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Nobody가 된다는 공포 –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걷기명상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나’에 대한 분노 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 분노는 깊었다.
처음엔 왜 그런지 몰랐다. 그런데 걷다 보면 생각의 결이 달라진다. 감정의 층이 벗겨지고, 그 속에서 잊고 있던 진실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나는 인정받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었고,
내가 해온 일들이 가치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나는 화를 냈다.
“왜 나를 몰라주지?”
“나는 이만큼 애썼는데.”
“아무도 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건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스스로를 Nobody,
즉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한마디, 무심한 눈빛, 일상에서의 사소한 무시,
이런 것들이 나를 무너뜨렸다.
‘그들이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내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있다.
“人不知而不慍(인부지이불온)”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 구절을 걷는 도중에 떠올렸고,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는 성내고 있었던 것이다.’
‘남이 나를 몰라준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 걸까?’
그 답은 바로 자존감에 있었다.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믿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걸 잃고 있었다.
외부의 평가와 인정에만 매달렸고, 그것이 없을 때 무너졌다.
자존감은 그렇게 부식되고 있었다.
걷기명상은 그 감정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게 했다.
발걸음이 반복될수록
내 감정의 파동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걷는 동안은,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었고,
스스로에게 존재 이유를 묻는 시간이 되었다.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아닌가?”
“내가 했던 모든 경험과 노력은 가치가 없는가?”
“내가 누구든, 내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가?”
이 질문에 진심으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을 때,
나는 다시 내 편이 될 수 있었다.
Nobody가 된다는 공포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진짜 자존감은 남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걷기명상은 결국,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하는 연습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는 믿음.
외면의 박수보다,
내면의 고요한 수긍이 더 멀리 간다는 것을,
나는 걸으며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