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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0. 2023

몽골 12~ 한여름에 얼음계곡 욜린암

한여름에 독수리 얼음계곡

2023년 6월 24일


몽골 달란자가드는 고비사막 투어를 가면 거의 반드시 거치는 큰 도시다. 몽골남부 최대 도시요 고비주의 수도 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는 큰 식당도 있고 완전 한국 같이 아이스커피가 맛있는 카페도 있어 두 곳 다 여행객들로 바글거렸다. 욜린암 가는 길에 들른 식당에서 속에 고기를 갈아 넣은 맛있는 만두 호쇼이도 먹고 카페에 가서 스마트폰 충전도 하며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욜린암 쪽으로 향하는데 역시나 풍경이 절경이다. 알타이 산맥 끝자락인 이 지역은 산세가 깊어 자연경관이 더욱 아름답다. 이곳에 여름에도 얼음이 그대로 있다는 얼음계곡 욜린암이 있다. 계곡의 깎아지른 듯한 200m 절벽에는 멸종 위기종인 수염수리가 둥지를 틀고 있고 아이벡스 산양, 눈표범 등도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욜린암의 ‘욜’은 이곳에 서식하는 거대한 매 머리 독수리의 이름이니  욜린암은 ‘독수리 계곡’이란 뜻이다.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계곡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여행객들은 말을 타고 지나간다. 현지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오는지 아이들을 태우고 지나가는 몽골 사람들도 많았다. 한참을 가다 보니 작은 개울처럼 물이 졸졸 흐르고 드디어 기암괴석 계곡의 입구가 나타났다. 돌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협곡에서 갑자기 말 탄 사람이 나오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여겨지기도 했다.


내가 간 6월 중순에 두꺼운 얼음 층이 그대로이고 여기서 녹으면서 내려오는 물이 내가 오면서 봤던 실 개울 같은 것이었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있어 욜린암은 구소련시절 냉장고처럼 사용되었고 여기서 흘러나오는 욜린암물은 1급 수라 마실 수 있다 한다. 한여름 온도가 40도가 넘어도 계곡 안의 얼음은 녹지 않는다니 신기하다. 가는 길에 나무나 돌로 낙타, 염소 등 조각품을 만들어 파는 현지 상인들도 있다.


계곡 입구에 '어워'가 있어 나는 가족 중 아픈 이가 있어 그를 위해 기도부터 했다. 몽골 여행 중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어원은 우리식으로는 서낭당에 가까운 돌무지다. 주로 사람이 다니는 길목이나 언덕 같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돌을 쌓아 올려 만들어놓고 사람들은 시계방향으로 3번 돌면서 소원을 빌고 간다. 

어워는 민간 신앙으로서 기도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때로 여행객들에게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그네들은 이곳에 술이나 유제품, 육포 같은 것을 올려놓고 가기도 하는데 혹 다음에 식량이 떨어져 지친 사람이 오면 이 음식을 먹고 기운 차리고 다시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서라 한다. 

이렇게 어워는 기도처요, 이정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과거 몽골 유목민에게 갑자기 적이 출현할 때는 숨을 곳이 되기도 했었다. 성벽 같은 방어시설이 없는 평지 초원의 몽골 유목민에게는 조금 높은 언덕에 위치한 어워를 방패막 삼아 활과 돌로 공격하며 적을 방어하기가 효과적이었다 한다.


어워 바로 옆에 앉아 돌로 조각된 물건을 펼쳐놓고 파는 소년이 있어서 보다가 규화목으로 된 돌 위에 산양이 있는 조각품을 하나 샀다. 들고 올라가긴 그래서 맡겨두고 이따 돌아오면서 찾아갈게 했다. 소년은 이제 열여섯이라 하는데 눈빛과 얼굴이 산골 소년 그대로 맑다. 

계속 걸어 올라가니 과연 얼음 계곡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가운데 얼음이 녹아 구멍이 뚫린 채로 두꺼운 얼음층을 드러낸 통로사이로 걸어도 봤다.

계곡물도 얼어있고 기암괴석 절벽 같은 봉우리 계곡 사이로 완전히 얼은 강물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 새삼 경이롭다. 겨울도 아닌데 이렇게 미끌거리는 얼음판 위를 걸어보다니! 하며 조심스럽게 둘러보고 내려왔다. 


저녁이 되어갈 무렵 도착한 욜린암 근처의 게르는 지금껏 체험해 본 게르 중에서 제일 깔끔하고 깨끗했다. 게르 안에 양치하고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있어 게르치고는 최상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이 불편을 겪다가 그중 몇 가지만 해결이 되어도 이렇게 감사가 되니 역시 몽골은 불편을 통해서 새로운 인식을 깨우치는 곳이라 여겨진다전기, 온수샤워등 불편 없는 일상을 살며 모든 것을 take it for granted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다가  여기서 내돈내산한 몽골여행으로 귀한 것을 배워간다. 


