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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May 03. 2023

02. 멜버른에 우리 집이 생겼어요

Station street, Moorabbin

말똥말똥......

인천-시드니-멜버른, 장장 1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멜버른.

너무 피곤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는데 긴장한 탓일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딸부잣집 막내딸이다.

심지어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막내로 살았기 때문에 사랑과 귀여움을 가득 받으며 자랐다.

무언가를 혼자 결정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나 언니들에게 물어보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 내가 여기, 이 미지의 땅에 혼자도 아니고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잘할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났다.


게다가 제대로 현지에 녹아들어 보겠다는 결심으로 한국인이 없는 동네를 선택했다.

그곳이 바로 멜버른 Moorabbin(무라빈)이었다.

멜버른에 도착해서 집 구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숙소


Jaden의 개학까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

빠르게 To do list를 지워나가야 했다.


1. 집 구하기

2. 자동차 구입

3. Jaden 학교, Nicole 학교 방문 & 등록 확인

4. 은행 계좌 오픈, 신용카드 발급

5. 유학생 의료보험 확인

6. 운전 연수 (호주는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7. 동네 지리 익히기

8.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구입

9. Jaden 교복, 체육복, 가방 및 모자 등 학교 용품 구입

.

.

.

Jaden이 한땀한땀 적은 쇼핑리스트 (맞춤법 틀려주는 귀여움)


'나는 엄마다'

끊임없이 그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나는 엄마니까 해내야 한다는 그 생각.


호주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한국과는 좀 달랐다.

검색은 한국에서부터 https://www.realestate.com.au/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봤었다.

현지에 오니 일련의 프로세스는 부동산에서 주도하는데 임대인이 정해놓은 날에만 임차인들이 집을 볼 수 있고 집을 본 당일에 임차인들이 지원서(?) 같은 서류를 내는 시스템이었다. 서류에는 '몇 명이 사는지, 애완동물이 있는지, 희망 월세, 다른 집에도 지원서를 냈는지' 등을 기재해야 한다.


Jaden과 둘이 살아야 할 집이기 때문에,

1. 안전 2. 학교와의 거리 3. 관리 상태 4. 금액대의 순서로 집을 알아봤는데, 입맛에 맞는 곳이 딱 한 곳, 바로 Moorabbin역 앞에 있는 신축 나홀로 아파트였다. Moorabbin은 시내가 아니고 주거지라 대부분 사람들은 주택에 살기 때문에 두 모자가 살만한 원룸/투룸 건물은 많지 않았다.


지원서를 내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됐다.

4일 정도의 기다림 끝에 우리가 간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하늘에 감사했다. 그 집을 계약하지 못하면 계속 모텔에서 살아야하나 정말 막막했는데 말이다. 나중에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들은 얘기인데,

우리의 경쟁자는 1인 가구 남성인데 고양이가 있어서 우리가 최종 선택 되었다고 한다.

Hooray~~


드디어!!

그렇게 우리는 1년 계약으로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케아에서 구입한 책상과 의자들
세탁기와 냉장고도 속속 도착 (이왕이면 한국제품으로)

1월 26일,

집을 구하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Jaden의 개학일까지 하루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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