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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강 관리-음식 1

나를 위해 차린 밥상에서 회복이 시작되다.

by ligdow


암 진단 후 나흘 째부터 시작한 음식 관리

2024년 2월 7일 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서울 병원을 선택하고 진료를 예약, 검사를 받고 결과에 따른 치료 계획이 세워졌다.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하며 정신없이 3주를 보냈다. 그 사이 나는 암 공부에 집중하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그 생각을 하며 유튜브를 켰더니 알고리즘은 나보다 더 조급하게 음식 관련 영상들을 쏟아냈다.

‘암에 좋은 음식 10가지’, ‘암환자가 꼭 먹어야 하는 채소’, ‘채소 주스를 먹고 암이 사라진 경험담' 등

화면을 가득 채운 영상들만 보면 암은 금세 나을 수 있는 가벼운 질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현재 내 몸에 악성 종양이 있다는 것은 지금 내 면역 상태가 가장 낮고 몸 안에 염증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이 된다는 사실에 집중하자. 음식이 약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음식 관리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이용하는 유기농·친환경 매장을 찾았다. 마침 몇 달 전부터 ‘항암’ 식재료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었는데, 남편에게 “나를 위해 미리부터 준비해 둔 것 같아”라며 농담을 건넸다.

나는 원래 한 번에 많이 만들어두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꼴로 장을 봤고, 매장에 없는 재료는 온라인으로 주문해 당일 혹은 다음 날 먹을 것만 미리 준비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손도 빠른 편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가족들 식사는 따로 챙겨야 했기에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 건강을 위해 오롯이 나를 위한 요리를 하는 시간이었으니까. 힘들어도 이상하게 즐거웠다.

암 환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음식 원칙들을 정리해서 그에 따른 실천을 시작했다. 도움이 되는 식재료와 피해야 할 음식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준표를 만들고, 매 식사의 중심에 그 기준을 두었다. (암에 미친 메디람 영상을 참고했다)



내가 세운 음식 관리의 기본 원칙은 이랬다.

1. 자연에 가까운 식재료(유기농•무농약)를 선택했다.

•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직접 요리

2. 균형 잡힌 영양소로 구성했다.

• 단백질: 두부, 생선, 닭가슴살, 달걀, 콩,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 다양하게 섭취했다.

• 탄수화물: 현미, 오트밀

• 지방: 엑스트라버진 압착 올리브유, 냉압착 들기름, 견과류(국산 호두와 아몬드 소량 섭취)

• 비타민·미네랄: 채소, 해조류, 과일은 사과만 하루에 반 개 정도

3. 항산화 식품을 매끼 섭취했다.

•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양파, 토마토, 냉동 블루베리, 각종 버섯류

4. 저당, 저염으로 조리를 했다.

• 설탕과 올리고당 대신 양파를 갈아서, 간은 천일염과 우리 콩 메주로 만든 전통 국간장을 사용

5. 밀가루, 설탕, 튀긴 음식은 먹지 않았다.



식사 원칙

-하루 세 끼는 정해진 시간에 30분 동안 천천히 먹었다.

(아침 8시 / 점심 12시 혹은 1시 / 저녁 5시 30분 혹은 6시)

-간식을 먹지 않는다. 다만 호두와 아몬드 같은 견과류는 아침 식사와 함께 소량을 먹었다.

(소화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

-저녁 식후에는 약간의 물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물은 하루에 1리터 정도 마셨다. (하루 세 번 식사로 섭취하는 수분의 양이 1리터 정도 된다고 한다.)

식사 중에는 거의 마시지 않고 식사 후 1-2시간 뒤에 천천히 나눠서 마셨다.

-식사는 매 끼니 혹은 하루치 정도만 준비했다.



조리 방법

-고기는 찌거나 삶아서, 생선은 흰 살 생선으로 중 약불에 구워서 흰 살만 먹었다.

-채소는 찌거나 살짝 볶아서.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찜기에 찌고, 당근은 채 썰어서 올리브유에 살짝 볶았다.

-케일, 파프리카, 비트, 사과는 생으로 믹서기에 갈았다. (여기에 찐 채소를 더해서)

-방울토마토는 갈아서 끓여 토마토퓌레를 만들었다. 두부 위에 올려 먹거나 채소에 함께 갈아서 먹었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찐 것, 토마토퓌레는 이틀에 한 번씩 준비해서 매일 먹었다.



아침 식사6-8종류의 채소를 갈아서 밥 한 공기 분량을 숟가락으로 떠서 꼭꼭 씹어 먹었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유 제조기로 직접 만든 따뜻한 두유를 한 컵씩(140-200ml) 마셨다. 콩은 꼭 밤새 불린 후 40분 이상 끓여 익혀 두유제조기에 넣었다. 생콩으로 20분 만에 만든 두유는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현미밥 반 공기와 함께 각종 채소, 버섯, 고기와 생선 등의 반찬과 각종 국(건더기만)으로 골고루 챙겨 먹었다. 현미밥 대신 오트밀에 채소와 달걀 혹은 전복을 넣은 죽을 먹기도 했다. 너무 많이 먹기보다는 적당하게 몸에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만 먹었다.




