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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 1: NFP '새로운 패션 관점'

NFP : New Fashion Perspectives

by 다다정


패션을 학문으로, 그리고 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로 10년 동안 패션의 어두운 측면과 잠재적 개선점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후 런던으로 가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에 기여하기 위해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경험한 지속 가능한 패션의 실상은 이상과 달랐다.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수익 중심의 운영 방식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으며, 지속 가능성 코디네이터(Sustainability Coordinator)와 디자이너 간의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결국, 창의성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고,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 사이의 간극을 좁힐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입학 전 제출했던 나의 연구제안서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런던 패션 기술대학교(LCF)의 MA Fashion Futures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나의 초기 연구 계획은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인 실무를 위한 공식적인 디자이너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Ellen MacArthur Foundation (2022)과 EU Science Hub (2018)에 따르면 제품의 환경적 영향 중 약 80%가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이는 디자이너가 텍스타일 폐기물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디자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실천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나는 디자이너들이 지속 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미 많은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인 도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나이키는 2013년 Fashion Futures 석사 과정과 협업하여 지속 가능한 패션 디자인을 위한 ‘Making’이라는 앱을 출시한 바 있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수많은 연구자와 실무자들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노력해왔음을 깨닫고 존경심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다양한 도구들이 존재하는데, 왜 패션 산업에서는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교육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기존 도구를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그것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CRIT 1을 위해 제작했던 프레젠테이션 일부


이러한 발견은 내 시각을 변화시키고, 프로젝트를 더 세밀하게 탐구하도록 이끌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Tool (도구)‘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도구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변화는 현존하는 도구들의 한계, 간극, 중복 및 향상 영역을 식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계속되는 논의에 기여하게 했다. 이는 또한 나의 메니페스토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기존 지식 베이스에 대한 철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연구과정에서 첫 번째 유닛에서 있었던 다양한 활동 중 특히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나의 시각을 넓히고 매니페스토의 발전에 기여한 두 가지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1. Ecoliteracy : 생태학적 지식


첫 번째 유닛의 과제로 시청하게 되었던 다큐멘터리 "All Watched Over by Machines of Loving Grace"는 나의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철학에 큰 역할이 되었다.


시청 가능한 링크 : https://www.filmsforaction.org/watch/bbc-all-watched-over-by-machines-of-loving-grace/


이 다큐멘터리는 정치, 문화, 사회,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영국의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아담 커티스(Adam Curtis)가 제작하고 연출했으며, 2011년 BBC Two에서 처음 방영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1930년대 영국의 생태학 개념의 오용과 컴퓨터의 초기 목표를 다루며 이 작품은 사회적인 구조와 생태학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생태학이 사회에 도입되면서 발생한 일련의 오용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1930년대에는 생태학(Ecology)의 개념이 처음으로 사회적으로 확장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이를 오용하여 산업화와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거나 무시하는 데 사용했다. 이러한 오용은 생태학의 개념을 통해 자연이 자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였고, 따라서 산업화나 자원 소비의 증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나한테는 꽤나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당연히 환경을 무분별하게 오염시키는데 어떻게 자연이 자신의 힘스스로 원상 복구가 되겠는가? 이는 현재 이루어지는 패스트패션과 그린워싱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또한 초기 컴퓨터의 목표와 그것이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컴퓨터가 처음 개발될 때, 사람들은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컴퓨터가 새로운 문제들을 불러일으켜 왔다. 현대 문명과 자연, 그리고 기술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이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생태학적 지식 (Ecoliteracy)’의 중요성과 더불어 메니페스토 프로젝트에 큰 영감을 주었다. 패션 산업의 생태계와의 관계와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따라 디자인 선택에서 생태학적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 지속가능한 패션 소재? THE SUSTAINABLE ANGLE : Amanda Johnston


The Sustainable Angle은 지속 가능한 패션 및 텍스타일 산업을 지원하고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 기구이다. 이 기관은 혁신적인 지속 가능한 소재와 설계를 촉진하고, 산업 및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Future Fabric Expo와 같은 이벤트를 주최하여 패션 및 텍스타일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게스트 강연자였던 Amanda Johnston는 The Sustainable Angle의 큐레이터이자 런던 패션 대학 (LCF)의 교육진 이기도 한다. 그녀는 Fashion Futures강연을 통해 Sustainable Angle의 소개와 더불어 전반적이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패션 산업 종사자로서 이 강연에 대해 더욱 크리티컬 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패션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해왔기에 사실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환상이 없다. 내가 정의하는 지속가능한 소재는 ‘재생 소재 (Regenerative Material)’ 뿐이다. 재생 소재는 재생 디자인(Regenerative Design)과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여 만든 소재로, 원단을 생산하기 위한 농업(farming)이 아니라 생태계를 향상하고 유지하면서 그 작물로 원단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재생소재는 대마 (Hemp) 원단이다. 대마 같은 경우 물이 적게 필요하고 섬유의 성장도 빠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패션 소재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화학염색 및 코팅 공정 또한 환경오염을 시키는 주범이기에, 나는 이 공정을 거치지 않는 원단만이 ‘지속가능한 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원단들은 아주 많다. 바로 Sustainability Certification (지속가능성 인증)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속가능성 인증 기관들은 공공기관이 아닌 사적 기관이다. 그들은 회사들의 원단을 자신들의 인증 절차를 걸쳐 검증하고 자기들이 판단하여 자신들의 인증서를 주는 형식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인증기관들은 사업체다. 즉,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 기관들의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검증 비용은 물론, 검증 후 인증서를 받는 비용 그리고 인증서를 유지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CRIT 1을 위해 제작했던 프레젠테이션 일부


