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온도

21년 12월의 바리스타

by 콩알이

어디를 가든, 고객 입장에서 받는 상대방의 친절함은 감사했다.

우울한 기분일 때에도 반가운 말 한마디로 웃을 수 있었고 복잡한 마음으로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에도 그 찰나의 미소가 고마웠다.


그래서....

그런 카페를 하고 싶었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는 카페가 되었으면 했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을 때의 감당하기 어려운 우울함을 카페에서 덜었으면 했고

지친 일상에 잠시라도 웃고 갈 수 있는 카페,

우리 카페에 오면 잠시나마 짐을 내려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친절은 일방적이기도 해서

나의 친절이 상대에게 올곧이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상대에 따라 친절의 온도가 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누군가에겐 그 친절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답답하다며 카페로 달려와 커피 한잔을 맥주 마시듯 단숨에 마시고서는

"여기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하고 가시는 분들을 볼 때면 내 기분도 좋아지긴 마찬가지이다.

커피 한잔을 기다리며 답답한 이야기, 웃지 못할 실수담, 부쩍 자란 애완견...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잠깐이나마 쉼터가 되어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때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내리 꽂혀서는 심경이 복잡해지기도 하고, 친절함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오픈 전 예상했던 것보다 카페 매출이 저조해서 궁여지책으로 건물 내 배달을 시작했고,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병원 업무에서 배달 서비스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어느 날엔가, 주문 한 음료를 기다리시다 배달 다녀오는 걸 보신 분께서

"배달도 하네?"

"네, 병원 내에서만 해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다방 레지네?" 하셨다.

썩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닌지라 못 들은 척 뒷정리를 하고 있었더니

"다방 레지 몰라? 오토바이 타고 배달 다녔잖아. 그거랑 지금 사장님이 배달하는 거랑 뭐가 달라. 말이 좋아 카페고 말이 좋아 배달이지, 다방 레지들이 다닌 거랑 똑같은 거야."

순간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지만, 연세 있으신 분이라 따져 묻기도 내키지가 않았다.(그날 이후로 이따금씩.... 알 수 없는 번민이 찾아들 때가 있다.)


또 언젠가는 외래 진료 때마다 들르시는 분께서

"너무 그렇게 웃지 마, 가벼워 보여..."라고 친절을 폄하시키기도 하고,

"오셨어요?"라는 반가운 인사말에 "까불지 마."라는 대답으로 돌아올 때면(내가 팔짝팔짝 뛰기라도 했단 말인가....) 카페를 하는 것에 대한 총체적 회의가 들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에 대한 나만의 온도로

항상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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