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09월의 바리스타
외래진료 오실 때마다 양복 정장 말끔히 차려입고 오셔서는 커피 한잔씩 드시는 어르신이 계신다. 항상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여 주시는 점잖은 분이시다. 때로는 사모님과 같이 오셔서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고 가셨었는데, 그 뒷모습이 그리 보기 좋았더랬다.
오랜만에 카페에 오셔서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주문을 받는데, 어르신의 표정과 말투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옷매무새도 평소와 다른 듯 한 느낌에, 마치 처음 들른 카페처럼 메뉴판을 두리번거리셨고 메뉴판을 바라보시는 순간에도 뭔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시다.
"오늘은 아메리카노 안 드시고요? 따뜻한 차 찾으실까요?"
라고 슬며시 말을 건네보지만, 어르신에게서 느껴지는 초조함은 가시질 않는다.
한참을 서성거리시더니
"여자들이 뭘 좋아할까?"라고 어렵게 운을 떼신다.
어머님과는 항상 아메리카노를 드셨던 터라, 의례히 간호사분들 사주시려나 생각을 하고 간호사분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를 추천드렸는데, '그걸 집사람이 좋아하려나?' 하시는 어르신 혼잣말에 아차 싶어 어머님이 좋아하실 만한 다른 메뉴를 권해드렸다.
"그럼 난 뭘 먹지?" 하셔서 항상 드시던 음료를 말씀드렸는데,
"내가?" 너무나 생경하다는 듯 질문을 되레 던지셨다.
어르신께서 드시던 아메리카노와 사모님과 친구분이 드실 음료를 준비하며 계산을 치렀는데, 거스름돈 받아 드신 어르신께서 잔돈만 손에 쥔 채로 뒤돌아서셨다.
카페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는터라, 화장실 다녀오시려나 보다 생각하고 뒤돌아서서는 뒷정리를 했는데 정리를 끝마치고 돌아서도 음료를 가져가지 않으셨다. 사모님과 친구분이 앉아계셨던 자리를 보았더니 어르신도 같이 앉아계셔서는 '깜빡하셨나...' 하며 음료를 갖다 드렸다.
"아이코. 내가 그걸 안 갖고 왔네. 고마워요." 인사를 건네시고는 멋쩍으셨던지 사모님 쿠키라도 사야겠다며 다시 카페로 오셨다. 쿠키를 고르셨고, 계산을 치르고 거스름돈만 받아 드시고는 또 뒤돌아 서신다.
"어르신, 쿠키 가져가셔야죠." 큰소리로 어르신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내 목소리에 다시 오신 어르신께서
"돈 줬잖아." 하시는데, 그때부터 아찔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 속내를 내보일 수는 없어서 찡긋 웃어 보이며
"그럼요. 계산하셨으니 쿠키 가져가셔야죠." 말씀드렸는데도 한참을 서성거리신다.
혼잣말로 당신의 행동을 복기하시는 듯한....
'내가 와서...... 계산을 했고........ 보자.... 그럼..... 잔돈도 받았고....' 혼잣말을 하시며 손에 쥐어든 잔돈을 쳐다보시며 주변을 서성거리시더니 그래도 답을 못 찾으셨는지 마지못해 내게 질문을 던지셨다.
"내가 돈도 줬고, 잔돈도 받았는데..... 돈 줬으니.... 난 돈만 주고 가나?"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쿵'하고 치는 느낌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쿠키를 손에 들려 드렸지만 어르신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모님께 슬쩍 말씀을 드려야 하나,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몰라, 아휴 뭔 오지랖이야.....'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가지만, 부디 나의 이 염려가 나의 오지랖 같은 염려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