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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uCHO Mar 31. 2024

제12화_행운을 쥐기 위한 4번의 면접

임원의 퇴임과 새 출발 이야기


제안받은 다음날, 지원 회사의 Job Description에 맞게 편집한 이력서를 헤드헌터에게 보냈다. 그리고는 잊었다. 아니 잊으려고 했다.

 

서치펌의 성실한 피드백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 피폐해진다는 경험이 만들어 준 나만의 대응책이 발동되었다.

 

더불어 마음속의 안전장치도 가동되었다.

‘나는 갈 곳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생성된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지울 수는 없었다.


1주일 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테이블 한 곳에 둔 휴대폰 검은 화면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헤드헌터의 연락이었다.


‘안녕하세요.

아래 일정에 면접 가능하실지 여쭤봅니다.

확인 부탁 드립니다.’


순간 나는 건전지 끊긴 인형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였다.


‘면접을 본다는 것은 서류가 통과되었다는 것이구나!’

앞으로도 갈 길이 험난하겠지만 일단 기분은 좋았다.


내가 면접 일정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정해지는 일정에 따르겠다고 답하고, 일자와 시각을 받았다.


30년 전 신입사원 입사 면접을 본 이후 내가 지원자로서 면접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면접관으로서 수 차례 면접에 참가하였지만 내가 면접관 앞에 서는 것은 30년 만이다. 어색하면서도 신선함이 찾아온다.


면접일까지 남은 1주일 동안 채용 공고에 기재된 ‘주요 업무 • 자격 요건’과 지원 회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준비해 갔다.


면접 당일 평소보다 더 빨리 눈이 떠졌다. 긴장감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10시 면접이지만 대중교통 이동을 감안하여 일찍 집을 나섰다. 1년여 만에 입어보는 슈츠에 이질감이 들었지만, 담담한 마음으로 광역버스에 올랐다.


지원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 면접 시각 보다 1시간 반 전에 도착하였다.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정리한 자료를 다시 읽어보고, ‘면접의 기본자세’를 마음속에 되새겼다.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질문에는 답부터 먼저 하자

(추가 질문이 있으면 부연 설명을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하자

(면접관은 표정과 말투를 보면 다 안다)


약 1시간에 걸친 C-Level 1차 면접을 마쳤다.

면접 후반부의 면접관들의 질문이나 이야기를 추론하면 면접 결과가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당일 오후 늦은 시각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Top-Level의 2차 면접 일자가 5일 후로 정해졌다고 알려왔다.


기대감이 한층 올라간다.

‘조금만 더 가면 확보한 포지션 보다 내가 희망하는 포지션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2차 Top-Level 면접 이후에도 2번의 면접이 며칠 간격으로 이어졌다. 임원급 채용에는 시간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었으나, 총 4차례의 면접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4번째는 ‘1:1 면접’이었다.

지원회사로부터 요청을 받아 내가 작성하여 제출한 자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채용 결정권이 있는 면접관은 면접 말미에 채용 확정이라고 알려 주셨다.

2번째의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환희가 찾아왔다. 하지만 아직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출근, 계약 일자는 언제로 생각하고 있으면 되는지요?”

“채용은 확정인데 그 일자는 회사 사무실 이전과 맞물려 있어서 3월 중순에서 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3월 중순에 가기로 한 지방 회사 주주총회 날 대표이사로 취임하기로 되어 있는데 일정이 어그러질 것 같다. 내가 가지 않게 될 경우 후임자 선정 절차에 시간이 꽤 걸려 소속 회사에 최대한 빨리 알려 주어야 한다. 주주총회 전에 다른 사람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 회사 면접을 여러 번 보면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서치펌에서도 그러는 것이 좋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자가 촉박하다. 말할 수밖에 없다.


“저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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