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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디자인하다, 런던에서 배운 수평교육의 중요성

Changemakers Initiative – Transition Coo

by 다다정




석사과정의 2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교내 단기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교수님께서 “체인지메이커로 활동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Changemakers Initiative – 학생이 직접 바꾸는 교육 시스템



London College of Fashion (LCF),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UAL)의 Changemakers Initiative는 학생이 학교에 직접 고용되어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교육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제도다.


ArtsTemps 시스템을 통해 학생 연구자로 임명되며,

교육 콘텐츠, 평가 방식, 학습 환경 등 학교 시스템 전반에 학생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공식 명칭은 Changemaker였지만, 실질적인 직무는 Transition Coordinator로서 수행되었다.

즉, 신입생들이 새로운 학습 환경에 원활히 적응하고,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었다.


석사과정 특성상 바쁜 일정 때문에 처음에는 참여를 망설였다.


그러나 매주 정해진 시간에 팀과 함께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는 유연한 파트타임 근무 형태였고, 학생의 기여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급여 수준이 보장되었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LCF - CHANGEMAKER



LCF는 최근 새 캠퍼스를 통해 학부부터 석·박사 과정까지 한 공간에 모이게 되었지만, 구성원 간 교류는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았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국제 패션 대학이라는 특성상, 영국 현지 학생과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특히 새롭게 입학한 유학생들은 언어·문화적 장벽 탓에

학교 공동체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신입생들이 새 환경에 원활히 적응하고 공동체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 학생부터 교수진에 이어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학생 인터뷰를 통해 경험의 간극을 발견했고,

Academic Support 및 Mental Health 부서와 그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캠퍼스 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인력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이를 보완할 방안으로 AI 챗봇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패션 대학의 특성상 다양한 전공이 존재하지만,

부서 간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포럼 기능을 시험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웹사이트를 제작하여

LCF 홈페이지 내 온라인 협업 포럼을 제안했다.


학교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기술적·사생활 보호의 제약으로 인해 현재 아카데믹 서포트 홈페이지 내부의 포럼 기능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었다.







Sense of Belonging




6개월간의 Changemakers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공통적으로 깨달은 핵심은 바로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의 중요성이었다.


이 주제를 기반으로,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속감 워크숍(Sense of Belonging Workshop)’을 공동 기획했다.


나는 석사 전시 일정으로 현장 발표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지만, 워크숍에서 사용될 발표 자료와 스크립트를 제작하며 준비 과정 전반에 깊이 참여했고 내가 만든 결과물이 실제 현장 자료로 사용되었단 사실만으로도 유의미함을 느꼈다.






약 6개월간의 Changemakers 활동은 이후

Student Partnership Impact Award (SPIA)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상은 영국의 Staff and Educ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SEDA)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협력하여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낸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나의 활동이 제도적 교육 혁신의 일부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수평적 구조의 힘




이 경험은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 개인적 배움을 교육 공동체적 시선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활동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수평적인 구조의 힘이었다. 한국처럼 상명하복식의 수직 관계가 아니라,

교육진이 먼저 다가와 질문하고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서는 단순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학생과 함께 바꾸려는 제도적 노력이 존재했다.


교육에서 진정한 변화는 ‘위에서 주어진 정책’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런던의 교육 제도, 포용의 실천



런던은 역설적으로 빈부격차가 큰 도시지만,

그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포용적 교육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상위 10개의 ‘가장 포용적인 지역 교육 당국’이 모두 런던에 위치하며, 이는 결석률, 학업 성취 격차, 취학 중단율 측면에서 소외계층 학생 지원이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Universities UK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등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고, intoUniversity, City Gateway, The Brilliant Club 같은 자선단체들은

교육 기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런던의 변화는 구호나 담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제도와 공동체가 맞물려 작동하는 실천의 결과다.




배움으로 남은 것


체인지 메이커 활동 이후로 나는 연구나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언제나 포용성과 사회적 책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제도와 교육은 위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참여와 목소리를 통해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구조가 확산된다면,

현재의 교육 문화 역시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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