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1월의 바리스타
지난봄이었나? 매물시장에 카페를 내놨었다.
권리금 시세분석 업체에 우리 카페의 시세를 알아보고는 생각보다 큰 평가금액에 어려운 금액인 걸 알면서도 업체의 평가액대로 매물로 내 두었다. 우연찮게 첫 카페와, 지금 카페 모두 연결고리가 되어준 컨설팅 업체와 카페 본사에 연락해서는 카페 매매를 부탁했었다.
경기가 좋지 않고, 다들 어렵고.... 등등의 이유로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의 둘러보기만 간간이 이어졌었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 이제 결정을 할 때다 싶어 권리금을 현실성 있게 반으로 내리겠다고 다시 연락을 돌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더 저렴한 매물로 수정을 할지, 폐점을 할지 의사결정을 해야 할 무렵에 내가 쓰러져 버렸고, 난 심적여유가 없어서, 언니는 내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고민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따르자면, 재계약 또는 계약 종료에 대한 의사결정이 계약 종료일 한 달 전에 이루어져야 했다. 미루고 미루던 모든 일은 마감시일이 되면 울며불며 다 해내게 마련이라고, 11월이 되어서야 본사에 연락을 넣었다. 카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있는지,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는지, 없다면 통보를 언제 하고 어떤 일정으로 폐점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확인했다. 본사에서는 카페 양도양수 진행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큰 고민 없이 건물주에 계약 종료 절차를 확인하는 듯했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접어두고 철거업체에 연락을 해서는 철거와 원상복구를 하고, 중고기계를 가져가는 대략의 견적을 받으려 방문을 요청했다.
요즘 1~2년 된 기계 아니면 찾는 사람 없어요. 1~2년 된 것도 널리고 널렸는걸.
카페에서 사용 중인 기계들은 거의 값을 쳐주지 않았고, 휴일에 철거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탓에 인건비가 더 올라가 철거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죠. 철거는 해야 하니...
그렇게 철거업체를 만나 견적을 받았고, 본사에서는 계약 해지 문서까지 작성을 끝냈다고 연락이 왔다. 발송만 하면 된단다. 매출이 크지 않은 매장이라 '종료를 기다렸니?' 싶게 서운한 마음마저 들게 말이다.
계약해지 문서발송 4일을 남겨두고, 몇 달 동안 연락 없던 컨설팅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매장 나갔어요?"
"아뇨. 폐점준비 중인데요."
"잉? 얼마에 내뒀길래요? 요즘 매출이 얼만데요?"
궁금해하는 사항들에 답을 줬더니
"그 매출에 그 금액이면 나갈 텐데..... 이상하네, 왜 안 나갔지..."
컨설팅업체 팀장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저도 그리 생각하는데.... 본사가 양도양수를 진행할 마음이 없는 거 같아요. 팀장님도 연락이 없으셔서, 마음 비웠었죠."
그제야 업체 팀장이 고백을 했다.
여태 이직이다 뭐다 방황을 좀 하느라 여길 잊고 있었다고.
그리고 모든 카페 본사는 양도양수엔 크게 관심이 없으니 서운해하지 말라는 말까지....
"3일 뒤엔 해지 공문이 나가야 해요. 정말 나갈만한 매물이면 서둘러주셔야 해요."
방황을 하느라 우리 카페를 잊은 채 이직을 한 컨설팅 쪽 팀장이 마음이 급했던 게 오히려 행운이었을까?
해지 통보 이틀을 남겨둔 날, 예비 양수자가 카페에 방문을 해서 둘러보았고 그날 오후에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철거를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이 카페를 받은 분이 잘 버텨내실까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벌써부터 시원 섭섭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