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a dog from Hell
서울의 한의원을 다녀야 해서 오가기 편하게 아산 큰 아들집에서 한 달을 보냈다.
그러다 내려오면서 아들 책꽂이에서 시집을 빌려왔다.
더위를 잊게 하는 데는 몰입이 최고다.
그래서 시 읽기는 가장 좋은 피서다. 몰입과 동시에 머리가 개운해지고 마음도 청량해진다.
“위험한 일을 품위 있게 하는 것,
나는 그것을 예술이라 부른다."
ㅡ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1920-1994)
그는 현대 미국과 유럽 문단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시인이자 소설가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는데 아버지의 구타가 있었고 그로 인한 고통때문에 열세 살 때부터 술을 마셨다.
여섯 살부터 열한 살까지 아버지에게 면도칼 가는 가죽 띠로 매주 세 번씩 맞아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이것이 무가치한 고통을 인식하게 했고, 훗날 글쓰기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정말 어떻게 수용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쓸모없는 useless 경험도 성장없는 고통도 없을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는 엄청난 독서가였고
하급 노동자로 일하며 미국 전역을 유랑했다. 그러면서 술병 탓인 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고 그 후 서른다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와 칼럼을 잡지와 신문에 발행하기도 했다.
그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 중에는 이백과 두보, 헨리 밀러, D. H. 로렌스부터 도스토예프스키, 알베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있다.
그의 시집은 미국서점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술과 섹스, 도박, 가진 자들에 대한 조롱,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 부나 명예, 가혹한 노동에 대한 부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 결과, 수려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추구했던 미국의 주류 문단으로부터 통속성과 저급하다는 이유로 쓰레기 취급을 받았지만 당시 미국의 젊은 세대와 더불어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런 그가 세월이 흘러 재 평가를 받게 되자 타임지는 "미국 하류인생의 계관시인"이라며 그를 칭송했다.
나이 쉰 살이 되자 그는 우체국 일에 벗어나 전업 작가로 들어선다.
"그때 내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우체국에 남아 미쳐 가느냐 아니면 그곳을 빠져나와 작가로 살면서 굶주리느냐. 나는 굶주리는 쪽을 선택했다."
지금 그는 미국 현대문학의 가장 위대한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는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
사소한 일에는 늘
발끈하면서
정작
삶을 낭비하는
큰 문제는 잘 모르니
말이지......
- 시 <케이지 안을 배회하다> 中
도대체 어떤 빌어먹을 인간이 자명종 소리에 새벽 여섯 시 반에 깨어나, 침대에서 뛰쳐나오고, 옷을 입고, 억지로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오줌을 누고, 이를 닦고, 머리를 빗고,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장소로 가기 위해 교통지옥과 싸우고,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하는 그런 삶을 기꺼이 받아들인단 말인가?
- 소설 <팩토텀> 中
최근에 지성인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입을 열 때마다 주옥같은 말을 내뱉는 소중한 지성인들에게 진짜 신물이 난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속으로 계속 숨 쉴 자리를 만드는 데 이골이 난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과 떨어져 지냈으며, 지금 사람을 만나 보고 다시 내 동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산문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中
찰스 부코스키의 매력은 그의 거침없는 솔직함과 도발에 있다. 실제 삶에서나 글에서나 남들이라면 삼가고 피할 표현을 그는 주저 없이 노골적으로 펼친다. 자신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만큼 마찬가지로 남들에 대해서도 그리 표현한다.
민음사 세계 시인선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와 <창작 수업>은 부코스키가 죽기 2년 전 말년의 시들이라고는 해도 그답게 거칠고 씩씩한 어조는 여전하다.
“새파란 애송이 시절/ 내 삶은 술집과 도서관으로 양분돼 있었다./ 그 외에는 일상을 어떻게 꾸려 갔는지 모르겠다./ 그쪽으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책이나 술이 있으면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바보들은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만드는 법이다.”(‘면도날 같은 낮, 쥐들이 들끓는 밤’ 첫 연)
인용한 시에서 보듯 술집과 도서관은 ‘주정뱅이 작가’ 부코스키를 만든 두 축이었다. 그가 소모적인 알코올 중독자나 처세에 능한 위선적인 문사가 되지 않은 비결이 술집과 도서관 사이의 ‘균형’ 덕분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낮과 밤을 도서관과 술집으로 나누어 살며, 가난과 시련을 글쓰기로 승화시킨 부코스키의 문학은 ‘시’라는 제목을 단 작품에 간명하게 나타나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절망// 불만// 환멸을// 겪어야/ 나오는/ 것이// 한 줌의/ 좋은/ 시.// 시는/ 말이지// 아무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나// 읽는/ 것도// 아니라네.”(‘시’ 전문)
이런 그를 잘 나타내주는 또 하나의 시를 옮겨본다
끝까지 가라 / 찰스 부코스키
무엇인가를 시도할 계획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렇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만약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이것은 여자친구와 아내와 친척과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너의 마음까지도.
끝까지 가라.
이것은 3일이나 4일 동안
먹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 수도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당하고
고립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립은 선물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네가 얼마나 진정으로
그것을 하길 원하는가에 대한
인내력 시험일뿐.
너는 그것을 할 것이다,
거절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리고 그것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좋을 것이다.
만약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것만 한 기분은 없다.
너는 혼자이지만 신과 함께할 것이고,
밤은 불처럼 타오를 것이다.
하고, 하고, 하라.
또 하라.
너는 마침내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니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싸움이다.
삶을 대면함에 있어서 배짱 ‘guts’가 있었던
그의 마지막 비문도 인상적이다.
위 시와는 다소 모순되지만
그의 묘비명은 ‘애쓰지 마라’이다.
어찌 보면 하고 싶은 거 하기 위해 끝까지는 가되
다 해 보고 나선 다 놓고 가는 것이
인생이란 뜻일 게다.
그리고 그것에 나는
다시 크게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