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대로의 제목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며칠 전 온 가족이 모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조카가 이 집안의 유일한 어린이이자 제일 연소자이다.
이제 제법 말도 통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끊기지 않고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조카와 노는 것이 즐거워졌다.
오래간만에 만난 조카는 내 폰을 가져가더니 앱을 하나 설치했다.
본인 폰에는 아무거나 설치를 못 하니 보통 내 폰을 가져가서 놀곤 했다.
뭔가 해서 봤더니 영어 단어를 외우는 앱이었다.
조카의 초대 코드로 내가 앱을 설치하면 조카가 캐시로 보상을 받는 구조인가 보다.
걸을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앱처럼 홈 화면 최상단에 띄워두고 주기적으로 앱에서 공부 액션을 취할 때마다 추가로 캐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앱을 설치해 주고 매일매일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조카가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데 막힘이 하나도 없다.
앱 UI는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아 보이는데 구석구석 어떻게 다 탐색을 하고 사용법을 익혔는지 마치 영업하러 나온 사람 같다.
핸드폰 사용에서만큼은 나이 든 우리 엄마, 아빠보다도 조카가 훨씬 더 잘 쓰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신규설치 혜택으로 꽤 많은 양의 캐시를 받을 수 있었다.
뿌듯해진 조카는 샵 리스트를 보여 주며 내가 캐시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을 알려주었다.
사발면 하나는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이후로도 조카는 캐시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될 때마다 앱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이건 그저 부가 효과이고) 캐시를 긁어모았다. (이게 주목적이다)
1 캐시를 받기 위해 1 클릭을 해야 하니 매우 귀찮아 보이지만 조카의 표정에선 귀찮음 따윈 전혀 보이지 않았다.
티끌 모아 용돈 벌이를 하는 조카를 보고 우리 아빠가 한 마디 하셨다.
"코인 채굴하냐."
하필 캐시 아이콘이 ⓒ 동전 모양이라 더 웃겼다.
어른들이 웃거나 말거나 조카는 진심이다.
주변에서 뭐라 하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지 단 1 캐시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 시간마다 싹싹 받아냈다.
매일 원 단위에서 십원 단위 캐시를 열심히 모아 맛있는 것을 사 먹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고 헤어질 시간이 왔다.
집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조카는 빈 페트병을 팔아야 된다고 했다.
모 마트에 깨끗한 페트병 하나를 포인트로 바꾸어주는 분리수거 기계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 동생 부부는 몇 주 동안 집 안의 페트병을 모아 다 싸들고 왔다.
10분 동안 기계 앞에 서서 페트를 넣은 결과 240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조카는 240원 번 것을 기뻐했다.
언제나 아기인 줄로만 알았던 조카가 벌써 용돈벌이를 할 정도로 컸다니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어른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푼돈에 저렇게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초딩 감성이 너무 재미있다.
나도 어렸을 땐 저런 때가 있었겠지, 생각해 본다.
* 이 글은 앱 바이럴이 아니다. 화면 열 때마다 봐야 하는 게 너무 싫어서 나는 조카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앱 사용을 중지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