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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Feb 26. 2024

갈망에서 해방되기_소년과 오아시스上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뙤약볕 아래를 걷다 잠시 머무른 마을에서 만난 한 노인이었다. 마을에는 조그마한 오아시스가 있었는데, 노인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나그네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주름을 더욱 겹겹이 그리는 미소를 짓더니 물 한 잔을 권했다.

 나그네여, 잠시 앉아 목부터 축이시게. 그리고 괜찮다면 잠시 내 말벗이 되어 주지 않겠는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소년이 한 명이 있었다네. 소년에게는 평생을 가도 해결할 수 없는 갈증이 있었지. 그리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오아시스였다네. 소년에게 오아시스는 ‘삶의 이유’였어. 소년은 철들 무렵부터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지?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지?’ 같은 질문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고, 그것은 그가 일생이 끝나기 전 찾아내야만 하는 그만의 오아시스였지.


 소년은 그 오아시스를 찾아 평생을 헤매고 다녔다네. 그리고 그러는 동안 각자의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지. 소년의 오아시스는 삶의 이유였지만 그가 만난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오아시스가 있었네. 어떤 이의 오아시스는 막강한 권력이었으며, 어떤 이는 끝없는 재산, 어떤 이는 지지 않는 아름다움이었지. 자신을 최고로 만들어줄 이상적인 반려자, 아무도 찾지 못한 학문적 성과, 심지어는 막연하게 행복이란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었어. (불멸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만났다더군. 놀랍지 않은가?)


 “내가 꿈에 그리는, 나만을 사랑해 줄, 날 완벽하게 만들어 줄 그 여자!”

 “나는 지금 너무 불행해. 행복하고 싶어!”

 “더 큰 권력, 더 많은 재산, 더 큰 성과!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자신의 오아시스를 찾았다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는 거야. 오아시스를 거의 잡을 뻔했다는 사람들도 만났지만 그들도 하나같이 이렇게 이야기했어.


 “어떤 날에는 그것이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어. 이 팔만 뻗으면 잡을 수 있겠다,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은 거야.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 발 내디뎌보면. 웬걸 이놈의 오아시스가 훅-하고 뒷걸음질을 치더군. 아뿔싸 잡으려고 뛰면 점점 더 멀어지고 말이야. 이런 환장할 노릇이 어디 있겠나!” 그들은 쉰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다시 떠나가고는 했다네.


 이런 만남들이 소년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어. 조급함만 더 커질 뿐이었다네.


 내 인생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죽기 전에 내 인생이 조금이라도 가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소년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의미 없이 보냈다 생각되는 날이면 그는 끝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지. 공허함을 두려워하며 끝없이 무언가로 일상과 인생을 채우려고 했다네.


 시간이 흘러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라 불리기엔 어려운 나이가 되었지. 청년이 된 거야.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찾아 헤매는 여정은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갈증은 이제 익숙한 것이 되었다네. ‘오아시스라는 것이 존재는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타는듯한 목마름이 때때로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지만 그에게는 다른 신경 쓸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네. 나이가 들 수록 그에게는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와 골라야 하는 갈림길이 점점 더 많아졌지.


 하지만 오아시스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소년의 머릿속에서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 삶의 이유인 오아시스는 그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으니 말이야.


 물론 그에게도 오아시스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네. 소년이 무언가에 강렬하게 빠졌을 때가 특히 그랬지. 그것은 어떤 사람이기도 했었고, 예술적이거나 희생적인 행위이기도 했고, 명예나 부유함이기도 했어. ‘이것이야말로 내 삶의 이유겠구나!’ 그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네. 성취감, 열의, 갖가지 애욕과 애타는 마음, 자부심 그리고 행복감. 이 감정들이 맹렬하게 뒤섞이고 타올라 그의 눈 바로 앞에 오아시스가 홀연히 다가왔을 때(그럴 때마다 오아시스의 크기는 더욱 크게, 거리는 더 가깝게, 그리고 그 싱그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생생하게 느껴졌다네.) 그는 확신을 가지고 손을 뻗었지. 오랜 시간 동안의 고뇌와 갈증을 드디어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고 호흡은 가빠졌으며 손끝은 저릿해졌지.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어.


 오아시스는 그 어느 때보다 멀리 뒷걸음질 쳤고, 그의 마음에는 오아시스보다 더 크고 깊은 공허함이 어두운 먹물처럼 번졌다네. 공허함 뒤에 다시 느끼는 갈증은 두려움을 동반했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영영 증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실망감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네. 어떤 밤에는 목구멍에서 불길이 이는 듯하고, 어떤 밤은 두려움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또 어떤 밤에는 심장이 있던 자리가 텅 비어버린 것 같았어.


 그리고 그는 깨닫게 되었지. 성취감, 열의, 갖가지 애욕과 애타는 마음, 자부심 그리고 행복감은 좌절감, 상실, 갖가지 증오심과 이기심, 자괴감 그리고 불행과 함께라는 것을.




下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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