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퇴임과 새 출발 이야기
도서관 복도를 벗어나 외부로 나와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지요?”
“네. 전무님. 새해가 조금 지났는데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다름이 아니라, ㈜○○○○○ 아시지요?”
“네. 우리 회사가 출자한 지방에 있는 회사, 알고 있습니다.”
5개 사가 출자하여 설립된 ㈜○○○○○은 지방에 소재한 작은 규모의 회사이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할 차례입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전무님을 추천 내정 하였습니다. 가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였다.
“가겠습니다.”
수개월 전이었다면 제법 망설였을 것이다.
내가 가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포지션이라는 자만심이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재지 말고 빨리 포지셔닝하기로 마음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결정하였다.
그 회사는 출자한 5개 사가 2년씩 돌아가면서 대표이사를 맡아 왔는데 마침 올해 3월이 우리 회사의 순번이 된 것이다. 한 회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8년에 한 번씩 순서가 돌아온다. 이 타이밍에 우리 회사의 순번이 되었고, 여러 퇴임 임원 중에 운 좋게도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퇴임 이후 첫 번째 행운이 나를 찾아온 것이다.
일단 갈 곳이 정해지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올해 3월부터 2년 임기이며 비상근 고문 기간 남은 1년과 비교하면 1년 2개월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도 잘 되었다고 격려를 해 준다.
그리고 며칠 후 갈 회사의 부장이 연락을 먼저 주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물어보겠다고 하였다.
대표이사 부임하기 전까지 2 달반 정도 남았다. 현업 복귀에 앞서 회사 생활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예열, 2년간의 지방 생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 갔다.
그러던 중 1월 말 즈음 두 번째 행운이 머리를 내밀었다.
모르는 사람의 문자 메시지였다.
‘안녕하세요.
서치펌 ○○○○○의 헤드헌터 ○○○ 입니다.
BP사를 통해 연락드립니다.
대기업 계열사의 총괄 사업부장 포지션이 오픈되어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관심 있으신지 여쭤보며 회신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갈 곳을 확보해 둔 상태에서 지원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채용이 되지 않더라도 프로세스를 밟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바로 답신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원 가능한 포지션이라면 지원해 보겠습니다.‘
잠시 후 헤드헌터는 전화를 통해 어떤 회사인지, 앞으로 어떤 절차인지 나에게 알려 주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새로운 기대와 욕심이 나를 부추겼다.
‘제안받은 회사에 가게 된다면 좋겠다.’
다음 예정 글 : 제12화_행운을 쥐기 위한 4번의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