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지금도 걷는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가볍게
이 긴 여정을 돌아보면
처음 걷기 시작했던 그날의 나는
감정의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모든 것에 화가 나 있었고,
질투와 비교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사랑할 줄 몰랐고,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했다.
걷기는 그런 나에게 말이 없는 거울이 되어주었다.
말없이 내 안의 분노를 비춰주었고,
내려놓지 못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게 했고,
나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조금씩 심어주었다.
나는 이제 달라졌다.
물론 극적으로 바뀐 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세상과 싸우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으며,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가끔은 여전히 흔들리고,
문득 외로움에 휘청이고,
지나간 실수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것과 싸우지 않는다.
그저 그 감정과 함께
걸음을 이어간다.
이제 나는 걷는다.
세상에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와 함께 있기 위해서.
더 이상 위로를 갈구하지 않고,
인정을 기다리지 않고,
사랑받기만을 바라지 않으며,
조용히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으로 걷는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가볍고,
단단한 발걸음으로.
계속 걸어갈 것이다.
숨이 차오를 때 까지가 아니라,
숨이 다시 편안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