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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Jun 13. 2024

캠핑장 OUT!

주말인데 조용했던 마을이 시끌시끌했다. 마을 입구에 옆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캠핑장 OUT! 주민동의 없는 민폐 개발 결사반대?!


얼마 전 토목공사 중에 아랫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왔다가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을 꼭대기에 이런 영업시설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현장소장님께 항의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 사람들은 또 우르르 군청에 몰려갔다. 단체민원을 넣고 허가를 해준 군청을 나무랐다. 정식으로 허가가 난 상황인데, 단체 민원이라 군청도 얼떨떨한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지나다보니 마을 입구에도 떡하니 걸어놨다... 현수막도 마치 온마을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처럼 'ㅇㅇ3리 일동'으로 만들어 붙였다.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우리가 매입한 토지는 엄연하게 영업시설이 들어와도 되는 계획관리 토지이고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리로 말 그대로 산 꼭대기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캠핑장 시설도 아닌, 자연친화적이고 사이트 6개인 소규모 힐링 쉼터인데... 어떤 개발이 민폐라고 우기는 건지... 조금 황당한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피해는 최소화하고 그에 따른 대책도 마련 중이었다.


양평군청 주무관에게 연락을 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었다. 주무관도 소규모 시설이라 이렇게까지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는 했다. 나는 답답하고 어이가 없어서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민원을 신청했다.



사실 아랫마을 사람들이 캠핑장시설을 반대한다고 해서 대통령실에 무작정 민원을 신청한 건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현수막까지 걸어가면서 마을 전체를 들쑤시는 검은 속내가 있기 때문에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민원내용 첨부]

https://www.sisamirae.com/news/article.html?no=91290 (신문기사 첨부)


우리를 궁지로 모는 이유는 적반하장이었다. 자기네 마을의 이기심으로 우리 마을에 피해를 주고 캠핑장의 이슈로 덮으려는 목적이었다. 우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측에 대응하기 싫고, 군청에는 이 상황을 알리고 싶어서 민원을 넣었고 그들에게 아무런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동안 관심도 없던 마을행사에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에 관한 나쁜 소문을 내며 반대서명 운동을  온 마을을 휩쓸고 다녔다. 그러고 난 지금, 두어 달이 지나서 마을사람들이 동요하지 않자 지금은 시큰둥한지 조용해졌다. 캠핑장이 들어선다고 하면 반대할 거란걸 예상 못한 건 아니었다. 공사가 시작되고 마을 주민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할 계획이었는데... 하지만 이런 식의 치졸한 방법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동네 사람이라는 게 좀 부끄러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사의 분진과 소음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EGI펜스를 설치했다. 사실, EGI펜스사실 대형 공사현장에만 설치를 하는데 우리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하기로 했다. 공사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주말에는 공사를 하지 않았다.



주말이 되어 양평에 도착하니 사방이 꽉 막힌 철벽이 나를 반겨주었다. 마음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봄 한 철만 볼 수 있는 서부해당화가 만개했는데... 철벽 밖이라 몰래 훔쳐봐야만 보였다ㅜㅜ 얼마 전에 심어놓은 퐁퐁 데이지 꽃도 시야에 안 들어왔다. 주말에 양평에 가도 우울했다. 다행히 파란 하늘은 잘 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울한 주말을 보낼 순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 먹으니 나름 좋은 점도 있었다. 펜스가 그늘이 되어주어 한낮에도 좀 덜 더웠다. 남편은 녹슨 철판에서 빈티지 느낌이 나서 공간예술작품 같다나? 긍정적인 판다님ㅋㅋ~나도 뭐라도 좋은 점을 찾아야지 몇 달이나 되는 공사기간 동안 불만만 가져 뭐 하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도 했던가? 이제는 집이 철판으로 둘러져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제 되려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눈에 거슬리는 것보다 예쁘게 담고 싶은 모습이 더 많아서 더 이상 안 좋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조화 속의 조화를 찾은 느낌? 긍정적인 성격이 이럴 때는 참 좋네;;



손님들을 초대할 때 마당에 둘러진 철판을 보고 놀라지 말라고 예고를 했다. 하지만, 그들도 도착해서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입구에 들어올 때 잠시 보는 뿐, 다이닝룸에서 식사를 할 때나 2층 테라스에서 브런치를 하면 정말 아무런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좋은 게 더 많으니 아쉬움 하나쯤이야...


 

우여곡절을 지나 이제는 심사숙고를 하며 다음단계로 진행 중이다. 다행히 캠장인 판다님은 매우 침착한 편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성격이라 조금 느린 게 함정?? 요즘은 산으로 올라가는 진입로에 돌계단을 만드느라 주경야공사(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사)가 한참이다. 관리동외에 셀프로 만들어야 해서 힘들진 않을까 늘 걱정인데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참 든든하다. 다만, 몸생각해서 몸은 덜 쓰고 효율적으로 하길 바랄 뿐^^;; 다음 편엔 판다님의 땀과 정성으로 하나씩 완성되가는  캠프의 모습을 전해드릴 예정이다^^ 우리는 민폐 개발이 아니라 산을 예쁘게 가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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