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평안히.....
카페 오픈이 두 번째이지만, 어디에서건 텃새 같은 것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이전 카페에서의 맛을 그리워하고, 좀 더 저렴했던 가격을 되새기고, 친해졌던 사장님과의 연을 이야기하며 적응기? 낯가림? 그러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맛이 더 없다, 비싸다, 그때 있었던 이런저런 메뉴가 없어서 아쉽다 등등의 얘기가 종종 들렸고
지난 가게 쿠폰을 들이밀며 바꿔달라는 손님도 계셨다.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다음에 와서 여기 다 때려 부시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셨다. (참고로 적어두자면 아메리카노가 2,500원이다)
심지어 어떤 분은 우리 생각해서 해주는 얘기라며, '맛이 없다는 소문이 돌아~'라는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속삭이고 가시기도 했다.
그때 할 수 있는 건 존버뿐이다. 다만 그 존버에 조건이 붙는다면 친절함을 유지하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좀 더 나은 맛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말은 참 쉽다.)
맛에 있어서 건 사람에 있어서 건 "괜찮은 거 같던데?" 그 한마디의 평가가 중요하다. 이전 카페의 흔적과 그림자를 지우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는 건 우리의 노력뿐이라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처음. 첫.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함이 있다.
카페를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마다 개시를 하는 분이 계셨다.
한두 번은 의례 손님 대하듯 음료를 드리다가 이제 매일 오시는구나 싶었을 즈음에,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오셨어요." 말을 건네 보았다.
"매일 여기 커피로 힐링해요. 커피 참 맛있어요."
"아!!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한마디 남기고 가신 그분은 그 후로도 매일 아침 들러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인상 좋으신 그분은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를 간호하고 계셨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언젠가부터 커피를 내드리며, "이건 사모님 꺼." 하며 초콜릿 하나씩을 얹어드렸는데 아주 가끔씩 휠체어를 끌고 두 분이 함께 오실 때면 "오늘은 얼굴이 좋아 보이세요." 하는 인사로 잠시 잠깐이라도 미소를 보여주고 가셨다.
주말이 되면 쌍둥이 딸들이 엄마를 보러 왔다. 늦둥이인 듯 보이는 어린 쌍둥이들을 보며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겠구나...' 하는 생각이 무겁게 느껴졌다. 똑같이 생긴 두 녀석이 오랜만에 엄마를 본다는 기대에 차서 해맑게 병실로 올라갔는데, 엄마를 보고 내려올 때면 꼭 한 녀석은 울며 내려왔다.
우는 딸을 달래느라 아이들 음료를 주문하러 오셔서
"에휴. 꼬맹이도 속상한가 봐요."
"항상 큰 놈이 저리 우네요." 덤덤한 그 한마디에 내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언젠가 주말에 쌍둥이들이 급하게 뛰어 올라가던 날,
"오늘을 못 넘길 거 같아요." 하며 즐겨 드시던 커피마저 주문을 못하신 체로 서성거리셨고,
결국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오랜 기간 알던 사이도 아닌데 언니와 난 눈물을 감출 수 없었고, 그날에서야 병원에서 카페를 한다는 것에 감당해야 할 것이 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서류 발급으로 병원을 들르셨던 그분은
일부러 카페에 들러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하시며 카페 성공할 거라 덕담을 해주고 가셨다.
사모님 좋은 곳에 가셨을 거라는 인사를 건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즐겨 드시던 커피 한 잔을 대접해 드리는 것뿐이었다.
쌍둥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엄마 없는 빈자리를 잘 이겨내고 있을까?
부디 평안히 잠드셨길, 좋은 곳에 가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