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냐고? 바로 텐트와 오두막이 들어 설 캠핑장 터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나타나는 무성한 나무와 풀들... 오늘은 정글숲을 개척하는 날이다. 본격 막노동 모먼트!!!
판다님이랑 나는 일요일 아침 일찍 해가 뜨기 전에 물과 간식을 챙겨서 산으로 올랐다. 농부들이 왜 부지런한지 이해가 된다. 해가 뜨면 날이 너무 더워져서 일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웬만한 일들은 오전 중에 해치워 놓는 게 상책이다. 다행히 여기는 숲 속이라 그늘져서 오후까지 작업할 수 있었다.
계단을 만들어 놓고 하나씩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 끝은 할 일이 쌓여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니 계단 만들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가했다.
길을 내야 해서 작은 나무를 하나씩 처리하고 본격적으로 큰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판다님은 큰 나무를 베려면 요령이 필요하다며 일장 연설을 하고 밤나무 베기에 나섰다.
나무가 넘어질 방향을 정해서 약간 사선으로 나무를 베기를 시작한다. 한 60% 정도? 나무를 베고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넘어질 방향 반대편에서 이번에는 직각으로 나무를 벤다. 그러면 나무가 좀 전에 베어낸 방향으로 쓰러지게 되는 방법이란다. 맞게 설명했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틀렸다고 판다님이 잔소리할지도...
한쪽 방향으로만 톱질을 하면 나무가 쓰러지면서 톱이 깔리게 되는데 미리 쓰러질 곳에 톱질을 하고 결정적으로 반대편을 잘라서 나무를 쓰러뜨리는 방식이다.
왠지 나무베기 하나에도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안된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반대방법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나무꾼도 도끼질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 도끼가 나무에 끼고 부러져 봤을까? 안된다고 생각될 때는 전혀 다른 반대의 방법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나무 베기를 한참 설명한 후에 본격 나무베기 시간이 되었다. 숲 속캠핑이 콘셉트이라 될 수 있으면 큰 나무는 손대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나무는 너무 중간이라서 이것 때문에 데크를 만들 자리가 없어서 과감하게 베어내기로 결정했다.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도 좋았지만, 잘려나간 자리로 해가 비추고 뻥 뚫린 하늘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큰 일 하나를 해치운 것 같아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길을 내기 위해 작은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다지기 시작했다. 땅에 돌이 많아서 삽으로는 택도 없어서 곡괭이가 필요했다. 사직을 찍고 보니... 빰밤.. 빰밤...으로 시작하는 레미제라블의 노래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일까? 거침없이 땅을 파고 다지는 판다님~ 멋져요!!
판다님은 지금에서야 육체적 노동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한다. 25년간 컴퓨터와 사투를 벌이며 책상에 앉아서 일만 하던 그였다. 양평에 와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노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몸을 쓰며 일하고 땀을 엄청 흘리고 샤워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의 기쁨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많이 힘들어하지 않아서 다행인 건지... 나는 마음이 그냥 짠한데;;
복잡했던 나의 마음처럼 어수선한 나무들을 베어내고 땅을 다지 고나니 어느새 길이 정리되고 있었다. 이것이 노동의 기쁨인가? 언제 이걸 다하지? 했는데, 몇 시간 동안 움직이니 정말 길이 생겼다. 원래는 무언가를 막 저지르고 시작하는 게 나였고, 판다님은 계획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성격이었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슨 일이든 겁도 없이 척척해낸다. 판다님은 다 계획이 있는 건가? ㅋ~
지난 주말도 개척의 희열을 느끼며 캠핑장 터 닦기로 한 주를 마무리했다. 참고로 나도 사진만 찍으며 논건아니고, 판다님 옆에서 톱질하고 삽질을 같이 했다;; 영상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