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웬 비닐하우스냐고요? 이건 캠핑 오두막과 테크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공구를 보관하는 창고다. 캠핑장터가 산중턱에 있어서 매일 작업을 할 때마다 공구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계단 올라가는 입구에 방수포로 비를 맞기 않게 해 두었지만, 깜박하고 공구를 안 가지고 오면 계단아래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서 다리만 튼튼해진다는?! 나는 평소 동선과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귀차니즘 이기도하다...ㅋㅋ
왔다 갔다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한 번에 해결해야 마음이 편한 편이다. 그래서 산 중턱에 텐트보다 먼저 공구보관과 작업실용 비닐하우스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열심히 검색하고 나무사이즈까지 고려해서 주문했는데, 판다님은 화물택배로 뭐가 또 큰 게 왔냐고 카톡으로 잔소리를 퍼부었다. 다 자기 편하라고 주문해 준 건데... 흥, 칫, 뿡이다!!!
2M*4M 사이즈의 비닐하우스는 생각보다 커서 설치 할 곳을 먼저 치워야했다.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지난주에 가지치기했던 나무들이 쌓아놨는데 '왜 여기다 쌓아놨을까!' 한탄하며 조금 옆으로 죽은 가지를 옮겼다. 본격적으로 일에 앞서 산 중턱에 핸드폰으로 타입랩스를 설치하고 가지치기부터 시작했다. 나무의 잔가지를 정리하고 나니 화면이 환해졌다.
설명서만 뚫어지게 보는 투덜이 판다님
판다님은 한참을 "이게 뭐라는 거야?" 투털거리면서 설명서를 보고 서있었다. 지붕이 될 프레임을 잡고 있으라고 하는데 여전히 모르겠는 눈치였다. "언제까지 잡고 있어? 힘들어!"라고 징징댔더니 잠시 쉬었다고 하자고 해서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헤매고 있던 터라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잠시 쉬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조립을 시작했다. 마침 쉬고 있던 아가씨가 올라왔다. 구원투수가 등장이다. 잠깐이면 될 줄 알고 아래서 쉬고 있으라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내려온다면서... 둘이 낑낑대고 있으니 둘보다는 셋이 낳다면서 서둘러 조립을 시작했다.
셋이 머리를 맞대니 훨씬 나았다. 하나를 잘 조립하니 두 번째, 세 번째는 훨씬 쉬웠다. 판다님은 드릴, 아가씨는 파이프조립, 나는 볼트와 넛트 이렇게 분담해서 셋이 손발을 맞추니 척척이었다. 어느새 제법 비닐하우스모양이 갖춰졌다. 빼대를 다 조립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비닐을 씌우니 훌륭한 작업실이 되었다.
처음에 얼마간 헤매긴 했지만 제법 괜찮은 비일하우스가 완성되었다. 다음날부터 폭우가 온다고 하는데 공구와 자재를 보관한 넉넉한 작업실이 생겼다. 날이 더워 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만 뿌듯했다. 잔소리 폭탄 판다님도 다 완성하고는 은근 흐뭇해하는 눈치다. 이번 주말도 큰 미션하나를 클리어했다.
요즘은 날이 더워서 아침 일찍 산에 올라서 작업을 하고는 해가 뜨기 전에 내려온다. 농사를 지을 때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덕분에 주말이면 더 부지런 해졌다! 하지만 장마라 주말마다 계속비가 내려서 아쉽게도 공사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ㅜㅜ 이번주는 주말에 비가 내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