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복판에서 우리 부부는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으며 멈춰야만 했다.
18년간 다닌 직장을 정리하고, 몸과 마음이 회복할 틈을 찾고 싶었다.
남편 역시 오랜 시간 해왔던 게임 기획의 일에 점점 지쳐갔다.
기획은 더 이상 그에게 설렘을 주지 못했고,
2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온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삶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때, 우리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양평에 작은 산 하나를 샀다. 큰 산은 아니고, 정말 ‘한 귀퉁이’ 정도.
세컨하우스를 짓기로 했다.
나는 글을 쓰고, 남편은 캠핑장을 운영하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2막을 살아보려 했다.
하지만 삶은 늘 꿈꾼 대로만 흐르지 않는다.
생활비는 다시 현실의 무게로 다가왔고, 우리는 또다시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
남편은 양평에 철물점을 창업했고, 나는 분당에서 발달센터를 다니고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주말마다 산으로 향했고, 우리의 속도로, 우리의 방식으로 꿈을 짓고있다.
전문가를 부르지 않았다. 그럴 여유도, 마음도 없었다.
그저 망치 하나, 톱 하나 들고 하나씩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금방 완성할것 같았는데... 첫 오두막을 완성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계단 하나, 기둥 하나, 모든 게 손으로 만든 시간이었다.
지금은 두 번째 오두막을 짓는 중이다.
2년째, 여전히 공사 중이다.
진도가 빠르지는 않다.
비가 오면 중단되고, 몸이 아프면 한동안 쉬어야 한다.
가끔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혼잣말을 할 때도 있지만
산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우리를 다시 숨 쉬게 해준다.
산새 소리에 잠에서 깨고, 햇살이 머문 마른 나뭇결을 어루만지며 조금씩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두 번째 인생은 지금도 공사 중이다.
비록 느리지만, 진심으로 단단히 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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