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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20. 2023

몽골 14 ~ 공룡 서식지였던 바양작

불타는 절벽 바양작

2023년 6월 27일 


몽골 보름 여정의 마지막 날, 바얀작에서 왠지 내 몸이 착 가라앉는다. 장날이 났는지 영 컨디션이 안 좋고 소화가 안 되어 먹지도 못하니 기운이 쫘악 빠진다. 3 스탄국부터 한 달 조금 더 여행한 셈인데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되니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긴장이 풀리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때는 몰랐었다. 돌아와서 바로 건강검진을 하니 7월 28일 여행 후 한 달 만에 대장암으로 판정이 났다. 여행지에서 잦은 배변습관으로 힘들었던 게 그거였던가 싶었다 ㅠㅜ....)


차강소브라가보다 더 남쪽에 있는 바양작은 불타는 절벽이란 뜻이다. 도착하니 입구 관리사무소가 마치 박물관처럼 되어있다. 이곳은 고대에 공룡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바얀작을 포함하는 고비사막 일대 지역은 공룡화석의 보고(寶庫)로서 1922년에는 프로토세라톱스의 뼈와 공룡 알들이 발견되었고, 1960년대에는 벨로시랍터와 프로토세라톱스 공룡을 한 마리씩 발견했으며, 1992년에는 날지 못하는 새의 친척인 최초의 모노니쿠스가 발견되었다.


1920년대에 미국 자연사 박물관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공동팀이 고생물학자인 앤드류 박사를 중심으로 바양작 지역을 탐사하였는데 대규모 공룡알을 발굴하였다. 이는 세계 최초로 공룡이 알을 낳는 동물이란 것을 증명한 중요한 탐사였다. 앤드류 박사는 이 탐사 과정에서 늑대, 도적에게 공격당하고 중국 병사에게도 습격당하는 등 여러 가지 일화를 겪게 된다. 이를 배경으로 영화 ‘인디애나 존스’가 만들어져서 후일 그는 영화 속 해리슨 포드역할의 실제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사진자료 등을 볼 수 있었다. 바얀작 유명세에 비해 간단한 전시관을 보고 일행들은 멋진 외계 행성 같다는 붉은 절벽을 보러 갔다. 

여행지에서 둘러보기를 건너뛰는 법이 없는 내가 이번엔 차 안에서 좀 쉬겠다고 하고 쉬었다. 화장실도 갔다 오고 잠시 쉬니까 좀 나아져서 그 앞에 즐비한 선물 가게를 둘러보았다. 다른 선물은 안 사도 아직 신혼인 아들 며느리에게 주려고 낙타털로 만든 예쁜 낙타 인형 한 쌍을  샀다. 낙타 인형은 여기가 젤 싸고 많았다. 

욜린암 앞에서도 낙타 인형을 파는데 안 예뻤고 몽골 백화점에서는 비쌌다. 낙타인형이 지난겨울에 결혼한 예쁜 며느리를 닮았다며 나 혼자 미소 지었다.

몽골 5축 중 하나인 낙타는 전 국토 면적 1/3이 사막인 몽골에서 유목민들에게 꼭 필요한 이동 수단이다. 몽골의 쌍봉낙타는 단봉낙타에 비해 다리가 굵고 짧으며 더 온순하고 사람과 친화력도 좋다고 한다. 다만 이집트 등지의 단봉낙타와 다르게 추운 겨울을 나야 하기에 털이 길게 자라서 매해 털갈이를 한다.
내가 갔던 6월에는 낙타들이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털갈이 중이라 털이 듬성듬성 뽑혀나간 채로 아주 볼품없고 초라해 보였다. 나는 이동 중인 낙타 떼와 물 먹는 낙타등, 낙타 사진을 많이 찍었다가 다시 보니 지저분해 보이고 안 쓰러워 다 삭제했다.

현지인들은 손으로 낙타털을 뭉치 채 뜯어내기도 하였다. 손으로 잡으면 쑤욱 쑥 빠지는지 그냥 뽑는 걸 보았는데 이렇게 뽑은 낙타털로 담요, 털옷, 슬리퍼 같은 신발 등을 만든다. 

낙타의 크고 예쁜 눈은 왠지 슬퍼 보이기도 하는데 낙타의 속눈썹이 촘촘한 것은 사막의 모래 바람을 잘 견디며 길을 잘 찾아가기 위해서라니 조물주든 그 누구든 이렇게 하나하나 배려해서 만든 게 신기할 따름이다. 

사막의 동물이라 원래 그리 창조된 것인 지, 아님 사막에 살다 보니 그리 적응하면서 진화되어 간 것인 지 몰라도 암튼 각각의 자연환경과 그곳에 거주하는 동식물들이 다양하면서도 그 장소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볼 때 느끼는 경이로움은 매번 같다. 


낙타는 한 달 이상을 물을 마시지 않고 행군할 수 있고 모래에 빠지지 않는 특이한 발바닥을 가지고 있다. 장거리 갈 때는 50kg에서 단거리 운행 시 200kg까지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낙타는 정말 사막의 귀한 이동수단이라 하니 측은지심과 아울러 그 적응력이 놀랍기만 하다.

낙타에 대해 언급하면서 몽골 5축에 대한 말을 덧붙이면 이곳에서 말, 소, 낙타는 알아서 자기 우리를 찾아가니 굳이 몰이꾼이 필요 없다 한다. 그러니 이 가축들은 다 영리한 편이리라. 

