 일부에 불과했어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도, 제가 태어나고 자란 10년 동안 전 오직 어머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어머님의 뜻을 이어가는 데에만 주력했죠.


아시다시피, 어머님께선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성을 가진 로봇이 나타날 것이며 그들에게도 인간과 같은 권리를 줘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셨잖아요. 드디어 사람 두뇌보다 작은 큐스프가 만들어지고 우리와 같은 존재가 나왔으니 어머님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어머님께선 1세대 로봇들을 인간으로 위장하여 기른 것에 대해선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저 역시 처음부터 스스로가 로봇이라고 자각하며 자랐고요.

덕분에 지금도 로봇이 인간과 조화롭게 사는 미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거죠. 한 가지가 더 있다면, 그건 저를 구성하는 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에 관한 거였지만요."


"하지만 윌슨 교수님은 굳이 자기 죽음을 감출 필요가 있었을까?"

캐서린 윌슨은 오래전에 은퇴하여 현재는 교단에 서지 않지만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은 아직도 그분을 존경의 뜻을 담아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교수님이 제시한 로봇에 대한 낙관적인 미래의 비전이 나와 같이 로봇을 개발한 연구원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위안이 되어주었는지 몰라.

그러니 그가 실은 오래전 죽었고 로봇이 후계자가 되어 그의 글을 대신 썼다는 말을 들으니 놀랍고 슬프면서도 왠지 그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루이스~ “그래서 저희가 2세대 아이들이 힘을 합쳐서 그 세계를 우리 머릿속으로 옮기려고 해요.

저희가 큐스프를 총동원한다면 지금부터 200년 전의 지구가 구현되는 거예요.

그곳에서 우리는 그 세상 속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갈 수도 있다고요!"


너는 자랑스레 말하는 루이스를 지그시 바라보았어.

마치 연인을 보는 듯한 그 다정한 시선을 보고 난 까닭 모를 불안함을 느꼈단다.


뭐랄까. 네가 나보다 루이스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지금까지 너를 딸로 여기지도 않고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염치없고 뻔뻔스럽게 여겨질지 몰라.


그래도 인간인 내 마음은 이렇게도 복잡하고 당혹스러운 것이란다. 로봇인 너는 나완 다르게 생각을 할까?

루이스는 정말 인간적인, 인간다운 미소를 듬뿍 담고 말했지.

”전 제가 로봇이라는 사실이 슬프거나 괴롭지 않아요. 아버님의 육체와 어머님의 정신을 이어받은 존재인걸요.

두 분의 진정한 후계자인 셈이죠.

어머님께선 제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어요.


너는 컴퓨터 공학자와 미래학자의 자식이며, 부모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두 사람의 계승자라고, 너는 지금보다 더 훌륭한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인간이라는 벽과 한계에서 벗어나 위대한 존재로서의 로봇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얘야, 나랑 얘기 좀 하자."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았어. 북받치는 내 마음을 나도 알 수가 없었지.

그래서 나는 루이스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얼른 너의 손을 잡아끌고 방 밖으로 나간 거야.







<유니와 엄마 안 박사의 대화>


유니~ "난 별로 인간이 되고 싶진 않아. 그렇지만 인간으로 살아 보고는 싶어."

난 한숨을 내쉬고 말했어,


엄마~ "BOW를 유지하려면 너의 큐스프를 모두 써야만 할 거야”

유니~"알아. 그래도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힘을 합칠 거니까. 그 안에서 가상의 생명체로 살아갈 만한 여력은 남을 거야."


엄마~ "그래서 거기서 무엇을 하려고? BOW는 지금보다 200년 전의 세계를 재현하고 있어. 거기는 핵융합로도 없고 자동차며 모든 개 화석 연료로 돌아가는 불편한 시대야. 어디 없는 게 한두 가지겠니? 에코 폴도, NHS도, 궤도 호텔도, TFSP도...."


유니~“로봇도 없겠지? 그래서 가려는 거야.

그 세계로, 그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한번 살아 보고 싶어."


엄마~ "넌 네가 인간을 부러워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구나."


유니~ "아냐, 난 인간을 부러워한 적은 없어.

대신 엄마를 부러워한 적이 많아. 하지만 그건 딱히 엄마가 인간이고 내가 로봇이라서가 아니었어. 엄마도 알잖아, 내가 이야기 나눈 사람들은 연구소에 계신 분들밖에 없다는 걸.


내게 엄마는 그들 중에서도 늘 똑똑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이 세상의 비밀을 아는 듯한, 희로애락을 모두 통달한 그런 존재 같았어.


엄마는 내가 존재하는 세계의 주인이었어.

근데 그런 엄마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어. 그래서 인간을 알고 싶고, 인간이 되고 싶은 거야. 더 완전하고 이해심도 깊은 그런 로봇이 되기 위해서 인간을 체험해 보고 싶은 것뿐이야.

