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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Mar 22. 2024

제9화_헤드헌터들은 왜 그럴까?

임원의 퇴임과 새 출발 이야기


2년간의 ‘비상근 고문’ 혜택을 핑계로 퇴임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포지션을 찾지 않았다. 약 3개월 뒤 헤드헌터로부터 문자가 왔다. 주요 서치펌에 등록해 둔 나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하였다.


“대기업군 주력사 ○○사업 본부장 포지션이 있는데, 지원해 보시겠습니까?”

“그런데 이사님. 그 회사는 저의 경력과는 전혀 다른 업종인데요?”

“채용 회사는 그 포지션에 동종 업종 경력자는 뽑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인 전무님도 지원 가능합니다.”

“네. 그렇다면 지원해 보겠습니다. 이력서 정리하여 보내 드리겠습니다.”


헤드헌터의 요구 사항 ‘채용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력 및 역량을 강조하기’ 흐름으로 이력서를 편집하여 이메일을 보냈다. 그 회사의 위상이나 연봉, 포지션을 고려한다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8개월 뒤 확인해 보니 외부 채용을 하지 않고 내부 이동으로 처리했음을 확인하였다.)


퇴임 이후 처음 지원해 보는 터라 긴장되고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매일매일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한데 이력서를 보낸 이후 헤드헌터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며칠을 참다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문자를 보냈다. 무성의한 답신이 오랜 시간 뒤에 날아왔다.


‘채용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꼭 내가 물어봐야 답을 주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보낸 이메일 잘 받았고, 채용 회사에서 피드백이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미리 안내해 주면 안 되나?’


처음에는 이 헤드헨터만이 성의 없는 행태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 많은 헤드헌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았으나 대부분이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 지원서를 보냈는데 잘 받았다는 답신이 없다

•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데 피드백을 안 준다

• 조바심이 나서 연락해도 답이 없거나 아주 늦게 성의 없이 답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애타게 기다려도 그들은 성실하게 피드백해 주지 않기 때문에 나만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지원한 이후 잊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나만의 해결책을 찾았다.


헤드헌터로부터 지원하라는 제안이 오면 이력서 제출 후 머릿속에서 지우자! 그래야 목 빠지게 기다리다 정신 건강이 훼손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전 서치펌 대표를 만났다. 미팅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대표에게 물었다.


“대표님. 헤드헌터들은 왜 그리 성의가 없나요? 적절한 타이밍에 피드백해 주면 안 되나요?”

“헤드헌터들이 접촉하는 구직자가 매우 많아서 피드백을 자주 해 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대표의 답변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굳이 반박하고 싶지도 않았다. 헤드헌터들이 하루를 기준으로 몇 명과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모르지만 조금만 성의를 가진다면 적절한 타이밍(지원자가 매우 궁금해하는)에 피드백해 주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최근 들어 구직자와 헤드헌터의 甲乙 관계의 변화가 생기는 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직자가 지원할 때는 ‘을(乙)’의 입장에 있지만, 서류 통과 또는 1차 면접 합격한 이후에는 변화가 생겼다. 그때부터는 구직자가 ‘갑(甲)’이 되어갔다. 구직자의 채용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서치펌(헤드헌터)의 수입 발생 가능성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채용이 성공되면 서치펌은 채용 회사로부터 20~30%의 수수료(입사자의 연봉 기준)를 받는다. 억대 연봉자라면 수천만 원의 수입이 발생하니 당연히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달 헤드헌터의 제안으로 내가 지원한 회사의 1차 면접(C-Level)을 통과하였다. 이후에도 수 차례 면접이 더 있었는데 면접 갈 때마다 담당 헤드헌터(이사)로부터 생소한 문자가 왔다.


‘잘 부탁드립니다.’


‘갑’이 되었다는 우쭐함 보다는 씁쓸함이 앞선다.

구직자가 지원할 때부터 조금 신경 써서 피드백해 주면 안 되나? 내가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그들의 행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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