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0월의 바리스타
카페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신다.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시고, 쇼케이스에 있는 병음료도 보시고, 몇 종류 안 되는 베이커리류도 몇 번을 둘러보시고, 쿠키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신다.
"어르신, 뭐 찾으실까요?"
보다 못해 질문을 드려보지만 대답도 없이 한참을 더 서성이시다 이건 얼마며, 저건 얼마인지를 물어보신다.
거의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첫 번째는 시장하셔서,
두 번째는 병원 선생님들께 무언가를 드리고 싶어서다.
두 가지 이유 중 무엇이 되었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면인 경우에야 그냥 알아도 모른 척 포스에 서서 기다리지만,
잦은 방문에 낯이 익은 분들에게는 말을 더 건네드려 본다.
"00과 선생님 드릴 거 찾으세요?"
"응. 나 기억하네? 뭐가 좋을까요?"
당신을 기억한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눈치이시다.
좋은 거 사드리고 싶어 과일주스를 쳐다보시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눈길을 돌리시고, 저렴한 음료는 얼마인가 찾아보시다 이천원 남짓한 금액 마저도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길 몇 번을 반복하시다가 마지못해 하나를 고르신다. 본인이 드실 음료도 같이 둘러보며 이리저리 계산을 해보시고는
"그냥 선생님 꺼만 줘요."
하시며 발길을 돌리신다.
항상 반복되는 그 과정을 보다 말고
"선생님 이제 그만 사드리시고, 그냥 어르신 드시고 싶으신 거 드세요." 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면
"어휴, 아녀. 선생님께 그러는 거 아녀. 얼마나 고마우신 분인데."하고 손사래를 치신다.
식사를 못하셔서 식사대용을 찾으시는 분께서
이천 원이 조금 넘는 머핀 하나 조차도 비싸다며 머뭇거리시다 발길을 돌리시면서도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의료진이라며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져서라도 기어이 뭐라도 하나 들려주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보고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장사치의 마음을 내려놓고 구매를 만류하게 된다.
오늘도 한분이 오셨다.
분명 식사를 못하신 듯한데 이리저리 둘러보시고는 선생님 드리겠다며 과일주스 한 잔을 주문하시고선
당신 배를 채울 몫으로는 초코파이를 고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