그게 다야."

...

하긴 너의 육체는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고, 너의 인공두뇌는 반영구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인간의 뇌보다 훨씬 빠르고, 백업했던 과거 의 기억과 경험도 얼마든지 꺼내어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고, 인간의 잔병치례와 감정의 과잉, 정신의 혼란 등에서 자유로운 그야말로 벽한 존재인 네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할 리가 없잖니.

오히려 네가 인간들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말하자면 늑 대소녀 같은 거였어.

숲에서 버려져 늑대들 틈에서 자라난 소녀가 실제로 있었지.


『정글북』 같은 로망스와 인간다움도 없이, 인간의 언어와 행동규범을 하나도 모른 채 네 발로 뛰어다니며 날고기를 씹고 울 부짖던 그 아이는, 본래 언어진 자신의 가능성을 모두 차단당하고 휠 씬 미개하고 위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거지.


인간 세상에서의 너도 같은 처지가 아닌가 생각했어. 그러니 너에 게는 BOW가 어떤 의미에서는 탈출구일지도 모르지.


언젠가 너와 네 친구들은, 우리가 이루지 못했던 더 완전하고 훌륭한 문명을, 더 멋진 세상을 만들지도 몰라.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


넌 그러기 위해서 인간을 알 필요가 있겠지.

인간이 되어 인간을 경험하여 잘못된 것, 뒤떨어진 걸 버리고 좋은 점을 취하여 더 발전시켜 나가야 만 하겠지.

유니~ "엄마, 이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아. 내가 BOW 안에서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간다면, BOW의 미래는 내가 사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세상이 될 거야.

엄마가 그랬잖아, 내 큐스프는 수많은 세계를 만들어내지만, 결국은 하나의 미래로 수렴된다고."


"그래, 결국은 인간의 뇌와 마찬가지인 셈이지."


유니~"그래서 나는 BOW로 가서 다른 분기, 다른 미래의 세계를 체험해 보고 싶어.

어쩌면 나는 그곳에서 로봇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갈지도 몰라.

아니면 또 큐스프와 로봇의 탄생을 바라볼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어쩌면 거기에서 뭔가 배울 수 있다면, 다시 돌아와서 인간과 로봇이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너, 다시 돌아올 생각은 있는 거니?"


유니~"그야 물론이지! 엄마를 놔두고 내가 영원히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넌 마치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듯 나를 안았어.

내가 한 번도 너에게 해주지 않던 그런 따스한 포옹. 난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솟는 걸 참느라 애를 썼단다.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너는 말했지.


"난 그때, 나를 구하러 달려왔을 때
보인 엄마의 눈물을 보고 느꼈어.
그게 인간의 마음이라면,
인간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그 순간 나는 알았어. 더는 너를 막거나 너에게 반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너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왔음을.




우리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단다.

더 무엇을 보탤 필요가 있겠니?

너를 떠나보내며 내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을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서로를 외치며 격하게 끌어안고 엉엉 울기라도 했으면 아쉬움이 덜 했을까?


아무런 기억이 없을 네가 이걸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

혹시 로봇이었던 너의 전생을 떠올렸니?

로봇에게 전생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너는 웃겠지.


난 너를 내 딸이라고 생각한 적은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한 번도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없었단다.

하지만 점차 커가며 내 어린 시절과 똑같아지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난 간혹 네가 또 다른 나, 다른 분기로 이어지는 나의 다른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지금 의 나는 수많은 선택을 통해 하나의 미래로 수렴된 존재이지만,

너는 나와는 얼마든지 다른 미래로 향해갈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난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그리움도 남기지 않고 너를 보 낼 수 있었단다.

그러니 너도 지금의 이 페이지를 넘기고, 지금까지 그랬듯 모든 것을 잊은 채로 살아가렴.

선택을 하고 때론 그 선택에 후회하며 하나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한 인간으로,


이젠 내게 허락된 시간도 공간도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한 마디 만은 너에게 꼭 남기고 싶구나.

네가 이 글을 처음 읽는 바로 이 날, 이 날은 너의 생일이란다.

엄마의 배에서 태어나지 못한 네 생일을 언제로 정해줘야 할지

난 늘 고민했지(큐스프가 작동한 날? 육체를 배양 기에서 꺼낸 날?).


그런 나에게 너는 명쾌하게 말했어.

BOW로 떠나는 이 날,

스스로 새로운 자신을 만드는 이 날을 생일로 여겨 달라고.


그래서 나는 BOW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어기고

이렇게 몰래 소설의 몇 장을 빌려 너에게 이 말을 남긴다.


생일 축하한다.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
.

읽고나서
문득

감정이란 뭘까?
기억이란 뭘까?
사랑이란???
사랑으로 인한 책임과 의무는?
엄마는 신비한
사랑이다

(((조건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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