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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ie Apr 06. 2023

'틀림'과 '다름'의 차이

편견없는 선의의 손길을 내어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그래서 앞으로도 비효율적이게 필터 없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보려 합니다.

제가 내미는 편견 없는 선의의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이길 바라며 …. 


우선 오늘은 살면서 “나 그래도 잘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2022년에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의 자리가 많아지면서 근래에 제게 많이 들려온 이야기(겸 충고)가 있었습니다.


“넌 너무 사람을 가려 사귀지를 않아, 필터가 없어.”


‘끼리끼리’, ‘친구따라 강남간다.’ 상대방을 알려면 그 사람의 지인을 보면 된다라는 말이 있지요. 인간 사회는 ‘집단’의 속성을 굉장히 중요시 여깁니다. 그래서 그 사람 주변에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하는지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아마 제 오랜 지인들의 생각으론, 제 주변에 “좋지 않다, 나쁘다”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몇 명 존재하는 것 같아, 장난스레 충고를 하는 거겠지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저는 주로 아무 말 없이 웃으며 “맞지, 맞지. 나는 사람 참 안 가리지”라고 대응만 할뿐, 딱히 추가적으로 말을 덧붙힌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조심스레 왜 제가 그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만 나이 9살 때 저는 처음으로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금발머리, 백인, 흑인, 초록눈, 파란눈. 제가 처음으로 외국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 저는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외모, 언어, 식습관,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 등 그 어느 하나도 겹치는 게 없었지요. 심지어 저의 생김새만을 가지고 차별하는 친구들, 심지어 어른들도 있었습니다. ‘다름’이 ‘틀림’이 될 수도 있는 것이구나를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 때, 아무런 편견없이 저에게 다가와준 에밀리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좋아해주었고, 1년 뒤, 제가 한국에 돌아가는 날에는 펑펑 울어주더군요. 그 때 느꼈습니다. 한 명의 존재가 타인의 삶에 얼마나 큰 빛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그녀 덕분에 저는 해외 생활에 잘 적응하고 즐거워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중학교를 1년 반 정도 다녔습니다. 저희 반에서 이상한 소문으로 모두가 멀리하는 한 친구가 있었죠. 그 누구도 그녀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도 특별하게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 친구를 멀리하려고 한 적도 없었지요. 다른 친구를 대하는 거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대화하고, 놀았어요. 그 친구는 그렇게 혼자 오래 지내다가 전학을 간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최근 14년만에 그 친구에게 DM이 왔습니다. 이 게시물 포스트의 사진 속 내용이 그녀가 제게 보낸 글입니다. 너무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일뿐만 아니라, 저는 중학교를 1년반만 다니고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기에, 처음에는 그 친구의 이름을 들어도 누군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저의 이름과 별명, 모습까지 다 기억해주고 있더군요. 연락처도 없을텐데, 아마 인스타에서 제 이름을 찾은 것 같아요.




그녀가 보낸 DM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힘들었던 시절을 잘 극복하고 성장한 친구에 대한 감사한 마음, 그리고 저를 잊지 않아준 모습에 따스함이었던 것 같아요. DM을 받은 순간, 부끄럽지만 “나 그래도 잘 살았네” 라고 생각했네요.


규범이 존재하는 사회집단에서는 ‘틀린’ 행동을 하는 순간 배척당하기 매우 쉽습니다. ‘틀린’ 행동을 하는 이들은 흔히 말하는 ‘필터’를 당합니다. 하지만 저는 최대한 ‘틀린’을 ‘다른’으로 보고자 합니다. 물론 제 사고방식이 틀릴(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조금만 더 신뢰하고, 조금만 더 바보같이 사는 것도 세상이 조금만 더 따듯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은 00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랑 어울릴 수가 없어요. 우리 사이는 틀렸어요” 라고 누군가를 섣불리 정의하는 사회보다는, “당신의 00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요. 그러나 우리 사이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같이 변화시켜봐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요.”라고 하는, 변화의 힘을 믿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비효율적이게 필터 없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보려 합니다. 


제가 내미는 편견 없는 선의의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이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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