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하루가 흘러간다.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있고
식사 시간은 지켜지지 않는다.
시즌이 한참 남은 드라마를
다음화 또 다음화 멈추지 않고 재생하는
계획했던 일의 반도 채 이루지 못한
게으른 하루가 지나간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 시간쯤엔 자괴감으로 몸부림쳤을 테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보다 농도 깊은 일상을 보낼 줄 알게 되었고
할 일에 치여 번아웃 되지 않도록
시간과 체력의 고삐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게 휴식을 줄 줄도 알고
선택과 집중에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게으른 하루가 지나갔지만
이제는 게으른 나에게 벌을 주지 않는다.
완벽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이만큼 해내고 있는 나를 알기에.
나에게 필요한 건 욕심껏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템포에 맞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임을 알기에.
조바심 내지 않고
노력과 가능성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가는 나이고 싶다.
게으른 자의 변명 같은 글을 쓰며
게으른 하루를 마무리한다.
푹 쉬었고, 평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