이런 식단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몸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뜨는 느낌이 달라졌다. 머리가 맑고 몸이 가벼워져서 일어나기가 쉬웠다. 놀라운 것은 먹은 양에 비해 대변의 양이 눈에 띄게 많아져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놀라서 찾아보니 채소를 많이 먹으면서 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채소 간 것을 먹고 한두 시간쯤 지나면 배가 살짝 싸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작은 변화들을 내 몸이 적응해 가는 중이거나 회복을 위한 길에 들어섰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였다. 어쩌면 몸을 위한 식단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확신과 좋은 것을 먹고 있다는 안도,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위안 같은 것. 그것들이 쌓여서 나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되었다.




식재료 하나하나를 고르는 일, 요리하는 손길 하나하나가 단순히 밥상을 차리는 일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위한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잎채소, 열매채소, 뿌리채소, 십자화과 채소 등 각각이 가진 성질과 영양을 생각하며 매 끼니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했다. 영양소가 잘 흡수될 수 있는 조리법으로 준비를 했다.


예를 들어, 토마토 껍질에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라이코펜’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몸속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라이코펜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올리브오일을 넣고 중 약불에서 가열하는 것이 좋다.

토마토는 생으로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것보다 가열했을 때 세포벽이 파괴되어 라이코펜의 흡수율이 훨씬 높아진다. 실제로 15분간 가열하면 체내 흡수율이 최대 171%까지 증가한다는 한다. 그래서 생토마토보다 가능하면 색이 진하고 붉은 항암 방울토마토를 구입해 가열해서 먹었다.


물론 이 모든 기준이 처음부터 명확했던 것은 아니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준을 잡기란 쉽지 않아서(어떤 방식으로 조리해야 항암 성분을 최대한 섭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정보가 많다) 암환자를 위한 식사의 기본 원칙들을 공부했고, 중요한 것들만 따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이것을 나에게 적용하다 보니 나만의 기준도 조금씩 생겨났다.


이런 나를 지켜보는 남편과 아이들은 어쩌면 예전과 다르지 않은 내 모습을 보며 더 믿음을 가졌던 것 같다. 어느 날 둘째 딸이 “엄마가 더 바빠졌지만 즐거워 보여”라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건강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결국 가족에게도 위안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서울로 향할 수 있었다. 그 밥상 위에서 시작된 회복은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믿는다.





(아쉬웠던 점)

결과적으로 그때 체중이 1kg 빠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복되는 검사 속에서 체중 변화에 예민해졌고, 아침마다 갈아먹은 생채소가 속을 더부룩하고 차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냥 생채소를 먹을 때는 괜찮았던 걸 보면 갈아서 먹은 것이 오히려 소화에 무리를 준 듯하다.

당시에는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느라 내 몸의 반응보다는 좋다는 정보에 더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 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었다. 이후로는 생채소를 갈아먹지 않았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암세포가 가장 싫어하는 10가지 음식

-과당이 적은 과일 (딸기, 살구, 크랜베리, 레몬, 라임 등) : 식후에 30분 운동이 중요

-작은 흰 살 생선(크기가 작고 양식이 어렵고 중금속이 적다) : 멸치, 병어, 갈치, 대구, 명태, 조기 등)

-통곡류(발아현미 및 다양한 잡곡)

-해조류(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견과류 및 씨앗류

-버섯류(베타글루칸 함량이 높다)

-냉압착 들기름 및 아마씨유 : 오메가 3 함량이 높다.

-콩류 및 두부

-발효음식: 콩발효 요거트, 청국장, 김치, 낫토

-다양한 채소류(반찬, 샐러드, 채소수프) : 최대 하루에 800g, 평균 400-600g


암 환자 금지 음식 7가지

-커피 : 멜라토닌(면역호르몬)을 적게 나오게 한다. 항암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미세 플라스틱 : 차 티백, 생수통, 종이컵, 플라스틱 컵, 뜨거운 배달음식, 비닐랩 - 호르몬을 교란

-구강 청결제(알코올) : 구강 내 유익균이 죽는다.

-나쁜 기름 : 튀긴 음식, 식용유(오메가 6가 너무 많다)

-고기(적색육), 가공육, 붉은 살 생선 : 적색육은 철분 함량이 높아 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우유와 유제품 : 암을 성장시키는 인자가 있다는 논문이 있다.

-단 음식, 백미, 빵, 설탕, 밀가루, 과일 : 암이 당을 먹고 성장한다. 정제 탄수화물은 당 수치를 빠르게 올린다.

•과일은 GI 지수 40 미만 추천.

•탄수화물은 전체의 20-30%로 제한, 식후 높아진 혈당을 낮춰야 한다.

•식사 방법: 섬유질 섭취(채소와 과일)- 단백질-국물과 현미

•식사 시간 30분~1시간 천천히 - 식후에 30분 걷기

*출처: 유튜브 '암에 미친 메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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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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