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by 콩알이

딱딱딱.... 슥슥....

시각장애인이 어지러운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병원 로비를 채웠다.

동행자도 없고,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분도 안 계시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계속 발걸음을 옮기셨다.

갈피를 못 잡고 걸음을 옮기시다 말고 로비 텔레비전에 부딪혔다.

"쿵."

소리에 놀라서 카페에 앉아 있던 내가 벌떡 일어났을 때에 놀랐던 건, 부딪힌 분 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 중이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앞이 안 보여 부딪힌 사람에 대한 놀람도, 염려도 없었고, 방향을 안내해 주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다. TV를 가려 안 보인다는 표정들만이 역력하다.

보다 못한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이, 그분은 또다시 어지러운 발걸음을 옮기다 어두운 진료 방에 가서 부딪혔고 카페 근처에 까지 다다랐다.


"어디 찾으세요?"

전혀 들리지 않는 눈치다. "어르신. 어디 찾으세요?" 목소리를 높여도 불안하게 서성이시던 분은 가까이 다가선 내 인기척에 손짓을 하셨다. 앞이 안 보이고, 말을 하지 못하고, 귀도 들리지 않는다고.

적어주겠다는 손짓을 보고 메모지를 드리며, 메모가 가능한 곳으로 붙잡고 이동을 도와드렸다.


'**여자 찾**.'

보이시지 않으니, 자간이 맞지 않는 글자도 어지럽긴 마찬가지다. 알아볼 수가 없었다.

"찾." 한 단어를 알아볼 수 있었고 병원에 오신 것이니 병문안을 오셨겠더니 짐작만 할 뿐이었다.

알았다는 말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소리치듯 '알았어요'라는 말을 외치며 손등을 잠시 두들겨 드렸더니 다행히도 안정감을 되찾으셨다. 직원이 보이질 않아 응급실로 뛰어가 도움을 요청했다.

다시 카페로 뛰어와 그분을 안심시키려는데 다시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셨다.


도와주세요.


짧은 한마디가, 톤이 느껴지지 않는 그 다섯 글자에서 내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불안함이, 절박함이 느껴지게 했달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분만의 어둠에서 도움마저 속시원히 청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불안해하며 계속 서성이시는 분의 손을 붙들어 알았다는 나름의 표시로 손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려드렸다. 그리고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다른 직원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직원분이 한걸음에 동행해 주셨고, 그분이 적어둔 메모를 보시고는 글자를 짐작하셨다.

환자 이름 같으니 조회를 해보겠다며 걸음을 옮기셨고 다행히 짐작했던 그 이름의 환자를 찾았다. 직원분의 동행으로 찾으시는 분을 무사히 만나실 수 있었다.

이리저리 부딪히는 모습을 보고도 외면하던 사람들과, '그걸 왜 여기에 와서 묻죠?' 하는 표정의 사람들에게서 느낀 이질감은 오히려 내가 오지랖 넓은 사람인 것 마냥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였다.


카페를 하면서 생긴 염려는...

'시간이 흐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냉소적인 사람이 될까?'

'무례함에 무례함으로 응수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될까?'

'사람 봐가며 달라지는 때 묻은 장사치가 될까?'

하는 류의 생각들이다.


쓰러진 사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도 가슴이 쿵 내려앉지 않는, 가슴이 굳은 사람이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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