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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 – 나를 보는 걷기 6

6. 삶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가 달라졌다

걷기 그리고 걷기명상을 시작하고도 한참 동안은,

삶이 ‘눈에 띄게’ 바뀌지 않았다.

현실은 그대로였다.

돈이 더 생긴 것도 아니고,

관계가 갑자기 회복된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나는 삶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화가 날 만한 일에서

조용히 한숨 한 번으로 넘어갔다.

상대방의 무심한 말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을 하다가 막히면,

‘이건 왜 이 모양이야’가 아니라

‘지금 내가 피곤한가 보다’라고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도 나를 달라지게 한 게 아니었다.

내 안의 시선이 바뀐 것이다.


이전의 나는

‘삶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내가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삶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것을 안다.

환경은 그대로인데,

감정의 진폭은 줄었고,

갈등은 줄었고,

내면의 고요는 커졌다.

이건 변화된 ‘삶’이 아니라,

변화된 ‘나’가 만들어낸 변화였다.


나는 이제 삶을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가볍게’,

그리고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치유된 것도, 완성된 것도 아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외롭고,

여전히 작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요동치곤 한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함께 걸어가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달라지고 있다면,

그건 세상이 달라지는 가장 깊고 조용한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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