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9일
⊙ 5월 9일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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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 카페 → 암펠만 스토어 → 베를린 필하모니 → 포츠담 로컬 식당 → 숙소 복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Holocaust Memorial
-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
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
과거 독일이 분단 국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베를린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도시 전체가 이 정도로 기록의 도시였다는 건 알지 못 했다.
힙스터의 도시라고 불리는 베를린은
여느 도시처럼 높은 빌딩과
모던한 거리가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 골목골목에는 세월의 흔적이 깃든 과거의 기록이
여전히 숨쉬고 있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대로변에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도
비주얼만으로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멈춰서게 되었다.
의미있는 곳이란 걸 몰라도 궁금해지는 비주얼인데
그 의미와 역사를 돌아보면
절로 숙연지는 공간이 바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다.
2005년 5월, 종전 60주년을 기념해 완공한 이곳은
뉴욕의 건축가인 ‘피터 아이젠만’의 설계로 만들어진 유대인 추모공원으로
정식 명칭은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이다.
무려 1만 9073㎡의 규모!
즉, 축구장 3개 정도의 부지에
2,711개나 되는 기둥들이 세워져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으로 학살된
유럽의 희생자 600만 명을 추모하는 비석이다.
'비석'이라고 알고 보니,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처럼 느껴져서
더 차갑고 슬프게 느껴졌다.
콘크리트로 만든 이 비석들은
두께 0.95m, 너비는 2.38m로 일정하지만
높이는 한 뼘 정도에 해당하는 20cm부터
성인 남자 2명의 키를 훌쩍 넘는 4.7m까지
각기 다르게 우뚝 솟아있다.
비석의 의미를 몰랐을 땐,
다양한 사람들을 나타내기 위해 높이를 다르게 한 건가 싶었는데
이 수많은 기념비에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직접 걸어보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살아있는 박물관이었으니까 말이다.
일정한 듯, 일정하지 않은 비석 사이를 걸을 땐
마치 미로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 미로와 차이가 있다면 입구와 출구가 따로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길을 헤매이게 됐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길에 섰던
그 당시 사람들의 불안했던 마음을
이 좁은 통로를 대신해 표현한 건가 싶었다.
내 키를 훌쩍 넘는 높은 비석 옆을 지나갈 땐,
사방이 뚫린 길인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벽으로 가로막힌 듯한 답답함과
비석에 가려져 해가 들지 않는 어두움이
고립된 기분까지 들게 했다.
만약 밤이었다면, 이 길에서 보이는 건
내가 서 있는 바로 위의 작은 하늘뿐 아니었을까?
혹은 여기가 빌딩 숲 사이에 있으니까 창밖으로 빛나는 조명이 더 잘 보였으려나?
아니면 그 조명들 조차 기둥에 가려져
잡을 수 없는 아련함이 더 진했을까?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은
이곳의 좁고 촘촘한 비석 사이를 걷는 경험으로
희생자들이 겪었을 심정을 전달하고자 했다는데
어떻게 건축물로 희생자들의 마음을 전할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를 통해,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암담했을까...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게
많은 감정을 교차하게 했다.
현재 우리는 이 길을 걸어나가면
빛이 드는 길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막상 기둥에 부딪혔을 땐,
그 찰나 조차 이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얼마나 처절한 몸부림으로
현실을 마주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비석의 통로는
사람 한 명이 걸어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이고
2명이 서면 꽉 찰 것만 같은 공간이다.
길을 걸 을 땐 동서남북으로 사람과 마주칠 수 있어서 늘 살피고 걸어야 하는데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에서
경거망동할 수 없는 구조라서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신기한 건, 이날의 날씨가 독일 역사의 흑과 백
명암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거다.
비석 위로는
온전히 햇볕을 받을 수 있는 빛나는 날이었지만,
강렬한 햇볕 덕분에
비석 사이사이로 그림자는 더 진하게 드리워졌고
안 그래도 어두운 비석들이 빛까지 가려
더 암흑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비석과 비석의 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비켜가지 못 할 정도로 가까웠고
우리도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그 역사를 비켜가지 않고 마주해야 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기준으로
비석의 위는 밝아진 현재의 모습을
비석의 아래는
캄캄했던 과거를 상징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실제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은
통로를 걸을 땐 엄숙했지만
통로를 벗어났을 땐, 비석을 벤치 삼아 앉아 쉬거나
동료들과 얘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역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다가가는 게 보기 좋았고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웃을 수 있는 현재가 있는 것 같았다.
베를린 곳곳에서 이런 흔적들을 마주하면서
독일이 잔혹했던 역사를 멀리 하지 않고
기꺼이 드러내며 반성하는 모습이
더 나은 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 같아서 보기 좋았다.
사람들은 덕분에 아픈 과거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나라든, 내가 사는 도시 한복판에
이런 거대한 규모의 역사적 추모 공원이 생긴다면
과연,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완공된 모습을 알 수도 없는 초기 계획 단계에서는
더더욱 반대 세력이 들끓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감한 선택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건 배울 점인 거 같다.
덕분에 지금의 사람들이
역사를 잊지 않고 역사를 되새기며
보다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게 아닐까?
※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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