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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Jul 12. 2024

동화마을 캠프의 마스코트 '보리'

장마라서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행히 지난 일요일 오전에 비가 안 왔다.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중턱 캠프 작업장으로 행했다. 올라가는 길에 껌딱지 보리가 내 다리옆에 붙어서 함께했다. 졸졸졸 종아리 옆에 붙어서 따라오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저만치 앞서서 갔다가도 얼른 오라고 하듯 뒤돌아 보며 나를 기다렸다. 이럴 때는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기도 하고 엄마를 챙기는 모습이 참 의젓해 보이기도 했다.



오늘 작업은 나는 계단 만들기, 판다목수님은 파고라 기둥 세우기로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보리는 내 옆에 붙어서 나를 감독하기로 정한 듯 일하는 대대 가만히 앉아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뭘 봐? 

그럼, 언제 쳐다봤냐는 듯이 딴 곳을 쳐다보며 모른 체 했다. 나랑 밀당하냐? 보리야!



계단을 만들려면 경사진 땅을 직각으로 만들어서 그 속에 돌계단을 올려놔야 한다. 계단의 주재료인 경계석사이즈는 12*12*1m 크기이다. 작은 삽으로 땅을 파고 다지고 파쇄석을 놓고 또 다지고, 수평자로 수평을 맞추면서 잘 놔야 한다. 나의 임무는 땅 파서 다져놓기, 다음 차례로는 무거운 돌을 판다님에게 놓아 달라고 했다. 산이다 보니 땅을 때마다 돌과 나무뿌리가 너무 많이 나왔다. 전정가위와 전기톱으로 하나씩 정리하면서 하다 보니 작업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하지만 한두 개씩 완성되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뿌듯했다. 이래서 막노동을 하는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보리가 힘내라고 옆에서 꼼짝 않고 바라봐 주어서 간간히 웃으며 일할 수 있었다. 땅을 파고 다지고 돌을 놓고를 반복해서 계단을 5개나 만들었다! 뿌듯하다~! 힘들여 무언가를 가꾸고 만들고 하는 보람을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판다 목수님은 5개의 데크 중 첫 번째 데크와 파고라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다이닝룸 만들기 할 때도 봤지만 뭐든 뚝딱하고 만들에 내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도면을 그리고 기둥을 세울 준비를 했다.



기둥을 튼튼하게 세우기 위해 땅을 파고 시멘트를 채워서 기둥받침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튼튼히 해놔야 기울어지지 않는다고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판다님 덕분에 파고라는 무척이나 튼튼할 듯하다.



기둥으로 세울 나무를 아래서 위로 하나씩 옮기는 작업을 했다. 너무 무거워 보이긴 하는데, 계단이라서 함깨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판다님이 번쩍 들어서 계단을 저벅버적 올라서 나무를 옮겼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수십 번 해야 한다는 게...함정이다ㅜㅜ 판다님 보양식 준비해야 할 듯;;



그렇게 하나씩 큰 나무를 날라서 시멘트로 고정한 틀위에 올려놓고 기둥을 세웠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게 수수평을 맞추는 것이다. 왼쪽, 오른쪽으로 수평자를 붙여가면서 수평이 맞춰지면 그때 얼른 나사못을 박아야 한다. 안 그러면 비뚤어져서 틀어져버린다. 수평이 안 맞으면 다시 나사못을 풀어서 마주곤 했다. 풀고 다시 맞추고를 반복하고 나서야 4개 기둥의 수평을 맞출 수있었다.



다행히 아침 일찍부터 오후까지 비가 안 내려서 파고라 기초작업을 다할 수 있었다. 4개의 기둥을 다 세우고 나서는 기둥이 틀어 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X자모양'으로 다시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이제 슬슬 파고라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아침일찍부터 시작해서 오늘작업은 여기서 끝이다! 힘들게 일했으니 얼른 사워하고 냉면을 먹으러 옥천으로 나가기로 했다. 우리가 일하는 내내 성격이 밝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게 흠이라는 레트리버 종인 보리는 나무를 옮길 때도, 자를 때도 작업을 마칠 때까지 나와 아빠옆에 함께였다. 덩치큰 울 겸둥이!



보리야! 앞으로 우리 캠프에 마스코트가 되어주렴^^ 혹시, 강아지를 무서워하시거나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 우리 보리를 만나보면 강아지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실 수 있어요. 보리 만나러 양평으로 오세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노동의 작업들이 우리의 현재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왜 이런 힘든 일을 사서 고생할까? 평지에 캠핑장을 만들면 이런 고생을 안 할 텐데, 평지는 땅을 다지고 파쇄석을 깔아 놓으면 끝났을 일인데... 우리 부부는 몇 달째 땅을 파고 돌을 나르고 있다. 힘이 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씩 우리의 손길로 가꿔서 만들어가는 재미와 보람이 있다.


늘 고속도로 같았던 우리 부부의 인생에 퇴사 이후, 지금 길이 험란한 자갈밭 같은 힘든 상황인 것 맞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언제가 행복으로 되돌아올 것을 믿는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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