이 비용들은 기간과 인증을 원하는 사업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소 검증 비용의 시작은 약 250 달러 정도이다. 당연히 인증서 발급/유지 비용은 더 비싸다. 또한 텍스타일 회사의 경우 그들이 만드는 각 각 원단에 따라 이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이 말은 결국, 돈 있는 비즈니스만 이 인증서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고, MSEs (Micro and Small Enterpises : 소규모 기업이나 소기업)에게는 굉장히 부담되는 비용이다. 하지만 ‘그린워싱’이 존재하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처음부터 ’신뢰‘를 가질 수가 없기에, 패션 브랜드는 이 인증서를 가지고 있는 원단만이 지속가능한 원단으로 인지하고 선택한다. 그리고 이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기회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이 지속가능한 원단의 가격은 더 상승한다. 결국,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의 가격은 인상되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은 낮아지게 된다.


또한 몇몇 지속가능성 인증기관들의 부정부패 사례는 이미 많이 밝혀져왔기에 완벽히 신뢰하기도 어렵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검증을 위해 사용되는 The Higg Index이다.


CRIT 1을 위해 제작했던 프레젠테이션 일부


Higg Index는 Sustainability Apparel Coalition( 지속 가능한 의류 연합, 이하 SAC, 2024년 Cascale로 이름을 변경했다.)에서 소개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인덱스로 현재패션 산업에서 가장 보편화되어 사용되는 툴 중 하나이다. 환경적 및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목표였지만 The Higg MSI (Material Sustainability Index)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산업 내의 그린워싱을 부추기는 도구가 되었다. The Higg Index의 The Higg MSI (Material Sustainability Index)는 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는커녕 그린워싱을 부추기는 툴이 되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인 H&M 그룹과 ZARA를 보유한 Inditex 그룹은 Higg 지수를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 타이틀을 받았다. 추가 조사 결과, 이들의 평가 방법에는 자연 섬유보다 재활용 폴리에스터가 더 지속 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측정 방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결함은 재료의 전 생애주기, 즉 생산 및 폐기 단계를 포함하지 않은 지속 가능성 평가 기준에 있었다.



CRIT 1을 위해 제작했던 프레젠테이션 일부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600개 이상의 인증기관과 기준이 존재하지만 산업의 글로벌화로 인한 공급망의 데이터와 투명성의 부족과 산업 내에서의 표준화된 지표 부재로 인해 정확성과 비교 가능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토대로 Q&A 세션에 참여하여 원단의 제3자 인증 (The Third-party Certification)의 복잡성과 작은 비즈니스가 직면하는 도전과 물질 지속 가능성 지수 (MSI)의 한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Amanda는 나의 의견에 공감하며 지속 가능성을 향상을 위해 폭넓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며, 다양한 시각을 장려하고 대안적인 시각을 고려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아무래도 인증서를 받아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지속가능한 소재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은 ‘성장 (Growth)’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모순이 담겨 아쉽다고도 이야기했다. 또한 그녀는 The Sustainable Angle에서 공식 인증 없이도 나선 농장 면에 초점을 맞춘 지침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의 염색 및 코팅 프로세스의 긍정적 영향을 인정하고 질적 평가를 강조한 사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산업의 단기적 사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여 축소 개념에 중점을 두는 데에 내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속 가능한 패션 및 텍스타일 산업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고 증명하기 위한 인증 기관들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인증 시스템에는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있고 작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다양한 시각을 고려하고, 인증 없이도 지속 가능한 원단을 만드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소재 생산과 지역 이니셔티브를 촉진하여 산업의 역사적 환경 파급 효과를 고려하며, 순환성과 디자인 재생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강연의 마지막으로 Amanda는 1972년에 등장한 재활용을 위한 디자인 로고를 언급하여 오랜 기간 동안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노력이 계속되어 왔음을 강조했다. 이는 Cradle2 Cradle에 준하는 폐기물 관리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원칙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춘 사고보다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위해 측면 사고 (Lateral Thinking) 방식으로 이 현실에 대해 접근했다.


CRIT 1을 위해 제작했던 프레젠테이션 일부


에드워 드 보노(Edward de Bono)가 개발 한 ‘측면 사고’는 1970년에 발표되었으며 문제나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때 직선적이고 직관적인 접근 방식을 벗어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보노는 여러 가지 도구와 기법을 제시했는데, 나는 Form Follows Idea (2005)에서 Ball, R. & Naylor, M. 가 보노의 측면 사고에서 고안한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로 문제 인식에 영향을 주는 우세한 아이디어를 인식하고,
두 번째로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 탐색하며
세 번째로 엄격한 사고 통제를 완화했다.



그리고 나의 해답은 이랬다.


패션 디자이너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단순히 미학의 창조자로서가 아니라 지식 있는 지속 가능성의 기여자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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