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께서 커피를 사시는 건...
21년 08월의 바리스타
코로나로 병원 내 편의점이 영업을 중단하고 나니 직원들이 간식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친한 직원들은 "사장님 김밥이나 라면 좀 끓여 팔아주시면 안 돼요?" 하며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주전부리 몇 가지를 담아 크게 남는 것 없이 진열을 해두기 시작했는데, 스트레스가 쌓이고 피로가 누적될 오후 시간쯤이면 당 떨어졌다며 직원들이 몇 개씩 집어가는 품목이 되었다. 의외의 고객이 있었으니 병원 대기에 지쳐 입이 심심하시다며 주전부리를 찾는 어르신들께서 하나씩 집어가셨다.
외래 진료 때마다 간호사분들 주신다며 커피를 사 가시는 단골 어르신이 계시는데, 본인을 위해서는 판매용으로 담아 둔 간식거리 하나를 구매하시는 게 전부다.
"뭘 이리 오실 때마다 챙기세요. 그냥 어르신 좋은 거 사드시지..."하고 카페 사장이 아닌 것 같은 핀잔을 드릴 때면
에휴. 이 힘든 세상에 그리 친절하게 나한테 웃어주는 사람이 어딨어.
이렇게 좋은 사람들한테 커피 한잔 나눠 주는 재미로 사는 거지.
세상 그리 사는 거야.
하시고는 찡긋 웃어 보이며 가시는 분께, 이건 어르신 드시라며 판매용으로 사 둔 약과를 두어 개씩 챙겨드렸었다.
어느 날인가, 어르신께서 오셔서는 쭈뼛쭈뼛 이야기를 꺼내신다. 약과만 당신께 좀 팔 수 없느냐고....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는데 대답할 겨를 없이 말씀을 이어 가셨다.
입맛이 없어 요즘 식사를 통 못하시는데 그나마 우유 한 잔에 약과 하나로 저녁을 해결하신다며, 이런 부탁 하면 안 되는 것도 아는데 사정이 그렇다며 어렵게 말을 꺼내셨다. (언니도 나도 희한하게 둘 다 그런 이야기엔 맘이 약하다.) 식사를 못 하신다는 이야기에 언니는 이미 약과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고 우리가 사 오는 약과 값으로 듬뿍 담아드렸더니, 그 별 것 아닌 것으로 어르신께서는 너무 고맙다며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고는 발길을 돌리셨다.
우리 마음 같아서는 병원 직원분들 커피 사주는 것 보다도 어르신 맛있는 밥 한 끼 사 드시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어르신은 그렇지 않으신가 보다. 당신의 끼니 한 끼보다도 커피 몇 잔 나눠 마시며 오가는 살가운 대화가 더 좋으신 게다.
내가 살 날 며칠이나 남았다고 좋은 거 사 먹어....
고생하는 젊은 사람들한테 맛있는 거 한 번 더 사주는 게 더 낫지.
하는 먹먹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고 뒤돌아 서는 분들을 볼 때면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 와 가시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보고 서 있을 때가 있다. (어쩌면 당신의 삶을 포기해가며 자식들 거둔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서 더 그런 걸까?)
당신들께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의사에게 좀 더 나은 치료받으려고, 간호사분들께 좀 더 빨리 부탁하려고 커피를 사시는 게 아닌 분들이다.
그저 당신들의 적적한 여생에 흔하지 않은...
반갑게 맞아주는 살가운 말 한마디, 당신을 기억해 주는 것 그 하나 만으로도 고마운 마음과
음료 하나 건네며 듣는 "감사해요." , "잘 먹겠습니다." 하는 인사말이 좋으신 분들인 게다.
"다음 진료는 2주 뒤야. 그때 봐."
하시며 아이처럼 손 흔들며 가신 약과 어르신께서 어제저녁은 잘 챙겨 드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