욜린암의 깨끗한 게르에서 약간 러시아계 혼혈처럼 얼굴이 하얀 주인아주머니의 순박한 미소가 좋았고 엄마를 도우려는 지  우리 짐을 받아 수레에 끌고 가던 막내아들이 기특해서 팁을 주었다. 아침으로 미역국에 밥 말은 것 같은 죽이 나왔는데 일행 중 한 분 샘이 마침 생일이라서 더 좋아하셨다. 


이 게르에서 야외 화장실이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아 몽골 전 지역의 게르가 이를 벤치 마킹하면 좋겠다 싶어서 사진도 찍어뒀다. 수세식이 아니어도 냄새하나 안 나는 깔끔한 화장실은 정말 대박이었다! 큰 비용이 들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면 다른 게르에서도 적극 도입해서 활용했으면 좋겠다.

게르가 몇 개 안 되고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 밖에 없는 조용한 곳이어서 어쩌면 밤에 별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일찍 잤다. 새벽 2시쯤 알람소리에 별 보러 다시 일어났다. 별은 사방이 깜깜하니 볼만은 했으나 구름이 가린 지 아주 선명하진 않았고 부옇게 은하수도 보였다. 그러나 잠결에 일어나 별 보는데 너무 추워서 들어가 다시 쓰러져 잤다. 몽골 날씨는 일교차가 심해 밤하늘에 별을 보려면 옷을 단단히 껴입고 나가서 봐야 한다.


하기사, 별이라면 내가 귀촌해서 집을 지은 지리산 자락에서도 잘 볼 수 있다. 그러니 내게는 굳이 별 보러 몽골에 올 이유는 없었고 누가 뭐래도 내게 몽골은 자연풍경 속 대초원과 말타기가 먼저인 셈이다.


욜린암 계곡의 얼음통로

점심으로 먹은 몽골식사~맛있긴 하나 야채가 없다~몽골은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야채가 귀하다. 과일은 마트에서 자주 사서 먹었지만 야채는 정말 ㅠㅜ

 작은 놀이터에 소, 양, 염소, 낙타 그리고 말, 몽골 5축이 다 있어 찍어봤다 

욜린암 가는 길에 벌써 산 기운이 느껴진다

욜린암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계곡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말을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얼음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몽골 아이들이 같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이 이뻤다

계곡 입구의 어워 , 보통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고 소원을 빈다.

중간이 먼저 녹아 구멍이 생긴 곳으로 두꺼운 얼음 층이 보인다

돌과 규화목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사람들

녹고 있는 얼음층 사이로 생긴 통로


계곡 맨 안쪽은 두터운 얼음 층이 덜 녹아 평평한 상태다

어워를 보면 치유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게 된다. 특별히 이 날 아침 시댁 가족 한 분이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안타까웠다. 여행지에서는 집과 가족이 건강해야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법이다. 누구라도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도하게 된다.

독수리, 산양, 표범도 살고 있다는 계곡이다

16살 소년에게 규화목으로 된 돌 위에 산양이 있는 조각품을 샀다.

욜린암의 또 다른 트래킹 길인 듯

게르의 지붕창은 햇빛과 공기를 위해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하면 가이드가 뛰어와서 닫아주고 갔다.

꼭지가 있는 물통에 물을 넣어  간단한 손 씻기와 양치가 가능한 세면대- 게르 안에 이것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고급스러운 게르다  ㅎㅎ

보통 게르의 구조는 중앙에 난로가 있고 빙 둘러가며 침대가 대 여섯 개 놓여있다. 게르 안에 식탁과 의자가 있는 곳도 있고 따로 식당으로 쓰는 게르가 있을 때는 없다.

손님은 우리 밖에 없어서 주인차랑 차가 두 대만 있다

게르 주변 풍경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라  아침 산책을 하면서 찍은 예쁜 꽃들

사막 같은 땅의 꽃이라 그런 지 더 귀하게 여겨졌다

내가 본 게르 화장실 중 제일 깨끗했던 곳, 겉모습도 깔끔하다

화장실 변기에 이렇게 뚜껑이 달려있는데 재래식 화장실임에도 신기하게 냄새가 하나도 안 났다.

짐수레, 게르 열쇠, 바람에 게르 지붕 천막이 날려가지 않도록 무거운 쇠로 고정 시켜 놓은 것


금방 구운 거라서 그런 지 바싹 하니 맛있었던 빵과 미역국 죽도 맛있었다

게르 주인아주머니와 엄마 일을 돕던 의젓한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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