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쟁이 4년 차, 아직 멀었나 보다.

21년 11월의 바리스타

by 콩알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엑셀 돌리고, 파워포인트 만지작 거렸던 직장인 때만 해도 출퇴근길에 책을 읽고, 퇴근 후에도 책을 읽곤 했었다. 먼가 목적이 있는 독서가 아니면서도 괜히 책을 좀 읽어야 마음이 편했고, 내 일상에 뭔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독서에 대한 의무감? 집착?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직업이 바뀌어서 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카페를 하기 시작했던 그즈음부터 책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처음엔 육체노동이 익숙해지지 않아 집에 오면 눕기에 바빴고, 익숙해지고 나니 집에 와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앉아있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바보상자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모든 채널의 이슈 된 드라마를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종일 집에 붙어있으면 답답해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내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 종일 집에 앉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며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달력을 넘기며 휴가 갈 계획을 세우던 직장인에서 정수필터를 언제 갈았더라, 제빙기 소독은 언제 해야 하나를 되짚어 보며 달력을 넘기게 되었고, 휴일이 적다고 타박하던 직장인에서 공휴일이 많다고 타박하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카페를 하다 보면 좀 더 발전되고 확장된 나만의 색을 가진 카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줄 알았고, 실현시키고자 하는 욕심과 의욕이 생길 것 같았었다. 지금 운영 중인 카페의 임대 계약이 끝나고 나면 그려두었던 그림을 토대로 멋들어진 카페를 현실화시킬 것 같아서는 임대차 계약이 길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첫 발을 내 딛을 때 그려졌던 내 카페에 대한 로망이나 컨셉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흐려지고 옅어졌고,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런 카페를 한다는 자신감이 사라져 버렸다. 어쩌면 내가 지금 카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몰랐기에 겁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이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인정하기에 이른 것 일 수 도 있다. 오히려 계약 연장만이 최선이구나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에 눈을 뜨게 되었고 카페 운영을 하면 할수록 또 다른 창업에 대해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4년이나 지났는데도 카페 사장이라는 타이틀 조차 아직 어색하다.

카페를 운영한다는 자기소개가 낯설고, 어디에서 카페를 하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15년 가까운 직장생활에 비하면 이제 겨우 4년 차 카페쟁이라 그런 걸까?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만 같은 어색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카페쟁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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