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김 선생님께 모든 일정을 맡기고 무턱대고 온 몽골, 그런데 나도 현지에 와서 보니 몽골 여행은 대략 4개의 코스로 나눠 이뤄지는 것 같았다.
첫째는 울란바토르와 테를지 국립공원을 다녀가는 것으로 대략 5일 정도면 여유 있게 보고 간다.
두 번째로는 엘승타사르해 일명 미니 사막 코스로 가면서 어기호수, 청헤르 온천 그리고 사막까지 보고 오는 일정으로 보통 4박 5일 코스다.
세 번째로는 고비사막 투어로 몽골 남서부 핫플 코스인데 차강소브라가와 욜린암, 바양작까지 포함해서 길게는 6박 7일 정도로 잡는다.
마지막으로 훕스굴 코스인데 이곳이 가장 멀다.
우리 일행은 보름 일정으로 훕스굴은 가지 않았고 나머지 일정은 빠듯하나마 소수정예부대? 라서 좀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운전기사와 가이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몽골통이신 김선생님의 봉사심과 배려심 덕분이었기에 여행 다녀와서도 감사한 마음이 컸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 몽골여행의 공통점은 몽골은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혼자 자유여행은 거의 불가하다는 거다. 해서 팀을 구성해서 차량과 기사를 찾아야 한다. 여행자는 먼저 4~5인 팀을 구성해서 몇몇 여행사 견적을 보고 선택해서 결정한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사에서 모객 한 회원들로 구성된 팀으로 움직인다.
실제 몽골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분들은 버스이동을 하는 경우 교회나 단체에서 온 관광객들이고 아님 여행사의 모객으로 급조된 팀으로 온 분들이었다. 가장 먼저 차량문제로 인원은 부부 한 팀에 친구 한 팀등 이렇게 구성이 되는 것 같았다. 그 기다 가이드 기사까지 합치면 차량 인원이 6명이 된다.
차량은 보통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기에 푸르공, 스타렉스나 아님 4륜 구동의 SUV 차를 이용한다.
몽골 여행하면 떠오르는 푸르공 지붕 위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사진발로는 최고나 에어컨도 없이 달리는 이전 러시아 군용 차량이었던 푸르공은 승차감이 전무다. 그래서 허리, 엉덩이를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타면 안 되는 차이고 푸르공은 주로 젊은이들 취향이라 본다.
나는 일행들과 사륜구동으로 이동하며 여행했는데 비포장 도로 울퉁거림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런대로 탈 만 했다.
미니사막 4박 5일을 마치고 다시 울란바토르에 와서 좀 쉬다 마지막으로 고비사막 코스로 떠났다.
비포장길이 많아 사실 젤 힘든 코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막다운 사막을 본다는 일념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고 설레었다.
첫날은 차강소브라가를 보고 그곳에서 일박하기로 했다. 근데 사실 몽골은 목적지가 어디든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목적지가 무슨 박물관, 궁전 같은 대단한 유적지나 인공 건축물이 아니고 그냥 자연에서 또 다른 자연을 보러 가는 것이니 가면서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을 보는 거 자체가 어쩌면 가장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 몽골여행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거 같은 지평선, 한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지평선 그리고 초원 앞에 '대'자가 붙는 대초원을 보는 것, 그 초원 위에 펼쳐지는 윈도 바탕화면 같은 하늘을 보며 달리는 것, 그것이 몽골여행의 진미일 것이다. 가다가 멈출 때는 그런 자연에 큰 숨 들이쉬며 잠시 초원 화장실에 볼일을 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할 경우다.
아파트로 빽빽이 둘러 쌓인 곳 대도시나, 시골이어도 좁은 땅에 섬처럼 갇힌 나라에서만 살다 이렇게 대초원을 보며 달리는 것, 그 자체가 힐링이요 숨통이 트인다고나 할까. 따로 심호흡이 필요 없이 탁 트인 초원을 보며 지평선에 닿은 흰 구름과 파란 하늘만 보이는 곳, 점점이 풀을 뜯고 있는 가축떼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깊은숨이 쉬어진다.
초원을 보며 머릿속 잡념이 사라지고
호흡이 느려지고 안정되니
그 '숨 쉼'이 절로 ‘쉼’이다.
암튼 그렇게 울란바토르에서 400여 km가 넘는 거리를 8시간이 넘게 달려서 드디어 도착하는 차강 소브라가, 근데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 차 문을 열고 내리는데 모래바람이 마구 덮쳐왔다. 차 안에서 마스크, 모자, 목도리까지 찾아 단도리를 했음에도 바람과 모래가 얼굴을 때리니 정신없이 휘청거렸다. 작은 한 틈만 있어도 고운 모래가 파고들고 거친자갈 같은 것도 몸을 때린다.
