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고비사막에 가 보다
이런 말을 들으며 우리 일행은 그저 그들의 길 찾는 동물적 감각에만 맡기고 잘 가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또 차강소브라가 때처럼 모래 돌풍이 몰아쳤다. 이런 장면은 길이 없는 길을 찾아가는 우리에게 더욱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와 나는 이건 또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인가 하며 스스로 되묻고 있었다.
고비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으로 이 거친 땅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막이다. 어쨌든 그 모래 바람을 뚫고 무사히 게르촌까지 도착했고 비까지 내리니 나는 대충 짐을 던져 놓고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한참을 자고 나니 가이드가 일몰도 볼 겸 이제 지금 쯤 나가 보자며 나섰다.
고비사막 대부분의 지역은 암석사막을 이루어 모래사막으로 된 지역은 비교적 적고, 또 일반적으로 고비사막이라 부르는 큰 지역범위 안에는 넓은 초원지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멀리 사막의 붉은 모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앞에는 초지가 있고 그 사막 너머에는 바위산 같은 것이 보인다. 결국 이곳 홍그르 엘스에는 초원과 붉은 모래 언덕과 바위산이 다 함께 같이 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두고 가이드 아무라가 앞장서서 가는데 나도 같이 허겁지겁 따라가다 능선을 마주하니 모래 언덕이 정말 breathtaking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다.
어차피 모래는~바람과~시간~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던가. 모래결이 정말 무슨 물결처럼 펼쳐져 있는데 섬세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그 균일한 무늬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자연에 매혹된다는 말은 이런 걸 두고 하는 가 보다 했다.
움푹 파인 곳과 다시 솟아 오른 곡선의 구릉을 보면 마치 성숙한 여인의 몸매를 떠올리고 그 표면 또한 여인의 살결처럼 보드랍고 매끄럽게만 느껴진다.
정말 여신(여행의 신)이 끝까지 우리 편이었다. 도착해서 한숨 자는 동안 비는 내려주었고 저녁 무렵 홍그르엘스에 갔을 때는 비 온 후라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지 않아 걷기가 정말 수월했다. 게다가 시원하고 먼지가 없어 더욱 좋았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 말로 보통 모래가 허벅지까지 빠진다고도 했는데 정말 그랬다면 처음에는 두 발로 오르다가 마지막엔 손발 다 사용 즉 사족으로 오른다는 사막을 나는 사구 끝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낮의 열사에 쫓기며 빨리 오르려 했다면 지레 포기하고 안 올라가고 말았을 것이다.
오면서 불어닥쳤던 모래바람체험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건 길 위에서였고 사막을 오르기엔 가장 최적의 날씨였으니 정말 '여신'이 준 행운이었다.
이곳에 오면 보고 느껴야 할 삼색이 있다 했는데 그건 사막 바로 앞의 강의 푸른색과 사막 뒤의 검은 산, 그리고 붉은 모래 색갈이다. 사막 바로 앞에 강이 흐르는 것도 신기했지만 뒷 배경의 검은 산은 이튿날 아침 혼자 산책하며 멀리서 가까이서 다시 보니 더욱 멋졌다. 그리고 모래색갈이 원래 황토색인데 우리가 갔을 즈음에 석양이 질 무렵이어서 더 붉게 보였기에 정말 고비에서 블루와 블랙 브라운 삼색을 다 즐긴 것 같았다.
일행들과 함께 나는 홍그르엘스의 높이 124미터 제일 높은 곳까지 천천히 오르면서 바람과 자연의 신이 조각한 예술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했다. 고요한 이 능선을 걷다 보면 바람에 모래가 깎여 나가는 소리가 웅웅대며 들린다고도 하는데 그래서 이곳이 ‘노래하는 모래사막’으로도 불린다.
홍그르엘스의 이름이 유래된 홍고르강은 초지를 가로질러 흐르는데 바로 곁에 사막이 있음에도 제법 강폭도 있고 수량도 많았다. 이런 곳에 거대한 모래언덕, 사구가 만들어진 원인은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와 모래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말 '황사'도 바로 이 고비 사막의 바람 때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