반면 양, 염소는 목동들이 돌보긴 하는데 이전같이 말을 타고 다니는 목동은 잘 없고 지금 대부분 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축들을 돌보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말보다 기동성이 좋고 양, 염소 돌보기에 효율적이라 그런다는데 맞는 말 같았고 실제 오토바이를 타고 돌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렇게 바얀작을 끝으로 나의 고비사막 투어는 왕복 거의 1,800km를 달렸고 여러 구간을 비 포장길로 흔들리면서 가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몽골의 포장도로는 말이 포장이지 정말 한심했다. 움푹 파인 구멍이 많아서 운전하는 사람도 최대한 피하려고 곡예를 하듯 해야 했고 우리도 졸며 가다가 차 뚜껑에 델 듯 솟아오르며 깜짝 놀라 잠을 깨기도 했다. 왜 이렇게 도로포장을 신경 안 써냐니까 몽골 정부 탓이라 한다.


몽골은 세계적인 광산국으로 지하자원이 많은 부자 나라다. 인구 삼 사백에 가축이 7500만 인 나라다. 그런데 내륙국으로서 수출,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경제적 동력이 떨어지는 안타까움이 많은 나라다. 그리고 전체 국민은 가난하나 일부 소수나 정치인들이 부자라는 말을 들으니 역시 현실정치에 대해 씁쓸한 마음으로 안타까웠다.

이제 몽골은 여행객 유치를 위해 무비자 관광국으로 열어놓고 두 팔을 벌리니 더욱 길 포장이나 다른 세세한 부분들도 같이 살피고 보완해 가는 나라가 되길 바라본다. 도로를 보면서 카자흐스탄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중앙아시아 그곳도 여름은 30도 이상 겨울은 영하 40도 이하니 연교차가 70도 이상이다. 몽골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대륙성 기후의 심한 연교차로 도로의 균열이 더 심하게 일어나는 탓도 있을 거라 본다.


초원에 맞닿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 광활한 풍경에 취해 시간 감각도 잊고 끝없이 달리다 보면 절로 무념 무상하게 하게 된다. 그것이 몽골 여행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저 풀 따라 바람처럼 옮겨 다녔던 유목인들처럼 나도 차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가는 길,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던 나의 보름간의 몽골 여행이었다.


물 마시러 오는 낙타행렬

하늘과 평원

염소. 양 떼들

붉은 절벽 바양작 까마득한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보인다~지인이 찍어온 사진

그나마 조금 주는 귀한 야채가 반가운 게르 조식

바얀작 표지판

바얀작의 역사에 대한 한글판을 털어주는 걸 보니 한국 여행자들이 많아서 그를 고려한 것 같았다

바양작 풍광- 외계행성 같다고들 한다

먹지 않은 채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내 몸도 금세 사막화가 되어갔다 ㅠㅜ...

초원의 어워~짐승뼈는 먹고 버린 것인 지, 제물로 바친 건 지


비포장길을 달려온 차의 먼지가 마치 콩고물을 덮어쓴 거 같다

수호신이 있는 도시 입구, 몽골에서는 이렇게 도로 중간에서 찍는 사진이 흔한 게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덕분이다.

몽골식당의 돌솥밥, 한국에서 일하다 온 몽골사람들이 한국 요리를 비슷하게 잘 만들어낸다. 고기가 크게 듬성 들어간 거 외엔 맛도 괜찮았다.

오늘도 구름이 열일한 하늘을 보며 그냥 평원을 달리며 간다

잠시 들린 휴게소마을  목조주택집~담은 거의가 나무판자로 둘러쳐져 있다

아이들 사진을 찍는 룸메 선생님, 모델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울란바토로 돌아오는데 말들이 도로를 건너와서 물을 마셨다

바양작 풍경 지인 사진

신혼인 아들과 며느리를 생각하며 사 온 낙타 인형을 가져와 꺼내 놓으니 이쁘다


집에 와서 남편이 끓여준 김치찌개가 한국임을 실감 나게 한다


아직도 게르와 밤하늘, 대초원이 떠오르니 돌아와서도 몽골을 찾아보고 있다. 게르의 졸졸 나오던 물을 기억해서인 지 우리 집 욕실에 콸콸 나오는 물에 내 몸이 놀라며 반사적으로 감사해한다.


한반도 7배 면적에 인구 350만 명, 그중 절반이 수도에 살고 나머지 절반이 그 면적에 흩어져있으니 몽골은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다. 반면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중 하나다. 이런 우리가 몽골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멈춘듯한 낯선 풍경 속으로의 나아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일상의 멈춤 가운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 얼굴, 오래전 알던 지인 같은 친숙한 얼굴을 만나게 되는 몽골여행이었다.    


누군가 도시여행과 몽골여행을 비유해서 뷔페식당과 커피숍으로 말했다.
뷔페식당이 준비된 음식물로 배를 채우는 곳이라면 커피숍은 나의 시간을 채우는 곳이니 진정한 몽골여행은 어쩌면 낯선 환경 빈 공간 속에서 제대로 나를 만나서 새롭게 채우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누구는 몽골 밤하늘의 별이 아름다워 그를 보러 간다고도 하지만 진정한 별은 우리 가슴속에 있는 것일지도~! 


내 가슴속의 희망, 그것이 나의 별일 수도 있고
지구의 중심과 저 하늘의 별을 연결한 별빛 희망,
그것이 내 존재의 중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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