흔히 차강 소브라가를 몽골의 그랜드 캐년이라 하는데 바다에서 융기한 절벽의 모양이 규모는 작지만 미 서부 그랜드캐년을 닮아서다. 그런데 세상에나~! 이런 날씨 급변의 돌발상황을 차강소브라가 절벽 앞에서 맞이하다니~! 얼른 마음속으론 이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이로다 했지만 앞이 안 보이는 절벽 위에서 급 인증샷을 찍고는 서둘러 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모래광풍을 맞으면서 잠시 머물렀던 공간, 그건 초원의 평화와는 완전 다른 얼굴이었다. 특히 황색 모래바람을 맞으며 위에서 아래로 사이사이 희미하게 보이는 절벽이 공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 발자국 앞, 발 밑의 공포에 우우웅 바람소리는 음향효과까지 더욱 내고 있었다.
급히 사진만 찍고 서둘러 떠나와서 근처의 게르촌에 도착하니 중형버스로 온 한국팀이 있었다. 사실 게르에서 만나는 몽골 여행자 대부분이 거의 다 한국인들이다. 교회에서 오신 팀인지 나이 연령대가 다양한 그룹이었다. 원래 게르에서는 양치, 세수만 간단히 하지 샤워 기대를 안 했는데 샤워실이 따로 있다기에 갔다가 혼이 났다. 물이 나오는 줄 알고 먼저 머리에 샴푸를 바르고 씻으려는데 물이 졸졸도 아니고 아예 안 나오는 이 상황! ㅠㅜ 너무 황당해하며 겨우 수습하고 나와서 화장실 세면대에서 마무리했다.
이곳도 사막화가 진행되는지 작년에도 왔던 가이드 아무라 말로는 게르 주변으로도 풀이 없어 낙타 수가 엄청 줄었고 물 사정도 안 좋아져서 샤워도 그랬을 거라고 해명을 한다. 어찌 되었든 사막의 나라에 와서 물 아껴 쓰기는 기본인데 아까 젊은 여자 손님들이 긴 머리를 어쩌면 한국식?으로 감으며 물을 너무 써서 금세 바닥이 난 거 같았다.
몽골 여행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발전기가 멈추면 전기불도 꺼지는 이곳이다. 그러니 휴대폰을 켜고 화장실도 가야 하는데 당연히 충전을 할 수 없으니 보조 배터리를 꼭 준비해 가는 게 좋다. 나도 이번 여행에서 안 챙겨가서 달리는 차 안에서 다른 일행들과 번갈아가며 느려 터진 충전을 했어야 했다.
또 몽골 여행에서 물티슈 준비도 기본이다. 화장 지울 때 사용하면 물 세수 몇 번이면 되니 물 절약에 유효하다. 어느 곳에서는 발 씻을 물도 충분치 않아 발가락을 물휴지로 닦고 생수 몇 방울 부어주는 걸로 대신하기도 했다.
이튿날 아무래도 어제 그렇게 황망하게 본 차강소브라가가 아쉬워 지나가면서 그곳을 한 번 더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다시 가길 잘했다. 어제 모래광풍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던 고생대 바닷속 지층이 융기된 모습을 청명한 하늘 아래 완연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공포심으로 느꼈던 절벽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던 것과는 다르게 보였다. 높이가 60미터에 길이가 400미터에 이르는 절벽이다.
차강 소브르가는 ‘하얀 사리탑’이란 뜻인데 석회암 지대의 해수면이 융기되어 만들어져서 하얗게도 보이나 싶었다. 암튼 희거나 불그스름한 색깔로 이뤄진 모습이 환상적으로 보였다. 어제의 그 광풍을 생각하니 날씨 급변 탓도 있겠지만 주변에 다른 건물이나 막아주는 나무가 없어서 더욱 그렇게 사납게 몰아쳤던 게 아닐까 싶었다. 절벽 아래에서 사진도 찍고 땅 색깔로 완전히 바뀌어 잘 안 보이는 도마뱀 구경도 하다 왔다.
반달고비의 몽골 집들, 몽골집들은 대개 다 이렇게 담이 나무판자로 빙 둘러쳐져 있었다.
모래 바람 사이로 찍은 차강소브라가 붉고 흰색이 섞인 지층이다
이렇게 막았는데도 모래가 얼굴을 때렸다 모래바람만 느껴진다~~~
작년에 비해 풀이 없어지자 낙타숫자도 확 줄었다는 가이드의 설명, 지구 온난화 탓일까? 사막의 더 사막화 ㅠㅜ
인상적이었던 차강소브라가 게르촌 입구~ 마두금 몽골 전통 현악기모양이 입구에 서 있고 게르 앞은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이다.
이튿날 맑은 하늘 아래 본 차강소브라가의 다른 모습
전날은 위에서 사진을 찍었고 다음날 아침은 아래에서 위로 찍어봤다. 절벽 위의 사람들이 작게 보인다.
바다에서 융기되어 솟아올라 오랜 시간 풍화 작용을 거치며 만들어진 절벽이다
보호색인가? 주변 돌들과 거의 분간이 안 되는 같은 색깔의 도마뱀, 자세히 봐야 보인다 ㅎㅎ
초원의 꿀맛 식사~이번에는 한국식당에서 도시락을 주문해서 떠났는데 초원에서 먹는 도시락맛이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